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혼자가는 미술관]읽을 수록 별점이 늘어나는 멋진 책.

미술산문집. 미술은 어려운데 산문은 친근하다. 박현정의 혼자 가는 미술관은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에게는 비단 미술관 뿐 아니라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담은 책이다. 평소에는 혼자서 잘다니는 편이라 특별하게 혼자 가는 이라는 수식어에 마음이 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자의 약력을 읽어보고 책에 호감이 생겼다고 하는 편이 맞다. 학부에서 역사를 그리고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한 이력에 걸맞게 작가와 작품은 물론 그 작품을 담고 있는 장소마저 놓치지 않고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엿보았다.
 
총 12편의 글로 이뤄진 이 책은 어떤 글에는 작자가 또 어떤 글에는 작품이 주인공이 되어 그녀의 상상과 현실의 지식을 전달해준다.  알고 있던 사실을 좀 더 자세히 알게된 것도 있고 전혀 모르던 미술관과 작가들도 소개되었는데 제일 처음 소개된 '천경자'편의 경우는 지나치게 강한 채색만 기억에 남았었다가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이 쓰이는 내용이었다. 화가 스스로가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협회에서는 그녀의 정신이상을 거론하기 까지에 이르뤘다는 이야기에 영화속에서나 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속에서 절필까지 선언한 그녀의 삶을 겁도없이 측은하게 여겨버렸다. 이전에 보았던 그녀의 강렬한 그림이 떠올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오얏꽃문양에 관련된 내용은 저자가 논문으로 담았던 이력때문인지 잘 몰랐던 마지막 왕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역시 무능력한 왕, 나라를 잃고 아내를 잃고 저혼자 살아남은 왕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다른 시각을 접함으로써 홀로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왕으로써 최선을 다해야했던 부담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얏꽃문양의 대한 설명도 이전까지는 잘 모르다가 알게되어 유익했다. 
 
서용선님의 1456년 그해 초여름, 사육신과 그와 관련된 연작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이 한여름인데도 간담이 서늘해지고 뼈가 시릴만큼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모시는 왕을 위한, 스스로가 믿었던 정의를 지키려고 한 사육신의 사연은 잘알지는 못했어도 절개와 지조, 충성에 관련된 일화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 역사적 사실이었기에 피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그림을 눈으로 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오얏꽃문양에 이어 저자의 역사학과 관련된 학식이 돋보이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 담긴 정재호님의 시간이 사는 집이란 작품은 빈티지를 좋아한다면서 새것에만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 자주 다니는 길목에 흉측하게 서있는 낡은 아파트 단지를 보며 재개발은 언제되려는지 궁금해했던 내모습이 오버랩되며 조금은 부끄러웠다. 리버사이드호텔. 정말 작품명이 예술이다.
 

총 12편의 글 중 4편의 감상만 짧게 나열을 해보았다. 말하지 않은 편의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만의 페미니즘과 모성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윤석남님의 이야기도 말하고 싶었고 하루걸러 신문에서 만나게 되는 나눔의집 편의 고인이 되신 강덕경님의 이야기와 작품은 이전 글들에서 느꼈던 아픔과는 다른 먹먹함까지 더해졌다. 아마도 현재 진행형인 일이라 그럴 것이다. 혼자 가는 미술관은 단순히 어떤 작품에 대한 배경과 사연을 이야기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역사적인 사건, 지금 일어나는 사건, 화가들에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에 대한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의 '전달자'같은 책이다. 그래서 다 말할 수가 없다. 한두페이지 읽어보는 것이 아니라 전부를 다 읽었을 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알아보고 찾아볼 때 이책은 별점이 하나 둘에서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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