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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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의 제목처럼 애초에 완벽하게 일치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감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거나 아예 '달라도 너무 다르군'싶은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목차나 본문 순서로 치자면 뒤죽박죽이겠지만 가장 공감했던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토대로 리뷰를 적을 예정이라 혹, 나의 이야기가 글의 목차와 비례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책을 읽게된 계기와 함께 미리 적는다. 그리고 가장 공감했던 책상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마음을 보탠다. 저자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 <내기>, <아무튼, 서재> 그리고 재인용된 <자기만의 방>의 문장들을 언급하며 책상이 없었던 날들 정신마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역시 사정상 내 책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나의 혼란이 저자의 말대로라면 결국 책상의 부재로 인한 것이고, 그에 대해 적극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상은 없어도 노트북을 사용하다보니 노트북을 펼치는 순간 노트북이 놓이는 장소가 일시적이긴 하나 '나만의 책상'이 되어주어 잠시일지라도 심리적 안정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역시나 책상은 사고하고 사유하는 존재라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핑계가 아니었다는 것을 왠지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저자와 일치하는 했던 이야기가 그렇다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일까.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한 주에 한 문장'이라는 부록처럼 실려있는 문장 큐레이션에서 내가 줄친 문장이 단 한문장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저자가 소개한 책52권 중 읽지 않은 책 15권을 제외하면 그리많은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37권 중에서 내가 잠시라도 멈칫조차 하지 않았던 문장들을 꺼내 고르다니, 북큐레이터인 그녀의 직업을 놓고 보자면 나는 잘 팔거나 편집하거나 하는 일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취향이 완벽하게 독자 혹은 소비자를 만족시킨다고 할 수 없더라도 말이다. 취향의 일치를 떠나서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피식피식 거렸던 부분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리뷰에도 남겨보는데 다른 아닌 개그코드보다 더 웃긴 서점코드였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저자의 경험처럼 책제목이나 저자명을 헷갈리시는 분들을 종종만나는데 저자가 예로 든 1984 혹은 82년생 김지영처럼 연도를 착각하실 때에는 정정하기보다는 '아, 82년생 김지영씨요?'하는 정도에서 마무리짓는다. 업종이 변경되는 경우는 도서관에서는 거의 해당되지 않고 그 대신 20년 이상 오래된 건축물일 경우 회원분의 도서관과의 추억을 들어드려야 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라떼는 말이야'수준으로 바뀐 시스템이나 직원들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경우는 대(?)화의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책들을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내 일의 가치 역시 숫자로 추산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추천한 한권의 책이, 혹은 내가 소개하는 책을 읽은 한 사람의 날갯짓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세상에는 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190쪽



저자의 약력은 서른 살 이후 내가 꿈꾸던 직종이나 직업들이었기에 읽기도 전에 부러운 마음이 컸다. 특히 책과 일에 관해 자신의 이야기를 접목한 이 책을 읽다보니 아, 내가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에 있었다면, 출판사 편집디자이너가 아니라 에디터였더라면 이라는 가정과 함께 상상을 맘껏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이 책이 맘에든 까닭은 책이 읽고 싶어지는 순간, 책이 정말 살아숨쉬듯 나를 위로해주는 순간들의 일치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이유로 표류중이 내게 책이, 그리고 그책과 연결된 누군가의 존재의 위엄을 느껴봤기에 더욱 그랬다. 결국 취향이 완벽하지 않아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참 오래도록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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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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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고양이인 카페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카페의 손님 뿐 아니라 점장까지도 보타이를 단 완벽한 정장을 입었던 다른 책의 소설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귀여운 고양이들을 글자로만 본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의 모든 집사들이 알고자 분투하지만 결코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는 고양이들의 생각을 잠시나마 알것같게만드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실직한 구루미가 우연처럼 만나게 된 노부인 그리고 고양이와 그 카페의 점장이 되는 것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인데 그렇다. 여기서 고양이 그저 고양이기만 한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예전에 내용자체는 다를 수 있지만 역시나 고양이가 사람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된 고양이는 고양이 특유의 습성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상태로 인간에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일 수도 있고 이상하게 낯선 느낌을 지울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모습들이 활자화 되어 독자들을 설레기도 했다가 움츠리게도 만들었다가 하는 것 이다.


특히 나쁜 사람들에게 해를 당하는 부분들에 있어서는 그것이 아무리 소설일지라도 기사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읽으면서도 마음을 졸이게 된다. 마치 스릴러물이나 형사물에서 제발 하고 간곡하게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일본 특유의 그 아기자기함과 고양이를 소재로 다양한 변주한 이력이 말해주듯 역시나 고양이의 그 살가움과 도도함 그리고 신비로움은 역시나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나있다.






내 고양이가 가끔 인간처럼 느껴질 때, 말로만 집사가 아니라 정말 내가 누군가에게 고용된 집사인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되었던 독자들이라면 분명 이소설은 재미나게, 그리고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저 고양이로서만 귀여운 사람들에게는 또 어떨까 궁금하다. 에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게 될 지 아니면 마치 구루미가 된 것처럼 가장 기운 없고 소외되었던 어느날 자신에게도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될 지 궁금하다.

굳이 내 이야기를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집사는 되고 싶지도 그럴 자격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역시나 책으로 만나거나 내가 아닌 다른 집사의 고양이를 귀여워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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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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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생각한다 #월든 #존코널 #아일랜드





작가와 농사꾼 중 어느 하나를 택할 필요는 없다. 둘 다 될 수 있다.   

나는 농사꾼이자 작가이다.  320쪽



새끼소를 낳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산문은 마치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작가이자 농부)을 찾기 시작했음을 알린다는 점에서 탁월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매번 아빠의 농장에 갈때마다 성별을 떠나서 무언가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 농장의 사계를 글로 적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주일만에 아빠와 다투고 돌아오던 때가 생각나서 였을수도 있다. 자식들의 변명들에 대해 그러면서도 부모님의 노고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고 싶었던 그 마음, 이었을 것이다. 다행이면서도 부러운 것은 저자는 농장에 머물렀던, 이 책의 목차이기도한 1월부터 6월까지 착실하게 버텨낸 반면 위에 적은 것처럼 나는 그렇게 긴(?)기간을 버텨내지 못했다. 가장 길었던 것이 2주였는데 그마저도 중간에서 엄마가 정말 엄청나게(수식어가 늘어난다)고생하셨다. 도망치듯 떠나와 오히려 농장일을 생각하면서 다시 구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저자와는 다른 나의 정체성(소설가를 꿈만 꾸고 있는 직장인)을 찾았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이처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흥미도와 공감도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그냥 재미있으면서도 배울 수 있고 또 공감할 수도 있는 내용을 담았다라는 것이다. 가족 농장이 있는 곳은 아일랜드 시골이다. 즉 아일랜드의 문화를 알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은데 그것이 역사책에서 읽는 딱딱하거나 지나치게 랜드마크나 더블린 위주의 여행서도 아닌 그냥 정서자체를 읽을 수 있었다. 가톨릭 국가인 만큼 이야기 곳곳에 성서와 성호경, 그리고 생활속에 등장하는 성서를 비유로 드는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서를 알 수 있었고 저자가 좋아하는 월든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사실 월든을 단순히 목가적인 삶, 미니얼리즘 측면에서만 보면 안되는 것이 순수한 노동과 장소는 전원일지라도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사회성을 중요시하는 부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데 이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다는 점에서도 해당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함께 봐도 좋은 부분이 있었다.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는 1만 500년 가까이 인류의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29쪽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 '소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소를 기르니까 당연히 육식을 찬성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소는 가축이라는 점에서 부인할 수 없고, 소를 먹는 식생활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몇 만년의 역사로 이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소와 관련된 책을 찾으려 했을 때 관련 자료가 없었던 만큼 우리는 먹는 소와 먹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다. 소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자연을 위해서 혹은 내 몸, 결국 인간 자신을 위해 먹었던 소를 이제는 이유는 같지만 연구결과에 따라 먹지 말아야 할 소로 판단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또한 농장이 배경이다보니 글의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생명의 숭고함을 여러 군데에서 느낄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내 가족에 대한 애정과 소중함도 베어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소를 생각한다'는 다른 의미에서 '나와 내 가족을 생각한다'와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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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의 순간들
박성환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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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의순간들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을 초보라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초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운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숙의 다른말처럼 느껴질테지만 위의 발췌문처럼 초보는 말그대로 '처음'일 뿐이다. 초보의 순간들이 입소문으로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처음'이 없을 수 없기에 저마다 자신의 초보의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축구왕 슛돌이>를 보면서 축구를 하고 <슬램덩크>를 보며 농구를 하고 싶은 열망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두 만화를 다 본 사람들이라면 혹은 테니스나 마라톤 등 유사한 내용을 품고있는 작품을 통해 없던 운동신경을 살려내고자 하는 바람, 그와 관련된 추억들을 소환시킨다. 사담이긴 하나 저자는 축구왕 슛돌이를 7살 때 보았다고 한다. 하...거의 두 배에 가까운 나이에 보면서도 독수리 슛을 흉내냈던 내가 잠시 부끄러웠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생일을 살포시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센스까지!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1부를 읽으면서 이미 들었지만 이어지는 내용들도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저자의 이야기와 내가 가진 추억들이 교차되어 읽는 내내 즐거웠던 것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첫 이사. 그리고 수학여행을 이야기하고 싶다. 대학 졸업하자 마자 이사했던 나의 집은 9층이었다. 저자처럼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의 층수는 7층이었다. 저자가 8층의 기억이 있다면 내게는 내 기억속에 가장 행복했었던 7층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수학여행은 사실 지루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지방에 살던 저자에게 에버랜드가 제대로된 놀이공원을 만나게 해주었다는 이야기에는 뜻하지 않게 혜택을 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당혹스럽기도 했다.


이 책을 있게 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500일의 섬머. 이 영화이자 관련된 책이 영화가 상영된지 오래지났는데도 계속 언급되고 책으로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영화이자 통속적이긴 해도 문화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속에 등장한 대사, '무언가를 잊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문학으로 만들어보는 거야'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아 무작정, 시작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지금 내가 글쓰기에 멈칫하는 잊고 싶다면서도 결국 간직하고싶은 마음이 더 커서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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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여행 사전 -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
임요희 지음 / 파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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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여행사전 #고무다라이 #에펠탑 #다크여행 #역사여행 #임요희 #파람북


특별한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특별함을 찾아보면 어떨까. 


저자가 선택한 것은 '버건디'컬러를 찾아떠나는 여행이었으며 독자들에게도 저마다의 컬러를 정해 떠나보는게 어떠냐는 제안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저자가 만든 '버건디 여행 사전'은 '고무 다라이'는 내 생애 최초의 '탈것'이었다.(16쪽)로 시작된다. 지금은 고무 다라이에서 물놀이를 하는 경우는 과거로의 여행이 아닌 이상 일반적이지 않지만 밀레니얼 이전 세대들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고무 다라이가 첫 수영장인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저자는 고무 다라이의 물온도를 통해 세상의 온도가 일정치 않다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한 조숙한 아이어서 그런가 아무생각없이 놀았던 내게는 오히려 그때의 다라이 속 물온도가 오히려 엄마의 사랑으로 가장 적당했다고 기억한다. 특히 버건디 룸 여행을 읽을 때에는 꼭 필요한 여행이며 권장해야 할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크여행'. 남영동은 지금도 내게는 동명의 영화를 떠올릴 만큼 암울한 기분이 바로 느끼게 하는 장소다. 저자가 언급한 영화는 <1987> 그리고 소설 <붉은 방>이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남영동 대공분실509호는 버건디 컬러였다. 좀전에 언급했던 고무 다라이가 꿈을 향해 떠다는 첫 번째 도구였다면 이번에는 죽음, 양쪽 모두 각자의 의미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포기당하는 장소였다는 점에서 색이 가지는 양면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버건디 뼈'가 무엇인지 목차를 볼 때 궁금했었는데 다름아닌 '에펠탑'의 초기의 컬러가 버건디였다고 한다. 


뼈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에펠탑은 말하자면 드레스는 벗어던지고 가터벨트만 하고 파티에 참석한 귀부인 꼴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 가수 마돈나가 진짜 가터벨트를 내놓고 무대에 섰을 때 우리도 얼마나 놀랬던가. 89쪽


잘 알려진 것처럼 철근구조물로만 세워진 에펠탑이 세워질 무렵에는 환영받지 못했었다. 버건디 컬러였던 까닭은 녹방지를 위한 원료를 칠해서인데 현재는 브라운 컬러로 시민들의 투표로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공감했던 또 다른 키워드는 '성경책'이었다. 버건디 장정의 성경책은 기독교인들의 집이라면 검정색과 함께 혹은 양쪽 중 한 권은 반드시 소장하고 있는만큼 독실한 기독교집안이었던 외갓집, 지금은 부모님댁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버건디 장정의 성경은 내 상상력의 원천이다'(113쪽)라고 할 만큼 작가적 소양은 어릴 때부터 다른것인가. 고무 다라이에 이어 유년시절 그냥 놀기만 하고 엄마품만 그리워 하는 나와는 다르게 멋짐을 내뿜는 저자의 기억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만 이번에도 역시나 아담과 이브과 '선악과를 먹은 사건'을 두고 당당히 인간임을 드러냈다는 말에서는 수치심에 알몸을 가리려고 숨었던 그들이었기에역시나 공감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저자와 동일하게 공감할 수는 없기에 오히려 이렇게 읽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격하게 공감했다 안했다를 반복하는 것이 나름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트렁크의 무게는 네 근이다. 여행가방만 봐도 두근두근 하니까. 내가 짐을 싸는 것이 아니라 이 짐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줄 거 같은 느낌이다.222쪽


두근두근 이라서 네 근. 이런 개그에 웃으면 아재인건가. 암튼 그녀의 말처럼 나역시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렛 컬러의 트렁크만 봐도 설레고 좋다. 기내반입 불가 사이즈라서 왠만하면 해외 아니면 장기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더 설레기도 한다. 이런 단순한 공감부터 서울을 제대로 보려면 떠난 곳에서 다시 봐야한다는 말까지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비단 내 나라 뿐 아니라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내 시각,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사고다. 한 발짝, 혹은 그보다 더 멀리 혹은 그 반대쪽에서도 대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제대로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버건디 여행 사전을 처음에는 여행중에 버건디와 관련된 소품 혹은 장소를 발견한 것인 줄 알았는데 색깔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인 것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부터 권했던 것처럼 보라색을 찾아 나도 떠나고 싶게 혹은 사전을 만들어보고 싶게하는 실천유도형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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