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도쿄
김민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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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딸로 태어난 당신에게 추천하고 픈 책.

 

엄마와 도쿄를 여행했던 세번 중 단 한번도 나는 엄마와 걸었던 그 길이 그리워질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노트나 블로그에 옮겨적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었던 것은 엄마의 예쁜 모습을 소유하기 위해서지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책을 읽기전에도 엄마와의 도쿄가 아닌 도쿄에서 오랜시간 머물었던 언니, 그리고 언니와 손잡고 걸었던 길을 떠올리기 위함이었다. 엄마의 도쿄를 읽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에 엄마는 '부재'였다.

첫장을 읽는다. 프롤로그에서 짐작했어야했다. 내가 울겠구나하고...

 

첫 챕터는 엄마와 함께 다녔던 음식점 혹은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후에 중복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신경쓰이진 않았다. 오히려 이 음식, 그 음식점에 더 가고픈 맘이 들었다. 커피를 좋아하던 작가의 엄마는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단 한번도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커피라는 것은 마시는이를 위한 정성이라 느꼈기에 그랬단다.

 

엄마는 스타벅스 커피를 절대로 마시지 않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다맵를 피울 수 없고, 모든 게 셀프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커피는 누군가가 정성 들여 내리고, 따르고, 가져다 주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30

 

난 반대의 이유로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한다. 모든 것을 '셀프'로 하는 그 점이 좋아서 스타벅스에 간다. 음료를 제조하는 과정만 빼면 철저히 나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좋았다. 누군가가 날 위해 정성을 선물하기 보다는 어딜가도 혼자이기 싶지 않은 공간에서 철저히 혼자이길 원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 점차 혼자있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아마도 그녀처럼 스타벅스보다 진하고 진한 커피한잔을 날 위해 제조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의 카페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마흔전에 남편과 사별한 엄마를 바라보는 모범생 작가의 넋두리는 차분하고 정겹지만 내 마음은 불편하고 서글퍼졌다. 생계를 책임지는 그래서 담배와 커피를 떼어놓을 수 없는 엄마를 위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공부였기에 사고치지 않는 것이기에 그정도만 엄마를 위했다는 그녀. 고작 공부하는 것으로 온갖 생색과 유난을 떠는 보통의 나와같은 이들은 자신의 엄마에게가 아닌 모범생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암투병으로 고생하던 때도 그녀는 묵묵히 일상을 지키는 모습이 놀랍도록 대단해보였다. 지난 해 외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던 때 나의 엄마도 그랬다. 외할머니가 서울에 거주하고 엄마는 시골, 버스도 하루에 두번밖에 다니지 않은 시골에 살면서도 일주일에 세번식 꼭 외할머니를 방문했고 병원가는길을 동행했다. 그래서 더 대단해보였다. 그것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옆에서 보았기에 알 수있었다. 지금의 나보다 어쩌면 어렸을지 모를 나이에 그녀는 그런일들을 했다는 것이 엄마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알 수 있었던거다.

나는 무서우니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다. 엄마는 괜찮다고 엄마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있다"는 한 마디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희망이 샘솟던 시절이 가슴 시리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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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의 하늘이었던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도쿄의 음식점, 옷가게 그리고 해변의 이갸리르 들려줄 때 내곁에 함께 숨쉬는 것 같다. 작가인 딸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녀의 엄마가 코멘트를 해주는 것처럼 내가 앉아있는 양옆에서 조금도 소란스럽지 않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애초에 언니와의 도쿄를 추억하기 위해 읽었는데 책을 다읽은 지금 곁에는 엄마만 남았다. 엄마가 아직 내 곁에 살아계시다는 그 한가지만큼은 내가 작가보다 더 '운이 좋은' 것에 감사하고 싶다. 하지만 진짜 운이 좋은지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을 때 까지 간신히 울음을 참았나. 난 아직 울자격도 시기도 만나지 않았은까. 엄마의 도쿄를 읽고 나서 무언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치만 난 이책을 언니에게 그리고 '딸'로 태어난 또다른 누군가에게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감성적인 사모곡은 쉽게 만나지는게 아니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그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나는 호스트 파더에게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았다.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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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 1년 배워 10년 써먹는 인생을 바꾸는 성장 프로젝트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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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무섭다. 라고 늘 생각해왔다. 동명의 책이 어떤 내용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자주 읽는 여자들은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들 덕분에 조금만 익숙한 문장이 나와도 금새 싫증을 내거나 비교하려드니 한편으로는 서글퍼보이기 까지한다. 왜냐면 지나치게 너무 많은 책을 읽어 왠만해서는 새롭게 다가오지도 않을 뿐 더러 이미 알고 읽었던 내용을 만나게 되면 책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 할 때. 이 책은 책을 많이 읽은 독서컨설턴트라는 직함까지 가진 작가의 책이다. 25살 되던 해에 이미 첫 책을 출간한 만큼 읽은 책도 많고 그것이 거름이 되어 프로페셔널한 작가가 되었다. 자신이 읽으면서 좋았던 문구를 모아두었을테고 자신도 모르게 그 좋았던 문장들을 되새김질하여 책에 담았을 확률이 높다. 책을 읽다보면 아, 이 내용은 어느책에서, 저 내용은 그 책에서 가져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만약 그책들을 이전에 읽지 않았거나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에 관심이 적었던 이들은 그런 류의 책을 이 책 한권으로 두루두루 만나볼 수 있고 심지어 문체또한 사보기획자 출신이어서인지 친근하게 마라!해라!식이니 눈에 쏙쏙 들어와 가슴까지 감동시켰을테니까. 하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 작가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미 주변에서 다독자,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던 독자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요약본 혹은 주석본처럼 느껴지는거다. 더 새로운거를 기대했다거나 공부가 필요할 때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 방법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이들에게는 역시나 이 책도 너무 쉽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책일 뿐이다.

공부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퇴근 후 할 것 다 해가면서 짬을 내어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작심삼일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도록 3일마다 점검하고 보상을 해주며 등등은 적당히 비슷한 류의 책을 서너권만 찾아 읽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좀 더 현실적으로 친근한 말투로 고쳐적었을 뿐 이다. 이 책을 집중해서 읽은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다른 걸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끝나진 않을거야, 설마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건 아닐텐데 하는 바람. 하지만 마지막까지 크게 벗어나지 않은 테두리에서 나도 이렇게해서 평범했던 그녀들도 이렇게했어!라는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끝까지 안겨주다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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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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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의 신간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이책을 이야기 하면서 전작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을 언급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다. 마치 시리즈처럼 닮은 듯한 책표지도 그렇고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과 역사적 사건의 틈사이로 한 인간의 기구하지만 재기발랄한 삶이 녹여져있는 구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작에서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성'이 좀 더 크게 부각되었다면 이번 작품의 까막눈이 여자 '놈베코'는 우연도 우연이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녀가 바라보는 시각은 '불행'이전에 '희망'이라는 점이다.

 

놈베코.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이름없이 태어나 역시나 이름없이 죽어가게 될 안타까운 흑인 중 하나였던 그녀. 그녀가 태어난 집이나 가정또한 정해져있는 듯한 불운의 시작이지만 '셈을 할 줄 아는'덕분에 그야말로 '똥구덩이'에서도 살아남았다. 어른 아이가 공동변소의 책임자가 되는 것은 물론 말이 안된다. 이 책의 경우 초반이 상당히 중요한데 만약 '말도 안돼!'라고 한번 머릿속에 불이 켜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그저 두꺼운 책일 뿐이다. 이 책을 읽기전 내가 보았던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남긴 저술이었다. 그렇기에 목적이 있는 삶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으며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문자를 읽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그저 연애 혹은 욕망의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 희망을 찾지 못했던 노인, 전갈에게 물리고 금새 죽을 것 처럼 죽는다라는 말만 반복했던 통역사 그리고 홀예르1의 모든 것이 부정적인 여자친구. 도대체 그들은 어쩜 그렇게 불행만을 보려했을까 싶으면서도 퇴근길에 만나는 사람들과 회사에서, 지하철에서 혹은 음식점에서 겪었던 불쾌한 일들만 공유하는 나를 보며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도대체 난 놈베코라면 집에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일을 감동하며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놈베코가 남아프리카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핵무기를 품에 안고 수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때문에 허구같지 흥미롭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 맥락으로 책을 읽게 되면 수백페이지가 금새금새 넘어간다. 심지어 중국인 세자매가 탈출을 위해 핵과 바꿔치기한 육포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도저히 육포를 뜯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놈베코의 '행운'을 위해 죽어간다. 책에서는 건조한 어체로 '깔려 죽었다'식으로 넘어가지만 그런 점이 한편으로는 참 덧없이 죽어버리는 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놈베코의 입장에서는 '방해물'이라는 이유에서 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살포시 들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우려다. 전쟁영화를 볼 때 이름없이 죽어간 엑스트라에도 신경을 쓰는 나같은 이들의 경우에 이것이 그냥 죽었구나 정도로 넘어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홀예르와 놈베코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2세를 꿈꾸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3포에서 이젠 4포 그리고 5포시대라고들 한다. 놈베코와 홀예르의 경우라면 분명 둘의 만남조차 포기해야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대책없음, 2세가 태어났을 때 그들처럼 희망을 보는 것이 아닌 절망을 볼 수도 있다는 가정은 아에 하지를 않았다. 그들이 옳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럽다고 말하고 싶다. 뻔한 불행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그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희망을 볼 줄 아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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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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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는 미술관]읽을 수록 별점이 늘어나는 멋진 책.

미술산문집. 미술은 어려운데 산문은 친근하다. 박현정의 혼자 가는 미술관은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에게는 비단 미술관 뿐 아니라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담은 책이다. 평소에는 혼자서 잘다니는 편이라 특별하게 혼자 가는 이라는 수식어에 마음이 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자의 약력을 읽어보고 책에 호감이 생겼다고 하는 편이 맞다. 학부에서 역사를 그리고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한 이력에 걸맞게 작가와 작품은 물론 그 작품을 담고 있는 장소마저 놓치지 않고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엿보았다.
 
총 12편의 글로 이뤄진 이 책은 어떤 글에는 작자가 또 어떤 글에는 작품이 주인공이 되어 그녀의 상상과 현실의 지식을 전달해준다.  알고 있던 사실을 좀 더 자세히 알게된 것도 있고 전혀 모르던 미술관과 작가들도 소개되었는데 제일 처음 소개된 '천경자'편의 경우는 지나치게 강한 채색만 기억에 남았었다가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이 쓰이는 내용이었다. 화가 스스로가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협회에서는 그녀의 정신이상을 거론하기 까지에 이르뤘다는 이야기에 영화속에서나 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속에서 절필까지 선언한 그녀의 삶을 겁도없이 측은하게 여겨버렸다. 이전에 보았던 그녀의 강렬한 그림이 떠올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오얏꽃문양에 관련된 내용은 저자가 논문으로 담았던 이력때문인지 잘 몰랐던 마지막 왕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역시 무능력한 왕, 나라를 잃고 아내를 잃고 저혼자 살아남은 왕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다른 시각을 접함으로써 홀로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왕으로써 최선을 다해야했던 부담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얏꽃문양의 대한 설명도 이전까지는 잘 모르다가 알게되어 유익했다. 
 
서용선님의 1456년 그해 초여름, 사육신과 그와 관련된 연작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이 한여름인데도 간담이 서늘해지고 뼈가 시릴만큼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모시는 왕을 위한, 스스로가 믿었던 정의를 지키려고 한 사육신의 사연은 잘알지는 못했어도 절개와 지조, 충성에 관련된 일화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 역사적 사실이었기에 피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그림을 눈으로 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오얏꽃문양에 이어 저자의 역사학과 관련된 학식이 돋보이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 담긴 정재호님의 시간이 사는 집이란 작품은 빈티지를 좋아한다면서 새것에만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 자주 다니는 길목에 흉측하게 서있는 낡은 아파트 단지를 보며 재개발은 언제되려는지 궁금해했던 내모습이 오버랩되며 조금은 부끄러웠다. 리버사이드호텔. 정말 작품명이 예술이다.
 

총 12편의 글 중 4편의 감상만 짧게 나열을 해보았다. 말하지 않은 편의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만의 페미니즘과 모성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윤석남님의 이야기도 말하고 싶었고 하루걸러 신문에서 만나게 되는 나눔의집 편의 고인이 되신 강덕경님의 이야기와 작품은 이전 글들에서 느꼈던 아픔과는 다른 먹먹함까지 더해졌다. 아마도 현재 진행형인 일이라 그럴 것이다. 혼자 가는 미술관은 단순히 어떤 작품에 대한 배경과 사연을 이야기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역사적인 사건, 지금 일어나는 사건, 화가들에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에 대한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의 '전달자'같은 책이다. 그래서 다 말할 수가 없다. 한두페이지 읽어보는 것이 아니라 전부를 다 읽었을 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알아보고 찾아볼 때 이책은 별점이 하나 둘에서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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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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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생각보다 두꺼운책. 사진도 많고 텍스트도 많다. 그래서 읽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책. 그치만 재밌다. 열명이 넘는 인물들을 만나는데 한 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놀랍기 그지 없다. 생소한 이름도 보이고 브랜드로 더 친숙한 사람들도 있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서도 아마 인지도 순은 아니었나 싶었는데 그냥 내가 잘몰랐을 뿐 소개된 크리에이터 중에 대단치 않은인물이 있을수는 없었다. 각 주제를 정해 3부로 나누긴 했지만 결국 이들 대부분이 자기고 하고자 하는일에 어떤 영감이나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열심히 즐겼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라왔는 생각이든다.
 
1부에 소개된 크리에이터 중에서는 폴 스미스나 봉투없는 청소기를 개발한 다이슨의 이야기를 지나 영국에서 나고 자라 오히려 저평가된 팝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 편이 좋았다. 비틀즈의 그 유명한 쟈켓앨범을 누가 디자인했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포토샾과 같은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인물 하나하나를 떼어 수공으로 작업했다는 사실은 의외인데다 그리 생각하고 보니 놀랍긴 했다. 물론 그가 그 작품으로 경제적으로 까지 부유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활동영역을 회화로 넓혀가면서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고 책에 소개된 작품을 보면 불편하고 알기 어려운 회화가 아닌 누가봐도 위트있고 풍부한 색감이 소장하고픈 욕구를 일으켜서 더 맘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은퇴설은 여러 연예인을 상기시켜 웃음이 나기도 했다.
 
2부에서는 광고인 케빈 로버츠. 광고인이라고 하면 냉철한 판단력과 철저하게 사람을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라고만 여길줄 알았는데 그가 강조한 것은 사람 그 자체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광고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절대적인 인물로 그의 저서도 엄청 유명하다는 것을 이번 계기에 알게 되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3부에서 아무래도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일 것 같은 왕립예술 학교, 그 아이들이 아닌가 싶다. 정말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드는 것은 물론 그 학교출신이 아닌 이들이 더 많지만 왠지 그곳에 가면 당연하게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후배를 이끌어주는 든든하고 짱짱한 선배 크리에이터들은 덤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을 담은 런던비즈니스 산책이란 책도 함께 읽었는데 약간의 목적이 다를 뿐 중복으로 다루는 인물들이 있어 흥미로웠던 것 같다.
 
왜 지금 런던, 영국을 주목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폴스미스나 다이슨이 말하는 것처럼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위해 노력해왔고 미국과 중국에 가려 제대로 못보았던 것을 두 저자의 노력으로 놓치지않고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즐겨야 하는 것과 사업가로서의 활동은 그와 전혀 다른 세계이기에 원하는 것이 행복인지, 그것을 동반한 경제적 부유함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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