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이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1
박민정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독이모

서유럽에서 그토록 훌륭한 문학작품이 많이 배출된 까닭을 알겠다고 친구는 말했다. "이런 날씨라면 자살하거나 소설을 쓰거나 둘 중 하나여야만 할 것 같은데." 77쪽

박민정 작가의 소설<서독 이모>는 ‘나’우정의 이모와 그의 남편 클라우스를 내세워 독일통일을 비롯 해외입양문제, 통일 전후 동독민의 삶, 한국대학내의 성폭력과 관행 그리고 남북한의 통일문제까지 100페이지의 얇은 분량과는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대학원생의 ‘논문쓰기’와 ‘글쓰기’라는 큰 틀안에서 충돌이나 어긋남없이 언급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우정의 이모 경희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 ‘서독 이모’라고 소개하며 작가의 길을 가는 조카에게 ‘통일’이라는 소재에 대해 글을 써볼 것을 권한다. 이 시대의 젊은층의 어느 누구도 이전처럼 통일을 제 살의 난 상처처럼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독 이모의 제안에 우정은 교수라는 이모의 직함에 어울리지 않을정도라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논문을 위해 알게된 독문학 최교수의
과한 기대와 독려로 논문은 통과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모와 실종된 이모부 클라우스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더 깊어진다. 언젠가 그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면서 독일 통일에 대해,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삶에 관해 알게되면서 서독에서 지식인으로 살아야했던 이모가 어쩌면 동독의 지식이었던 클라우스에게는 허물 수 없는 벽이 존재했을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분량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소설이 어느 한 곳 틈없이 흥미로워 단숨에 읽고서도 쉽사리 리뷰를 적을 수 없었던 것은 작품 속 우정이 본인 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읽힐 수 없은 소설을 쓰는 것과 같았다. 클라우스의 이야기가 우정에게 드라마투르기처럼 느껴졌지만 쉬이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난 후 서두에 옮겨놓은 발췌문처럼 아무런 자료도 없이 써내려가듯 이 리뷰도 그런 방식으로 쓰게 되었다.

즉 드라마투르기는 하나의 스토리에 대한 비평적 시선 및 연출을 위한 이론적실천이다. 그렇다면 지성의 장場에서 그 책임을다하기 위한 우정의 논문 쓰기, 그리고 그녀의 이모와 클라우스의 삶을 주제로 하는 소설 쓰기의시도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드라마투르기라고 보아도 좋겠다. 106쪽,작품해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