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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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 베차의 <뇌 좀 빌립시다!>의 부제는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이야기’로 읽는 내내 정말 페이지가 넘어갔다가 또 다시 되돌아와 읽기도 하고 관련된 용어나 정보를 검색하려고 휴대폰을 곁에 두고 읽었다. 우선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대화체로 약간의 농담과 장난을 섞어놓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픽션과 논픽션을 정확하게 구분지어 독자가 헷갈리거나 오해하지 않도록 신경썼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표제로 쓰인 제목은 아인슈타인의 뇌와 관련된 이야기에 쓰인 소제목으로 천재의 죽음 이후 그의 뇌에 의학자로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순서상으로는 뒷부분에 위치하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시체를 다루는 책답지 않게 포르투갈 이네스로 시작된다. 페드루 왕자와 본처의 시녀로 만나게 된 둘의 사이는 이네스의 시신을 대관식에 앉히는 페드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식부부로 남는데은 실패한다. 반면 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은 아내 뭄타즈 마할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녀의 무덤건축에 22년이라는 시간과 2만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인도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타지마할’을 짓기도 했다. 이런 무난한 이야기 뿐 아니라 루이왕14세의 심장을 먹은 윌리엄 버클랜드의 특이한 식성과 함께 부검결과 베토벤의 사인이 납중독이었으며 에드거 앨런 포의 사인은 비소 중독으로 생전에 정말 괴롭고 안타까웠을 찰스 다윈은 위장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내용들이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다.
영화 위대한 쇼에서 잠시 등장했던 창과 엥 형제는 결합쌍생아로 그들이 태어난 지역이 현대의 타이, 시암, 샴으로 샴쌍둥이란 용어가 이 형제에게서 나왔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이외에도 시체가 분해되는 순서와 환경에 따른 속도차이, 이식에 흔히 사용되는 부분과 살아있을 때가 사망전 보다 효율이 좋다는 것은 물론 혈액의 경우 사망 한 체내에서 채혈한 후에도 수혈이 가능하다는 사실 등 관련 지식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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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이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1
박민정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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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이모

서유럽에서 그토록 훌륭한 문학작품이 많이 배출된 까닭을 알겠다고 친구는 말했다. "이런 날씨라면 자살하거나 소설을 쓰거나 둘 중 하나여야만 할 것 같은데." 77쪽

박민정 작가의 소설<서독 이모>는 ‘나’우정의 이모와 그의 남편 클라우스를 내세워 독일통일을 비롯 해외입양문제, 통일 전후 동독민의 삶, 한국대학내의 성폭력과 관행 그리고 남북한의 통일문제까지 100페이지의 얇은 분량과는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대학원생의 ‘논문쓰기’와 ‘글쓰기’라는 큰 틀안에서 충돌이나 어긋남없이 언급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우정의 이모 경희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 ‘서독 이모’라고 소개하며 작가의 길을 가는 조카에게 ‘통일’이라는 소재에 대해 글을 써볼 것을 권한다. 이 시대의 젊은층의 어느 누구도 이전처럼 통일을 제 살의 난 상처처럼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독 이모의 제안에 우정은 교수라는 이모의 직함에 어울리지 않을정도라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논문을 위해 알게된 독문학 최교수의
과한 기대와 독려로 논문은 통과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모와 실종된 이모부 클라우스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더 깊어진다. 언젠가 그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면서 독일 통일에 대해,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삶에 관해 알게되면서 서독에서 지식인으로 살아야했던 이모가 어쩌면 동독의 지식이었던 클라우스에게는 허물 수 없는 벽이 존재했을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분량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소설이 어느 한 곳 틈없이 흥미로워 단숨에 읽고서도 쉽사리 리뷰를 적을 수 없었던 것은 작품 속 우정이 본인 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읽힐 수 없은 소설을 쓰는 것과 같았다. 클라우스의 이야기가 우정에게 드라마투르기처럼 느껴졌지만 쉬이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난 후 서두에 옮겨놓은 발췌문처럼 아무런 자료도 없이 써내려가듯 이 리뷰도 그런 방식으로 쓰게 되었다.

즉 드라마투르기는 하나의 스토리에 대한 비평적 시선 및 연출을 위한 이론적실천이다. 그렇다면 지성의 장場에서 그 책임을다하기 위한 우정의 논문 쓰기, 그리고 그녀의 이모와 클라우스의 삶을 주제로 하는 소설 쓰기의시도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드라마투르기라고 보아도 좋겠다. 106쪽,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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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감정중심 심리치료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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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지금껏 심리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있는데 특히 어린시절 받았던 고통이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적인 우울증을 넘어 신체적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책까지 읽었다. 그리고 지금 적으려는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의 책<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은 앞서 읽었던 책들과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고 정리해보려고 했다. 우선 '질병'으로 진단 받은 원인이 과거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이 유사하다면 질병은 아니지만 외연적으로 질병과 다름없는 경우 항우울제 처방과 같은 치료가 아닌 감정을 치료해야한다는 점이 이 책의 중심내용이자 그 방법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전에 흔히들 말하는 직장이나 학업스트레스 혹은 육아스트레스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종적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실제 처방된 약으로 효과가 나타났다거나 다른 방식의 치료법으로 회복이 된 사람들보다는 분명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데 왜 약물을 포함한 치료들이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 혹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매일 아침이 우울합니다'상태라면 이 책에 나오는 치료방식과 과정을 주의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어떤 한 순간에 우리는 변화의 삼각형의 세 꼭짓점 중 한 곳이나 삼각형 아래의 열린 마음 상태에 있다


위의 문장을 좀 더 풀어보면, 

방어 -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모든 행위

억제감정 - 불안, 수치심, 죄책감

핵심감정 - 두려움, 분노,슬픔, 혐오감, 기쁨, 흥분, 성적 흥분

열린 상태 - 평온하고 호기심 있고 연결되고, 연민을 느끼고, 자신 있고, 용기 있고, 명료한 상태를 말한다.


앞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처방이 전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저자는 그들이 방어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실제적인 원인을 감추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했기 때문에 애초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우선 감정중심, 경험주의적 심리치료인 '가속경험적 역동치료(AEDP)를 보면 핵심감정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방어이전에 우리는 불안, 수치심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억제감정으로 가려져있음을 먼저 확인해봐야한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몇 해전 불안, 수치심과 관련된 엄청난 두께에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 책들은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자신의 불안, 수치심등을 깨닫게 되었다는 독자들의뜻하지 않은 심경고백과 같은 리뷰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억제감정을 확인하고 이를 걷어내어 핵심감정을 찾아 풀어주어야만 우리는 열린상태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책에서 읽었던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읽어왔던 관련 서적들이 말하는 내용들이 햇살이 눈이 녹듯 풀리게 되었다. 물론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충분할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언급했던 주제들을 다룬 책들을 먼저 읽고자 함께 읽는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아침과 내 주변인들의 아침마저도 우울하지 않게 도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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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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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의 부제는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로 지나치면 꼰대소리를 듣는 줄 알면서도 추억에 파묻혀 사는 요즘 표지만 보고서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기대처럼 책에 등장하는 집, 그리고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텍스트가 많지 않은데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저며오기도 하고 아련해지는 마법의 시간이 펼쳐졌다. 그림이 담긴 책일수록 오히려 궁금하면 찾아 읽겠지란 생각으로 리뷰에 본문에 실린 그림을 올리지 않는편인데 이 책은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더도말고 두 페이지만 올려두어도 이 책이 가지는 추억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리뷰를 적으면서도 마치 모 광고주의 말처럼 '진짜 좋은데'라는 생각이 컸다. 함께 공부하는 과동기 분 중 한분이 누군가의 집을 연작으로 발표하곤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림자체만 보면서 멋진 그림실력을 감탄만 했었다. 만약 그때 그 동기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았더라면, 왜 그집이 맘에 담아 화폭으로까지 옮기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했다.




한 여름날의 뜨겁던 열기가 가라앉고

회색빛 모깃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녁이 되면

동봉이네 마당 가운데 있는 평상에 놀러가곤 했다.


동봉이 엄마가 맛있게 차려주신 저녁밥과

우물물에 띄어 놓았떤 수박까지 먹고 나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평상에 누워 졸린 눈으로 올려다 본 밤하늘엔 은하수가 쏟아진다.


<동봉이네 집> 54쪽


도시에서 나고자랐기에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오래 전 리모델링 전의 큰어머니댁을 떠올리게 했다. 위의 발췌내용은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놀러가면 늘 하던 것들이기에 그림이 없더라도 눈에 훤하게 그려지는 풍경이었다. 그때는 잘 몰랐던 그야말로 행복했던 추억인데 이보다 더 저자가 부러워지던 편은 <재영이네 집, 100쪽>에 등장하는 '혹시나 너도 내가 궁금해지면 꼭 연락해주길 바라본다.'라는 문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가 되면 혹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역시나 나를 그리워해 연락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말이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로 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도 연락해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자가 되면 꼭 위의 문구를 나도 적어보고 싶다. 더불어 지금은 시골에서도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고양이가 흔치 않았던 과거에는 시골동네라면 집집마다 개가 있었던 때가 그리운데 화를 도꾸어서 도꾸일지라도 추억할 수 있는 개가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이후로도 많은 개가 우리집을 지나갔어도 내게 넘버원은 우리 '뭉치'다. 벤지, 흑구 지금 함께하고 있는 아지도 물론 귀하고 귀엽지만 우리 뭉치만큼은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이런 추억들이 이 책의 부제처럼 오늘의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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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썸머였다
이마치 지음 / 알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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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썸머였다>를 저녁을 다 먹고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차 한잔과 함께 펼쳐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연애이야기를 이제 막 백일이 지난 아이엄마에게 어떤 감흥이 있을까 싶을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줄곧 육아뿐이었던 남편과의 대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연애는 한 편의 드라마같았는데 아픈 자신을 위해 무작정 달려와주는 전남친, 막무가내며 제멋대로인 성격을 참 잘도 이해해주었구나 반성하며 그리워하는 글들을 보며 남편에게 이전 사랑이 어떠했냐고 묻기보다는 우리의 연애는 이처럼 멋있지 못했노라고, 다소 아쉽기도 하다며 농담반으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이미 헤어진 과거의 사람을 그리워하며 애틋한 감정으로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마음 속 나만의 방으로 쏙 들어가 오롯이 나의 세상으로 들어가 그립지도 않은 누군가를 그리워해보려는 어설픈 감상에 젖어보기도 했다.


사랑이야기도 결국 누군가의 먹고 사는 이야기인지라 이제는 젊은 날이라 추억하게 되는 직장인으로서의 과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거의 매일 야근에 주말출근을 하며 저자처럼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겨하던 그때에 도시락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손은 쉴새없이 마우스와 키보드에 올라가 수치를 확인하고 비교하느라 젓가락을 들고 먹는 것이 사치였던 그때,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커피와 함께 초코바였다. 그래도 어릴 때라 초코바를 먹으며 일을하는 것이 생각만큼 초라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입사때와 퇴사때의 몸무게가 10키로 이상 차이났던 걸 생각하자니 이제사 울컥해지기도 했다. 그시기에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저자와 내게도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사랑했던이 아닌 고마운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 어쩌면 실례이기도 한데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니 더 미안했다.


이 책의 제목은 영화<500일의 썸머>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를 비교적 최근에 보아서 그런지 애초에 둘 중 누구 한 사람이 잘못하는 연애는 거의 없다라고 생각하던터라 저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나쁜 년은 누군가에게는 그 누구보다 불쌍하고 애달픈 착한 여자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겉멋이 아닌 누가봐도 참 다 꺼내놓았구나 싶을 정도의 진솔한 연애이야기는 아이엄마인 내게도, 어쩌면 생애 마지막 연애는 곁에 있는 사람이겠구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공감도 부러움도 무엇보다 독서가 주는 재미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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