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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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생각보다 두꺼운책. 사진도 많고 텍스트도 많다. 그래서 읽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책. 그치만 재밌다. 열명이 넘는 인물들을 만나는데 한 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놀랍기 그지 없다. 생소한 이름도 보이고 브랜드로 더 친숙한 사람들도 있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서도 아마 인지도 순은 아니었나 싶었는데 그냥 내가 잘몰랐을 뿐 소개된 크리에이터 중에 대단치 않은인물이 있을수는 없었다. 각 주제를 정해 3부로 나누긴 했지만 결국 이들 대부분이 자기고 하고자 하는일에 어떤 영감이나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열심히 즐겼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라왔는 생각이든다.
 
1부에 소개된 크리에이터 중에서는 폴 스미스나 봉투없는 청소기를 개발한 다이슨의 이야기를 지나 영국에서 나고 자라 오히려 저평가된 팝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 편이 좋았다. 비틀즈의 그 유명한 쟈켓앨범을 누가 디자인했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포토샾과 같은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인물 하나하나를 떼어 수공으로 작업했다는 사실은 의외인데다 그리 생각하고 보니 놀랍긴 했다. 물론 그가 그 작품으로 경제적으로 까지 부유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활동영역을 회화로 넓혀가면서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고 책에 소개된 작품을 보면 불편하고 알기 어려운 회화가 아닌 누가봐도 위트있고 풍부한 색감이 소장하고픈 욕구를 일으켜서 더 맘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은퇴설은 여러 연예인을 상기시켜 웃음이 나기도 했다.
 
2부에서는 광고인 케빈 로버츠. 광고인이라고 하면 냉철한 판단력과 철저하게 사람을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라고만 여길줄 알았는데 그가 강조한 것은 사람 그 자체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광고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절대적인 인물로 그의 저서도 엄청 유명하다는 것을 이번 계기에 알게 되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3부에서 아무래도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일 것 같은 왕립예술 학교, 그 아이들이 아닌가 싶다. 정말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드는 것은 물론 그 학교출신이 아닌 이들이 더 많지만 왠지 그곳에 가면 당연하게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후배를 이끌어주는 든든하고 짱짱한 선배 크리에이터들은 덤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을 담은 런던비즈니스 산책이란 책도 함께 읽었는데 약간의 목적이 다를 뿐 중복으로 다루는 인물들이 있어 흥미로웠던 것 같다.
 
왜 지금 런던, 영국을 주목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폴스미스나 다이슨이 말하는 것처럼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위해 노력해왔고 미국과 중국에 가려 제대로 못보았던 것을 두 저자의 노력으로 놓치지않고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즐겨야 하는 것과 사업가로서의 활동은 그와 전혀 다른 세계이기에 원하는 것이 행복인지, 그것을 동반한 경제적 부유함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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