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하게 살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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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게 살기 -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책을 읽기 전 표지와 소개글이 땀흘리는 삶, 최소한의 노동의 의무를 실천 하는 삶을 살려고 했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상냥하게'보다는 '성실하게'에 가까운 내용처럼 보였다. 1부까지는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2부에 접어들면서 편집자가 원제목 '섬으로 가다', '섬에 살다'를 한권으로 묶으면서 책 제목을 '상냥하게 살기'로 바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섬으로가게 된 취지와 그곳에서 적응하는 정도로 이 책을 귀향 혹은 자급자족하는 삶으로 전부 포괄할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낭만적이다. 혹시라도 정치이야기나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 혹은 고발 등의 내용이 버겁다면 1부까지만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각각 소제목을 달긴 했지만 1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2,3,4부는 자기반성과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시에 살면서 편리한 삶에 물들지 말고 자급자족 하고 생명을 중시하며 먹거리에 신경쓰자고 떠들어봐야 똑같이 혜택을 누리는 까닭에 별 소용이 없다. 글과 아이들에게 전하는 교육을 통해 정신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보이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떠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교통수단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불편할 게 뻔한 섬으로 들어간 그는 농사를 시작했다. 섬으로 간다길래 고기와 조개를 캐러가는구나 했는데 의외로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내용이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콩, 딸기, 아욱, 배추, 당근, 파, 양파 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데다 닭도 치고 오리도 기른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첫 수박농사에 맛도 빛깔도 좋은 수확물을 거둔 장면에서는 농사에 소질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곳에서 원하는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전쟁이 나도 1년 정도 걱정없겠다 하는 내용에서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었는데 그 바로 아래 문장에 나처럼 피식 웃는 사람들에게 경고아닌 경고를 남겨 반성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내가 감히 전쟁을 경험 한, 전쟁을 경험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손한데 웃음이 난 것은 설마 그럴일이 있겠냐 하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분단국에 살면서, 휴전상태인 나라에 살면서 경솔한 웃음이었다. 저자의 글은 곳곳에 그런 웃음을 밖으로 내보이며 안으로는 반성과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글이었다. 손과 머리위로 오르내릴 만큼 정을 붙인 닭을 잡아먹은 일도 다른 독자들처럼 다른 닭을 먹지 굳이 그 닭을 잡았어야 했을까 못마땅했는데 그 닭 아닌 어떤 닭이든 생명으로 보자면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있겠는가.

 

48쪽

수많은 생명에 둘러싸여 사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수많은 이별도 맛보아야 한다.

 

1부는 웃다가도 이내 심각해지는 묘한 풍경을 자아내며 읽었다. 그래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땀흘리는 저자의 모습을 응원하고 내심 부러워하며 읽었다. 바로 2부 부터 시작인데 1부에서도 잠시 그가 교과서 편찬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고 그의 작품 하나가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현 일본사회의 부조리와 잘못된 관습 등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시작된다. 초반에 얼마전 읽었던 '나의 조선미술 순례'저자 서경식님의 형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누구의 탓이라기 보다는 행동하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내 탓이려니 싶었다. 저자도 어쩌면 그 점이 가장 못마땅한 것일지도 모른다. 잘못되었다고 불평만 할 뿐 나서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심지어 섬까지는 못가더라도 편의를 떠나 진정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교과서문제는 밖에서 볼 때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몰아서 비난했는데 그 안에서도 저자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서글펐다. 교과서 문제가 왜 이권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는지 답답하다. 3부에서는 2부에서 강조한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점을 제대로 부각시켜준다. 중간 중간 어린이들이 직접 지은 시 작품을 보여주는데 내용이 기가막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아이들만큼 솔직하게 그리고 거리낌없는 문학을 창작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보인다. 저자의 대표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 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아이들의 의견이 현 사회에서는 환영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애석해한다. 이 책에서 거듭강조하는 자립적인 삶,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삶을 모토로 하기에 아이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의 소망대로, 만들어놓은 제도아래 쫓아오기에도 버거운 세대들이 지금의 아이들이다. 교과서문제에서도 잠시 나왔던 내용으로 아이들은 그저 부모에게 효도하고 단체생활에서 튀지 않으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하는 그야말로 하나의 부품이나 도구로 성장한다는 내용이 현실이었다.

 

226쪽

가족 붕괴의 원인과 양상은 저마다 다르므로 방관자적인 제삼자의 입장에서 비판만 하는 일은 삼가야겠지만, A의 가정처럼 사소한 일상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있다면 아이들의 불행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마지막 4부는 문학가로서의 저자세계를 보여주며 앞에서 추천하거나 언급했던 작가, 삽화가, 출판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현실과 작품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냈는지 자신의 작품이 쓰여지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말해주는데 마지막 글, 태양의 아이를 집필 한 후에 마사유키와 구니히로에게 쓴 편지는 이 책의 전체를 축소한 느낌이었다. 메멘토모리. 지난 해 읽었던 강상중 교수의 '마음'이라는 책에서의 핵심주제가 메멘토모리였다. 하이타니 겐지로 역시 마지막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 하지만 그 절대적인 죽음에 그저 순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형의 죽음을 통해 사회에게 말하고 싶었던 부분,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자세가 담겨 있었다.

 

313쪽

마사유키, 그리고 구니히로.

나는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열아홉 살 때 오키나와의 '오'자도 몰랐단다. 젊은이들의 감수성이 언젠가 죄인의 나라 '일본'을 단죄하고, 그리고 부활시키리라고 나는 믿어.

 너희는 태양의 아이니까...... 

 

일본, 그리고 유사한 나라의 문제와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간파했던 저자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미 세상에 없다. 하지만 그가남겨준 보물같은 책들이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이제 겨우 그의 책 2권(이 책은 한권으로 묶은 것)을 읽었을 뿐이니 참 다행이란 생각한다. 잠깐 잠깐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작가로서의 고집도 엿보이지만 바로 그런 고집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며 타인을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냥하게 살기. 단순하게 친절한 삶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정도로는 한없이 부족한 상냥함, 그런 삶을 추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할지 어깨가 은근히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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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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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멸치로 다시를 낸 물을 끓였다. 불린 미역을 볶다 조선간장을 약간 넣고 멸치다시물을 부어 미역국을 끓였다. 시금치나물과 도라지나물을 접시에 담고 어제 새로 담근 김치도 담았다. 선경이 좋아하던 갈치 한 토막을 물에 씻고는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올렸다. 간장에 졸여서 볶은 멸치와 마늘종볶음도 접시에 담았다. 처음으로 선경을 위해 차린 밥상이었다. - 367쪽-


식당사장 장만호. 만호는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컨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 등록금을 달라고 엄마를 졸랐으나 뺨을 맞고 그에 대한 분풀이로 학교도 때려치고 나염공장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이십년 가까이 자신의 꿈이자 희망이 된 황동하를 만나 노동운동가의 삶을 시작했다. 식당사장과 노동운동가. 평생 노동운동만 하고 살 줄 알았던 만호도 레미콘에 깔려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지면서 과연 노동운동은 커녕 다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함께 활동하던 포카형이 자신이 운영하던 갈비집을 넘기겠다고 제안하면서 식당사장이 될 수 있었다. 집을 뛰쳐나온 뒤 공장가 노동판만 전전하다보니 식당일은 엄두도 못냈는데 막상 따져보니 어린시절 꿩도 잡아다 팔고, 종아리보다 더 두꺼운 칡도 팔아봤고 심지어 중학교 3학년 때는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돈을 받을 정도였으니 아에 장사수완이 없지는 않았다고 자신한다. 그의 호기처럼 공단솣불갈비는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아내이자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선경의 박리다매식 경영전환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마침 늘 자신의 우상이자 꿈이었던 황동하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급기야 아내에 만류에도 동업을 제안해 만동이갈비라는 큰 체인사업까지 벌이며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하지만 황동하는 더이상 그가 생각하는 노동운동을 하고 부조리에 맞서 싸우던 지지않는 별이 아니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아내와 재결합을 하고 무시받던 처가에서 인정받으면서 점점 그는 돈의 노예가 되어간다. 황동하를 본부에 앉혀두고 밖으로 영업을 돌던 만호가 당뇨로 병원에 입원 한 2달 동안 그들의 동업은 산산조각 나고 애써 일군 갈비사업을 홀라당 동하에게 빼앗겨 버린다. 동하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에 불탄 만호는 어머니의 간호로 지쳐버린 선경도, 더이상 아빠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딸 현진을 애써 모른척 하며 오리고기로 새사업을 시작하고 불안했던 주변사람들의 우려대로 사업은 크게 망한다. 그리고 가장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 시점, 자살을 하기 위해 대교위를 걷다가 경찰손에 붙들려 식당에 앉아있다. 죽으려는 그에게 경찰은 아무렇지 않게 밥은 점심은 먹었느냐고 묻는다. 어이없어 하면서도 끌려가듯 따라간 식당 풍경을 보며 잊고 있었던 밥, 그 따뜻한 밥 냄새에 다시금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


접시에는 큼지막한 무 깍두기가 수북하고 갓 지은 듯한 새하얀 쌀밥 위에서는 더운 김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중략- 고깃결대로 잘게 찟어서 넣은 양지머리, 큼직하게 잘라 넣은 대파, 토란대, 숙주나물, 고사리가 들어간 육개장 한 그릇. -12쪽-


식당사장 장만호 라는 타이틀만 보면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나 묘사가 자주 등장할 것 처럼 느껴지겠지만 도드라지게 표현되는 부분은 보통의 작품들보다 적은 편이다. 선경이 다시 그에게로 마음을 열 때, 그가 다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열릴 때 읽는 순간 머릿속에 글자 그대로 떠올릴 수 있게 그런 표현들을 많이 아낀 듯 싶었다. 만호가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 초심을 되찾으려 할 때 만나게 되는 도원스님, 경우형의 등장은 밥의 의미와 고마움을 잊고 사는 독자들에게도 참 고마운 사람이다. 밥이란 하늘같아서 혼자만 먹지 말고 나눠먹어야 한다는 부분도 맘에 와닿았다. 불교의 경구가 몇 차례 등장하지만 공단숯불갈비와 이웃하는 자전거 대리점에서 늘상 들리는 찬송가처럼 작가는 종교마저 따뜻한 한 끼의 밥상 처럼 포용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의 온도, 밥을 먹기에 좋은 온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작가는 말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역시나 김이 나는 밥을 함께 앉아 먹는 것,  가족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은 선경이 만호에게 바라던 그 한 가지였다고 느껴졌다. 날이 추워서일까? 느티나무 식당 메뉴판의 적힌 따스한 밥 한 그릇, 따스한 비빔밥 한 그릇, 따스한 국수 한 그릇, 따스한 국밥 한 그릇 이 전부인 그곳에서 한 끼 제대로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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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1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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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 vol.1

 

한글판 8호를 먼저 만나고 드디어 1호를 만났다. 1호에서 다룬 키워드는 코펜하겐, 당근, 웨스턴버트, 치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마차, 라벨로 그리고 시.리.얼.

 

여행지로서의 코펜하겐은 어떤 느낌일까? 신비함? 자연? 혹은 낯설지만 익숙함이라고 생각했다. 코펜하겐에서 맨 처음 소개한 장소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이다. 덴마크 해안에 설립된 이곳은 덴마크 사람들이 코펜하겐에서 주말을 보낸다고 가정했을 때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곳이라고 한다. 해안가에 지어진 것 만도 놀라운데 미술관 주변으로 숲길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고 분위기 자체가 숲속 정원에 나와있는 기분이라는데 읽고 있으면서도 가고 싶다라는 말만 연발하게 된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백미는 자코메티의 전시실인데 작품을 따라 걷게되는 동선까지를 세심하게 신경 써, 미술관 안팎의 경계가 모호 할 정도로 통유리를 통해 밖의 전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 다음으로 소개 된 곳은 요즘 한창 유행하는  S 체인 커피숍의 맞춤커피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트럴 호텔&카페 였다.


바리스타가 일하는 바 앞에 마련된 2개의 스툴이나 양쪽 벽면을 따라 붙여놓은 긴 벤치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앉으면 된다. 메뉴로는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커피 그리고 패스트리, 컵케이크와 달콤한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다. -23쪽-


호텔의 경우 무료 인터넷은 물론 자전거까지 이용할 수 있어 주변을 산책하기에 편리하다는데 화려하고 넓직한 방을 원하는 분들은 별로 반기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호텔은 침대, 샤워기, 세면대, 변기 등 꼭 필요한 것만 갖춘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호텔이기 때문이다. 혼자 혹은 절친과 단둘이 여행을 한다면 분위기와 낭만보다 이런 호텔이 훨씬 맘에 들 것 같다. 기호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테이크아웃해서 주변을 거니는 상상만 해도 들뜬다. 실제로 이곳에 장기투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시간많고 돈도 여유있는 로맨티스트라면 서두르는게 좋을 것 같다. 미술관, 호텔 그리고 카페를 지나 눈에 확 띄는 기사는 단연 '당근' 캐롯이다. 2년 전 당근케이크를 생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는 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도 좋아 매 생일마다 당근 케이크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생일케이크는 본인이 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이 되진 못했지만 타인에게 케이크를 선물해야 한다면 무조건 당근 케이크를 선호한다.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진짜 맛이 좋기 때문인데 시리얼에서 그 이유를 속시원하게 알려주었다.

장담하건대 당근은 케이크로 만들면 정말 좋은 채소 중 하나다.  -중략-  그도 그럴 것이 당근은 사탕무를 제외하면 채소 가운데 당분 함유량이 가장 높다. - 51쪽-


실제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1970년대 5대 유행 음식에서 5위를 했다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역사적으로 당근은 저렴한 식재료치고 달콤한 맛을 낼 수 있어서 대체된 재료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재료로써 당근은 저렴할 지 몰라도 완성된 케이크로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오히려 일반 생크림이나 치즈 케이크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돈주고 사먹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시리얼에 공개된 당근케이크 레시피를 참조 해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당근 케이크와 함께 마셔도 좋은 마차 이야기를 하자면, 언니가 일본에 거주 할 때 데리고 간 초밥집에서 처음 진짜 마차를 마셔봤다. 간장과 고추냉이와 함께 마차가루가 비치되어 있어 식사 전 후는 물론 중간 중간 국물 대신 마셨는데  시리얼에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품질에 따라 가격차가 크고 마차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삼킬 수 조차 없을 만큼 쓴맛이 날 수 있어 집에서라도 제대로 도구를 갖춰야 한다. 귀국한 언니가 종종 밥에 마차 우린 물을 부어서 먹는 모습을 봤는데 일본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비슷한 장면이 간혹 나온다. 밥을 차에 말아 먹는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담백하고 향이 적당해 국물대신으로도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시리얼에 대한 역사 등 시리얼을 떠올렸을 때 식사대용, 다이어트 식품 그리고 우유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페이지가 알차게 실려있다. 우유에 시리얼을 부어놓은 볼 사진들은 언제봐도 역시 아침이란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물론 바쁜 현대인의 아침으로 대표되기도 하지만 신선한 우유와 바삭바삭한 소리만큼은 건강하고 기분 좋은 아침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시리얼 창간호에는 그 느낌이 제대로 담겨있고 미처 리뷰하지 못한 멋진 기사들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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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고 싶은 프랑스 여자들의 서랍 - 꾸미지 않은듯 시크하고 우아한 프랑스 여자들의 내추럴 라이프스타일
티시 제트 지음, 나선숙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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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고 싶은 프랑스 여자들의 서랍 - 티시 제트.


뉴욕에서 일한 다는 것, 그것도 잡지에 패션 컬럼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젊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텐데 심지어 프랑스에 가서 스타일 에디터로 활동하다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한 저자 티시 제트. 책 프랑스 여자들의 서랍이 훔쳐보고 싶다기 보다 그녀의 인생 서랍을 홀딱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그녀조차 프랑스 여자들에게서 배워가고 흉내내며 따라하고 싶었다고 하니 도대체 프랑스 여자, 그들의 서랍에는 진짜 뭐가 들어있는걸까?


프랑스 여자들은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약점을 숨긴다. 친한 친구들 이외에 다른 누구한테도 자신의 두려움이나 실패나 결함에 대해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29쪽-


초반부터 뜨끔했다. 저자는 미국인인지라 미국인의 성향과 비교했지만 우리 주변만 봐도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초면인 사람들과 친해질 때 자신의 장점보다는 실수나 실패담을 통해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말하고 실제로는 결코 자신이 부족하거나 실수투성이가 아니란 것을 상대방이 다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성격이나 성향은 비단 프랑스 여인들이라고 한정 짓기는 무리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짧은 여행 중에 느낄 수 있었던 만큼 프랑스 여인들의 스타일, 외적으로 보여지는 아우라는 나조차 저건 무조건 배우고 싶다고 느꼈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바로 피부다. 아이크림과 선크림을 여전히 목숨처럼 여기기는 커녕 일주일에 2회 이상 바르지 않는 나에게 주변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넌 이미 늦었다 였다. 한데 티시 제트는 얼굴과 몸에 특별관리를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말해준다. 이렇게나 반가울때가.  물론 프랑스 여자들은 어머니나 할머니로 부터 관리하는 방법과 중요성을 어릴 때 부터 듣는다고 하니 후천적으로 잘 관리된 피부인 것은 맞다. 저자가 배운 것은 이런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다름 아닌 프랑스 친구들은 단골 피부과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피부과는 즉 성형외과와 같은 개념으로 여드름이 온 얼굴을 뒤덮거나 반점 혹은 사과얼굴이 되지 않고서야 두드리기가 어렵다. 저자 또한 그랬던 것이 프랑스에 와서 친구들을 사귀면서 달라졌다고 한다.

 

"전문적인 진단 없이 자기 피부가 건조하다거나 기름지닫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단순히 잘못된 제품을 사용했다거나 뜨거운 태양 혹은 에어컨 같은 안 좋은 환경에 심하게 노출되어 생기는 반응일 수가 있죠. " - 46쪽

 

카더라 통신에 의지하는 것 중 많은 부분이 바로 화장품과 피부에 대한 것일텐데 반성하게 된다. 나이대에 따른 화장품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는데 20대 라인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품을 30대의 여성이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피부과에 한 번만 방문해도 클렌징이나 피부관리에 관한 간단한 규칙을 듣고 따라하기만 해도 좋은 피부를 유지할 수 가 있다고 한다. 노화를 방지하는 3가지는 바로 수분.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모 브랜드의 수분크림은 대용량 제품이 늘 베스트셀러라고 불릴 만큼 보습에는 남녀가 없고 노소도 없을 정도다. 이런 보습 제품 또한 나이에 따라 제품 선택이 달라진 다는 사실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더불어 70세까지 40대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투자비용이 1년에 2500유로, 한화로 300만원이 넘는다.  저자는 비용은 들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피부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해주지만 숫자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물론 맛집 탐방을 계산해보면 먹지말고 피부에 양보하라는 광고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해가 떴을 때, 그리고 해가 지면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알려주는 데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은 둘째치고 내 피부가 지금 이정도인게 얼마나 큰 복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자외선 차단 크림과 클렌징은 가장 기본으로 그리 어렵지 않으니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해서는 안된다. 세번째 서랍은 드디어 메이크업, 화장에 관한 팁이다. 내가 유독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파운데이션. 서른이 훌쩍 넘었어도 여전히 난 파운데이션을 뭘 발라야 하고 어떤 컬러가 맞는지 찾지 못했다. 브랜드 마다, 해당 제품 매니저마다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자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내게 맞는 색을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손목에 발라 본다는 유명한 방법이 있지만, 그럴 필요 없다. - 88쪽-


흔히들 심지어 뷰티블로거들 마저 파운데이션은 물론 유사 제품들을 테스트 할 때 손목이나 손등에 발라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혈관들 때문에 아무소용이 없다고 한다. 위가 아닌 아래, 바로 손바닥에 발라 보면 된다고 한다. 손바닥의 혈색과 반대되는 색으로 고르면 균형이 맞고 색이 보정된다고 하니 당장 화장품 가게에 가서 테스트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손바닥에 발라보는 나를 이상하게 볼 매니저들의 시선이 걱정이 되기는 한다. 네번 째 서랍에서 배울 수 있는 팁은 헤어스타일이다. 펌보다 컬러링을 좋아하는 내 경우에는 염색 전날 팩은 커녕 염색물이 잘 들지 않을까봐 샴푸만 했는데 오히려 헤어마스크를 한 뒤 씻어내지도 말고 가야한다. 또한 염색할 때 무조건 밝게를 외쳤었는데 절대 원래 모발보다 한 두 단계 이상 진하거나 연한 색을 하면 안되며 저자도 나처럼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여섯번 째 서랍은 옷장, 어쩌면 피부나 화장 그리고 헤어보다 바로 이 패션 스타일에 대한 궁금증에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도 다른 책과 다르지 않다. 명품이 아니라, 한 디자이너의 옷만 줄기차게 입기보다는 다양하게 매치해서 입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본능을 믿고 그 본능에 따라 옷을 구매해야지 사놓기만 하고 입지 않는 옷들이 쌓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본능과 착각은 분명 다르므로 결코 오해해서는 안된다.

 

"언제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 자신을 표현해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알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죠" - 184쪽-

 

총 여덟 개의 서랍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관리하는 여성'이 곧 프랑스 여성이었다. 타고나기를 예쁘게 태어난 사람들은 특별하게 관리하지 않아도 언제나 빛이 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이 더 많은데 어째서 프랑스 여성들은 모두 예쁘게 태어난 것처럼 느껴지냐면 바로 후천적인 관리, 그리고 관리가 필요하다면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관리받는다고 하면 흔히 골드미스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녀들과 프랑스 여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관리를 대신 할 수가 없다. 왜냐면 돈을 벌기위해 정말 중요한 기본수칙을 상실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샤넬의 말처럼 다른 날도 아닌 바로 오늘이 내 생애 가장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으로 매순간 순간을 꾸미는 것이 여자의 특권이고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을 늘 존중하는 것 안팎이 다르지 않은 그 마음과 하루하루를 즐기는 마인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단순히 프랑스 여자들이 어떻다라는 식이 아니라 정말 실질적인 팁과 조언이 가득해서 정말 놀라웠다. 한번 읽어서도 빠르게 읽을 수도 없는 책이다.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파우더룸이나 침대 옆에 두고 계속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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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어떻게 해야 소비병에서 탈출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려고 하는 주제다. -30~31쪽

 

표지에서 보이는 검은 안대를 한 남자와 여자는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 '익명의 소비자'를 나타낸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안대=익명 이라고 바로 인식하지 못해서 지나치게 장난스러운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다 읽고나니 이 만한 표지 일러스트도 없다고 생각한다. 익명의 소비자란 무엇인가. 단적인 예로 책에서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러 가면 판매하는 점원도 구매하는 소비자도 서로 얼굴을 알아보려고 노력한다거나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 그저 형식상의 인사만 주고 받을 뿐 그야말로 '소리도, 인식도 없는' 익명의 소비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저자는 전후세대이면서 소비1세대라고 할 만큼 버블경제를 겪으면서 자라났다. 주5일 근무, 파견근무 형태등이 불러온 소비를 부추기는 시대는 익명과 개인을 중요시 하는 사회로 변질되었다. 애초에 개인이라는 의미는 유럽에서 '이름과 얼굴'을 보장받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지켜가는 존재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름과 얼굴이 사라지면서 홀로남은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 3부까지는 저자의 사업이력을 바탕으로 일본사회가 어쩌다 익명의 소비자 사회가 되었는지를 장황하게 하지만 유쾌하고 꼭 필요한 내용들로만 꽉 채웠다. 덕분에 서문에서 부터 등장하는 낯선 사회학자들의 이름과, 저술 그리고 이론을 별도로 메모하느라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려 읽었다. 여기서 내용이 그쳤다면 이 책의 타이틀은 아마도 익명의 소비자에서 멈췄겠지만 저자는 이전에 발표했던 소상인이라는 단어를 해결방법으로 끌어낸다. 문제만 제기하고 마는 책들과 가장 다른 점이기도하다. 소상인이란 그럼 무엇인가.

 

과거에는 돈이 아니라 노동이 중요했다. 노동하기 위한 신체와 기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그런데 사회 전체가 소비화하면서부터는 소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즉 돈이 있는지 없는지가 유일하게 중요한 잣대가 되어버렸다. - 47쪽-

 

소상인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동네 빵집이다. 직접 굽고, 판매도 직접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지만 경제적으로는 크게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상인. 저자가 말하는 소상인은 내가, 그리고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규모가 작은게 아니라 경영방침이 무리하게 경제성장을 요구하는 것을 지양하는 형태가 소상인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교육을 받고 직접 신사업전략을 강의하러 다닐 만큼 사업적 마인드나 스킬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망했다. 10년동안 투자받은 5억에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 한 2억까지 총 7억을 날린 셈이다. 물론 그당시에도 스스로 사업의 전략이란 것은 없고, 그저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반드시 어떻게 해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라는 식의 경영마인드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전국에서 그를 찾아오는 비즈니스 맨들은 사업이 축소되고 위기에 놓이자 더이상 그의 사업은 미래가 없다며 그를 떠났다고 한다. 그럼 저자는 단순히 실패한 사업가인가? 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분명 그는 번역사업을 성공시켰고, 현재 집 가까운 곳에서 개인사업을 하며 빚을 갚아가고 있다. 돈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윤택한 삶을 위한 소비생활을 제대로 찾아낸 것이다. 바로 그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하지만 누구나 소상인이 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소비하지 않고 사는 삶이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먹고살기 위한 기본적인 소비를 '소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구매하는 것, 낭비하는 것,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앞서 언급했던 주5일 근무와 파견근무 형태도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를 만드는데 핵심사항이지만 또 다른 하나가 '핵가족화'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독립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본가에서는 생필품을 사느라 돈을 써본 경험이 거의 없지만 독립하는 그 순간 내가 마시는 물, 씻기 위해 사용하는 세면도구 그리고 빨래할 때 사용하는 세제 등 벌써부터 추가적인 소비활동이 시작된다. 얼핏 보면 앞서 열거한 주5일제, 파견근무 형태는 근로자들을 위한 시스템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조금만 들여다보면 모두 기업을 위한 시스템이다. 제화와 여가를 누리기 위해 근로자들은 소비해야 하고, 안주하고 싶어도 안주 할 수 없는 근무형태는 결코 근로자들이 원한 삶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점점 갈 곳을 잃는다. 이름 없는 소비자로서 그저 기업을 살찌우기 위해, 새장 속의 통닭 같은 존재가 되어 돈을 쓰고 기업의 이익을 창출시킨다. 이런 구도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탈소비자'를 지향하는 길이다. - 127쪽-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비관하고 어쩔 수 없다며 소비해서는 안된다. 저자의 말처럼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얼마전 읽었던 '적게 소유하며 살기'라는 책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안쓰는게 미덕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싸게만 사는 것도 미덕이 아니다. '좋은 것'으로 '꼭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스팬드 시프트'라는 용어로 책에서 자주 언급했다.  동네목욕탕에 가면 아줌마들이 시시콜콜 집안얘기를 한다고들 하지만 서로 잘 모르는 동네주민끼리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만한 장소가 요즘은 많지 않다. 그 때문에 오히려 장인들의 가게가 더 화제가 되고 줄을 서는 맛집으로 통하는게 아닐까. 소비를 그만두다라는 타이틀 처럼 무조건 안사는게 아니라 효율적인 소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올바른 생각-저자는 결코 돈의 가치가 낮다거나 불필요 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을 갖게 하는 재밌는 책, 소비를 그만두다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인상깊은 구절

원래 책은 그리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다. 책이 100만 부가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성과 정보 중 무엇을 추구한 결과일지 궁금해진다. 지성을 추구하는 사회라면 한권이 100만 부 팔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책들이 1만~2만 부씩 팔려야 하지 않을까?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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