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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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 배철현 지음



우리가 일상을 통해 마주치는 크고 작은 일들의 경중을 알고, 그것을 잘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지혜다. 그 이상을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255쪽



배철현 교수의 <심연>을 읽은 뒤 벌써 몇 해가 지났다. 그 사이 두 권의 새 책이 출간되었고, 그 중 최근간인 <정적>의 부제는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이다. 심연의 부제는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이었다. <심연>을 읽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조용한 사색의 기회를 얻었다면 <정적>은 그야말로 이제 그 깨달음을 변화로 이끌어내는 책인 셈이다. 인용된 많은 구절 중 제일 먼저 리뷰에 담고 싶었던 문장이 바로 서두에 발췌문이다. 나이들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고통을 아예 피하거나 줄여볼 수는 없다라는 것이다.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다. 다만 그 크기에 따라 아예 정신을 놓고 시간이 흘러가주기만을 바라거나 다른 누구의 탓을 하며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거나 좋은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거와 후회가 있었기에 '존 밀턴'의 <실낙원>에 나오는 '일상생활에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혜다. 그 이상은 거품이다.'라는 구절을 풀이한 위의 문장이 와닿았던 것이다. 나를 아는 것만큼이나 내 앞에 놓인 사람, 관계, 문제 혹은 기회등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무언가를 잘 알기 위해서는 평소에 그리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한데 이때 작은것에 관심을 둔다는 것을 곡해하면 안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그냥 흘리거나 지나치는 '사소'함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에게 힌트를 던져줄 때가 많다. 가령 눈에 드러나보이는 건강상의 문제만 보더라도 질병에 걸리고서야 아주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들에 기인했음을 깨닫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니 마음이나 관계에 관련해서는 얼마나 중요한 '사소함'들을 우리는 놓치고 살고 있는것인가 싶다.



저 큰 느티나무가 그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누군가 오래전에 씨앗을 심고
먼 훗날 커다란 나무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내 마음에 심어놓은 나무는
얼마나 크고 의연해졌을까?



오늘,
나는 내 마음에 또 어떤 씨앗을 심을까?



사실 <심연>을 읽은 뒤 후속편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뒤를 이어 출간된 <수련>을 바로 읽으려했다가 그만둔 이유가 있었다. 저자는 특정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깨달음이나 지혜에 대해서 중립적이며 학문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연구하고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달리 생각해보면 신앙을 가졌을 때 해당 신앙이 주는 그 고유성이나 기적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종교를 축구에 비유하며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비유가 너무도 적절하여 내가 어느 부분에서 어긋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네 가지 이유 중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종교가 역사적으로 어떤 불행을 초래했는지를 돌이켜보면 내가 한 실수가 무엇인지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심연>을 시작으로 <수련> 그리고 이 책 <정적>까지 나처럼 중간에 쉬어가는 독자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저서를 잠시라도 읽어보게 된다면 분명 이 책에 대한 기대 혹은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혹 여러이유로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순서가 좀 바뀌긴 했지만 <수련>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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