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썸머였다
이마치 지음 / 알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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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썸머였다>를 저녁을 다 먹고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차 한잔과 함께 펼쳐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연애이야기를 이제 막 백일이 지난 아이엄마에게 어떤 감흥이 있을까 싶을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줄곧 육아뿐이었던 남편과의 대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연애는 한 편의 드라마같았는데 아픈 자신을 위해 무작정 달려와주는 전남친, 막무가내며 제멋대로인 성격을 참 잘도 이해해주었구나 반성하며 그리워하는 글들을 보며 남편에게 이전 사랑이 어떠했냐고 묻기보다는 우리의 연애는 이처럼 멋있지 못했노라고, 다소 아쉽기도 하다며 농담반으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이미 헤어진 과거의 사람을 그리워하며 애틋한 감정으로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마음 속 나만의 방으로 쏙 들어가 오롯이 나의 세상으로 들어가 그립지도 않은 누군가를 그리워해보려는 어설픈 감상에 젖어보기도 했다.


사랑이야기도 결국 누군가의 먹고 사는 이야기인지라 이제는 젊은 날이라 추억하게 되는 직장인으로서의 과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거의 매일 야근에 주말출근을 하며 저자처럼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겨하던 그때에 도시락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손은 쉴새없이 마우스와 키보드에 올라가 수치를 확인하고 비교하느라 젓가락을 들고 먹는 것이 사치였던 그때,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커피와 함께 초코바였다. 그래도 어릴 때라 초코바를 먹으며 일을하는 것이 생각만큼 초라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입사때와 퇴사때의 몸무게가 10키로 이상 차이났던 걸 생각하자니 이제사 울컥해지기도 했다. 그시기에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저자와 내게도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사랑했던이 아닌 고마운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 어쩌면 실례이기도 한데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니 더 미안했다.


이 책의 제목은 영화<500일의 썸머>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를 비교적 최근에 보아서 그런지 애초에 둘 중 누구 한 사람이 잘못하는 연애는 거의 없다라고 생각하던터라 저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나쁜 년은 누군가에게는 그 누구보다 불쌍하고 애달픈 착한 여자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겉멋이 아닌 누가봐도 참 다 꺼내놓았구나 싶을 정도의 진솔한 연애이야기는 아이엄마인 내게도, 어쩌면 생애 마지막 연애는 곁에 있는 사람이겠구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공감도 부러움도 무엇보다 독서가 주는 재미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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