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서둘러라 - 샘터와 함께하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재순 지음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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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한권의 책을 옆에 끼고 살았다. 이미 읽었던 내용도 참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이 나지 않은 책들 중에 한권이 바로 천천히 서둘러라 였다. 책 제목 그대로였다. 서둘러서 한페이지씩 꼬박꼬박 읽으면서도 결국 완독하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책의 내용도 그렇다. 월간 샘터, 뒷표지를 장식했던 글들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구성으로 많은 말대신에 작은 일화를 통해 필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픔 내용을 실은 것이다. 지인들을 통해 보았던 잘못된 언행을 제시하며 그러지 말라 경고처럼 말하기도 하고 위인들의 업적을 통해 다소 현실이 힘겹고 고통스럽더라도 좀 더 견디라고 조용히 다독여주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다. 어차피 우리는 시간의 나그네일터, 시간의 발자취인 '역사'를 생각하며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긋하게 걸어가리라.' -p.65-

 

필자가 여럿이거나 어느 책에서 명언 혹은 아포리즘만 정리해서 그때그때 편집기자의 손을 통해 실렸을 줄 알았던 그 오랜기간들의 글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서 쓰여졌다는 점이 읽을수록 더 놀라웠다. 그 많은 예화들, 예화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부분을 적절히 연결해 놓음으로써 샘터잡지에 실려있는 독자들과 전문인들의 메세지를 더더욱 마음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천천히 해야할 것은 타인의 과오나 어려움을 닥쳤을 때다. 그때는 천천히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하며 어려울 수록 천천히 더 많은 생각과 주변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대로 서둘러야 할 것은 매일 매일 최선으로 노력을 해야할 때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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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분 PLUM BOON 2015 - Vol.2
RHK타이완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타이완문화콘텐츠연구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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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분 PLUMBOON 2015. 2호

 

조선시대에도 타이완 여행을 했을까?

 

창간호에 이어 내용이 이어지는 기사도 있었지만 이번 호는 좀더 '타이완 여행'에 집중된 기사가 많았다. 특집기사 또한 '타이완 투어리즘'이었다. 플럼분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재에 그치지 않고 과거에서 이어지는 조선과 대만과의 관계를 학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기사를 통해 지식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호에는 식민시대, 타이완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갖고 있었던 직업과 성별비율 등의 양상을 공부했다면 이번 호는 그시대에 과연 타이완에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었는지 그랬다면 그 까닭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실려있었다. 우선 조선인들이 생각하는 타이완의 모습은 '바나나'와 같은 열대 농산물을 생산하는 아직까지 미개하여 일본의 지배를 받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왜냐면 타이완을 직접 보고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문기사만을 통해 타이완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플럼분에서는 식민시대에 일본인과 함께 홍콩과 타이완의 유람 기록을 담은 [향대기람]을 통해 타이완 여행에 관한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여행의 목적은 사찰이었으나 실제 배정된 일정이나 내용을 보면 여행을 원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특집 타이완 투어리즘 기사는 <꽃보다 할배>를 통해본 타이완 여행이었다. 해당 프로를 직접 본 사람들이라면 놓쳤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획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영상을 미처 보지못했던 독자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야후, 유튜브 공동창업자 중 한사람 그리고 노티카의 창업자는 대만 사람?!

 

지난 호에는 24시간 불을 밝히는 서점기사가 실렸는데 이번호에는 야후, 노티카 그리고 유튜브를 설립한 공동설립자 중 한 사람이 '타이완'출신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세 사람 모두 유년기에 미국으로 넘어와 창의적의고 자유로운 문화 혜택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타고난 '도전정신'만큼은 분명 타이완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느껴졌다. 이 세사람외에 타이완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이민2세인 자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이의 내용은 그의 저서 [딜리버링 해피니스]를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생각나 반갑고 유익했다. 플럼분 2호를 기다렸던 가장 큰 이유는 소설 [화동부호]의 뒷얘기가 궁금해서이기도 했다. 이번 호에 실린 후편내용은 지에가 작가로서 고민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업 작가,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들이 많아 전편에 비해서 훨씬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했다.

 

대만의 문화보다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이 갈 내용은  3인 3색 타이완 기사일거라 생각한다. 우선 김경하의 타이완 산책 1회는 여러차례 타이완을 여행한 사람의 여행기로 랜드마크를 계획표에 올려둔 예비 여행자들에게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고 나처럼 열거된 장소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킬 만한 글이었다. 다만 타이베이의 첫인상이 매우 무표정하고 딱딱했다는 필자의 감상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나역시 처음 타이베이에 도착했을 때 절친을 만나기 전까지 낯선 회색빛 도시라고 느꼈던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바쁘고 분주했고 오래된 건물과 신식건물이 조화보다는 서울의 이미지와 달라서 느껴지는 낯설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말처럼 타이베이는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 우연하게 들리는 장소가 주는 매력이 많아 보물을 찾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은 크게 공감한다. 이외에 원텐샹의 영화, 그리고 타이완 편과 오하의 타이완 이야기 1회 베이터우편은 베이터우 역에서 재미나게 캐릭터가 그려진 열차를 타고 역 하나만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신베이터우의 온천마을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정말 추천하는 여행지인 만큼 여행을 앞둔 분들은 놓치지 말고 읽어보면 좋겠다.

 

지우펀과 따뜻하게 먹는 떡 빙수

 

1호에이어 2호역시 대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궁금했을 내용과 여행자들에게 좋은 정보로 가득차있었다. 맨 첫페이지에 등장하는 지우펀의 사진은 컬러화보로 실려있어 더 좋았는데 지금도 때때로 생각나는 '떡 빙수'는 사진을 보자마자 침이 고일만큼 추천하는 먹거리다. 열흘 가까운 여행기간 동안 두려워하던 파충류를 못만나다가 떡빙수 가게에서 목격했는데도 놀라기는 커녕 무던하게 넘길만큼 두려움도 없애주었던 쫄깃하면서도 따끈했던 떡 빙수.(차가운 것보다 뜨거운 것이 더 맛있었다.)플럼분을 볼 때마다 또다시 대만을 여행하고 싶어 마음이 설렌다. 참 기분 좋은 잡지 플럼분 2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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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 이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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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by 줄리언 바지니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도, 배부른 돼지도 될 수 있는 '충만'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고 먹고 있는 음식이,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차려놓은 식탁이 철학적으로 보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거라고 아주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며 심지어 들떠있었다. 먹고 마시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이라는 부제에 입각한 기대였다.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내가 지금 잘먹고 있지 못한 것은 분명한데 앞으로 어떻게 먹어야 할 지를 판단할 수는 있을까였다.

헥시스는 자유롭고 의식적으로 따를 일상을 고르고 지금껏 따라 온 습관에 대해 생각한다는 개념이다.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사실에 마음을 열고 환경을 바꿔 습관을 버리거나 바꿔야 하는지 정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181쪽

습관이나 버릇이라는 맹목적이고 생각이 없었던 상태가 책을 읽기 전이라면, 책을 읽고 난 후는 '헥시스'의 상태로 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습관처럼 하던 것들 중 첫번째, 유기농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그래서 비싸다는 오해를 버렸다. 실은 유기농에 민감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저자처럼 텃밭을 임대해 자급자족 하는 삶을 꿈꾸지도 않았다. 물론 [100마일 다이어트]책을 읽고 직접 기르는 것 까지는 무리지만 내가 거주하는 지역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를 이용하는 노력은 해봐야지 생각한건 사실이다. [철학이 있는 식탁]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나처럼 단순하게 사는 독자들을 위해 유기농법 뿐 아니라 지역사회 농작물만 고집하는것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건강한 식재료 하면 떠올리는 세가지, 제철-유기농-지역주의, 저자는 이를 제.유.지 음식이라고 표현한다. 제유지 음식은 얼핏보면 금전적인 부담이 따라서 그렇지 환경과 동물복지,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유기농에 대해 알게 된 사실, 유기농법이라고 농약과 비료를 쓰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동물에게 질병이 발생했을 때 '유기농'이란 타이틀을 잃을 위험성에 놓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대로된 치료를 하지 않고 가축을 방치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런던 보건대학원 교수 앨런 댄구어가 밝힌 것처럼 '유기농 식재료가 딱히 더 영양이 풍부하거나 건강에 이롭다는 근거가 없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씁쓸해졌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국가에서도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신뢰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감소했다고 하지만 체감지수는 그렇지 않다.)

도덕성은 지뢰밭이며 문제에 대해 깊이, 그리고 많이 생각하더라도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최선을 기울이면 충분한 것이라 생각한다. 93쪽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들었던 생각 중 또다른 하나는 '육식의 절제'나아가 채식주의가 되어보는건 어떨까 싶은 거였다.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과 그 동물들을 기르기 위해 환경에 반하면서 까지 생산하는 비료등 문제는 셀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육식을 금하는 방법으로 그런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였다. 자연사의 반대쪽이 반드시 섭취를 위한 도살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정무역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 커피와 열대과일을 예로들자면 제대로된 보수나 처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의해 우리가 '저렴'하게 먹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알면서도 먹는, 그러면서 값이 오르기를 바라지 않는 이기심을 모른척 했는데 혹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에 의한 것이며 그들을 위해 사먹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6장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확실히 식탁의 미덕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그에 대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음식이 영향을 미치는 크고 피할 수 없는 부분을 간과한다면 육체-영혼적 존재의 삶이 비참할 정도로 불완전할 것임은 확실히 안다. 347쪽

초반에 적었던 것처럼 이 책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혹은 너무 몰라 맹목적이었던 우리의 식탁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준다. 그것이 괴롭고 지나쳐서 굶으라는 건가 싶은 때가 오면 이번에는 '단식'에 대한 철학적인 이론을 들어 그런 극단적인 방법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헥시스. 이 책의 핵심을 나는 이것으로 보았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된다. 지금껏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던 것이었어도 그 방식이 옳지 않았다면 차근차근 노력해야한다. 전체적으로 '경고'에 가까운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인 풍요로운 식사를 위한 윤리와 태도, 소소하게는 기기사용과 요리를 하다 실패했을 때 결코 좌절해서는 안되는 이유등 [철학이 있는 식탁]이라는 타이틀에 꼭 맞는 내용이 담겨있으므로 내 리뷰를 읽고 겁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제대로 '맛'을 느끼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상깊은 구절

기계가 평균 수준, 아니면 대다수보다도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여전히 최고에는 인간의 솜씨와 창의력, 열정이 필요하다.

167쪽

작거나 얼핏 보기에 사소한 행동에 주위를 기울이면, 그보다 크고 더 중요한 요소인 인격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종종 알 수 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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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소 섭취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무조건 채소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맹신 때문에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에디터D 2015-06-17 20:4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건강을 위해서 채소만 먹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다른 이유에서라도 그게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리뷰를 쓰긴 했지만 두고두고 한번 더 읽어보려구요.ㅎ 좀 급하게 읽었거든요.
 
스님의 일기장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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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한 문장이지만 남녀노소가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명문名文이라는 소신엔 변함없다.

스님의 일기장이란 타이틀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몇월 몇일 날짜를 새기고 그 아래 하루에 있었던 일과와 그 일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 법문 혹은 누군가의 명언을 발췌해 적어놓은 글일거라 생각했다. 머리글을 읽어보고서야 일기를 포함, 그동안 펴냈던 산문집과 근래 출간한 법문집에 실린 일부의 글을 인용하거나, 고치거나 하여 새롭게 출판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그동안 읽지 못했던 좋은 글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겠거니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왜냐면 맨 위에 스님께서 하신 말처럼, 명문이라 할지라도 이해가 어렵고 일부 소수인들만 수긍할 수 있는 글이라면 내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보고 이해할 수 있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그런 글, 그런 글이 내게도 진정한 명문이다.

책의 구성이 1장 지금 이순간, 2장 여기에서, 3장 온전히, 4장 살아가는 즐거움으로 나뉜다. 1장은 현재 만족할 줄 아는 삶을 말한 듯 싶다. 매년 1일, 매달 1일. 우리는 마치 그 '1'라는 숫자에 집착이라도 한 것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계획과 시작을 다른 날도 아닌 '1일'에 맞춰 시작한다. 어짜피 어제와 다른 오늘이고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른 '새날'이기는 마찬가진데 왜그리도 첫째 날에 집착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달리 없다. 이승의 곳간은 점점 비우고 저승의 곳간을 채우면 된다. 22쪽

모든 종교의 공통점 중 하나가 빈민구제 혹은 이웃을 사랑하고 나누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저승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지만 남아있는 자식들에게는 줄 수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우리는 늘 무언가 매일 욕망하고 채워간다. 나를 떠낸 보낸 자식이 살아가야 할 터전이 어떤 상황인지 깨닫지 못한 상태로 물질만 남겨주고 떠난다면 과연 그 자식이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베풀고 나눔으로써 좋은 환경을 남겨두는 것, 그 보다 더 좋은 유산이 없다는 것을 나도, 다른이들도 잊고 산다. 반대로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소중하지 않은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흔히 말해 시간을 버리는 사람을 뜻하는 듯 하다. 어찌저찌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한 나머지 시간,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스마트폰에 묶여 시간과 혼을 파는 사람이 많은 요즘 사회에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고 그저 죽을 때 고통이 두려워 살려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살아있으면서도 살아있지 않은 사람들.

 

흔히 부처님을 여래如來라고 존칭하는데, 이 표현 속에는 '원력으로 오신 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70쪽

우리 중생들은 원력으로 오지 않았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니란 의미다. 그렇다고 삶 자체를 살고 싶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듯 살아간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서 언급한 '시간낭비'에 대해 한번 더 경고한다. 하루하루 엉뚱한 일로 귀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우리는 목적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사월 초파일에 연등을 켤 때 마다 인생의 몫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하라고 말한다. 연등을 켜지 않는 독자라면 기도할 때, 아침에 눈 뜰때, 혹은 잠자리에 들 때 자문해야 한다. 지금 내 뜻대로, 삶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살아가고 있느냐고 말이다.

 

삶에는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주변을 살펴보면 온통 크고 작은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36쪽

1장에서 만족을 모르는 것이 곧 스트레스라고 말하는데 이부분을 오해하면 안된다. '삶의 문제의 연속'의 내용은 이와 같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문제가 닥쳤을 때 위기능력을 발휘하거나 책의 나오는 내용처럼 아에 문제를 없애버리는 것, 문제라고 인식하는 상황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삶을 찾아오지만 스트레스는 자신을 비켜갈 수 있다. 사는 동안 고민과 문제는 늘 우리를 찾아온다. 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진다면 그것은 문제를 제대로 수용할 줄 모르는 것이고, 그런 삶은 피폐하기만 할 뿐이다. 4장 살아가는 즐거움에 실린 '겨울 바다'편에서 이에 대해 한번 더 설명하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닥친 지금의 위기가 인생을 전부 놓치는 것과 같으니 방법을 찾으려고 몸부림 치라고 말한다.

 

한 해의 첫날의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매순간 열정적으로 살아가라는 의미가 된다. 다만 한 해의 마지막날, 지난 날을 돌이켜 반성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하루를 반성하듯 그렇게 한 해를 반성하며 미련두지 말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유사한 내용이 조금만 다르게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한 마디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자연의 소중함도, 자녀를 양육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과거에 얽매이거나 타인의 시선에 붙들리지 말고 지금 찾아온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열의를 갖는 것또 한 결국 같은 말이었다. 죽을 때 미련이 없으려면, 어짜피 가져갈 것고, 그럴 수도 없는 삶이라면 지금의 오늘, 다가올 오늘을 열심히 사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우리 지금을 살아가자.

기다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을 놓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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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일 5Mile Vol 1. - 창간호, Made in Seoul
오마일(5mile) 편집부 엮음 / 오마일(5mile)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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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ILE은 책을 집필하거나 출간하는 출판사가 아니다. 그런데 잡지를 발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에 만나는 주류 잡지가 지나치게 화려한데 반해 남는게 없어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직접 펴냈다고 한다. 여백의 미를 살리고 독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잡지를 펼치면 온통 여백투성이고 독자의 공간만 활짝 열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생애 한번 가보기 어려운 화려한 휴양지가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입거나 한번 맛보기에 지나치게 값비싼 상품이 없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서울'과 '동네서점', '달걀' 그리고 사람이다.

 

 

어찌보면 서울을 중점으로 제작한 서울가이드북에서 봤던 내용일 수도 있고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도대체 '서울'에 집착하는 이유를 캐묻고 싶을 것이다. 이젠 다른 잡지에서 하도 봐서 가보지 않고도 소장하고 있는 책의 종류와 주인장의 사연을 세세하게 다 알고 있는 동네서점 페이지도 식상한것도 맞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몇가지 이유로 5MILE을 평가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다. 우선 서울을 즐기는 각자의 추천일정을 보자. 다른 잡지라면 에디터가 협찬을 받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낯선 가게가 등장할만도 한데 일반 시민의 추천 일정이라는 점이다. 회사원, 북디자이너, 책방주인 등 그들의 직업도 각각 다르다. 회사원 강지원씨가 추천하는 서울은 산길따라 걷는 도보여행이다. 심지어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혼자가는 일정을 추천해준다. 통인시장에서 시작해서 윤동주 문학관을 거쳐 수성도 계곡을 건너고 인왕제색도의 실물을 보고 다시 통인시장으로 내려오는 루트다. 걷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맘에 안들 수도 있고 혼자 먹는 점심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맘에 드는 코스였는데 서울하면 대도시라는 느낌에서 벗어나 북촌이나 서촌이 아닌 그야말로 한적한 도심내 산길을 만나고 시냇물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코스기 때문이다. 2번째 코스는 식도락 혹은 맛집여행, 그리고 요리자체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코스로 이태원에서 평소에 약속을 자주 가졌거나 했던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한 코스기는 했다. 요새 핫한 경리단길에서 벗어나 다른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는 물론 추천할 만한 코스다. 여행을 떠났다면 그곳에서 만나는 '물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서울의 그 물건'이란 기사를 실었는데 다른 것도 신기했지만 김현주 작가의 '한지'를 접시처럼 활용한 내용이 좋았다.  작년에 읽었던 나무그릇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종이로 트레이를 만들면 쉽게 상하는게 아닐까 했는데 한지에 옻칠이나 셀락을 덧바르면 방수 기능을 더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종이가 재료라 깨지는 일이 없어 안전하다고 한다. 아까 잠깐 언급한것처럼 도시에서 만나는 숲은 시골에서 만나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안산 자락길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기사는 잡지를 읽는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마음이 차분하게 진정되는 효과를 줄 것 같았다.

 

 

이외에 서울에서 만들어진 소품들의 사진과 간략한 내용, 강아지 한강이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전시가 진행중인 '앤디워홀 전'에 관련된 기사가 실려있다. 잡지에 실린 사진의 분위기가 통일되어 좋고 독자들의 귀여운 강아지 한강이의 사진은 강아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쓸 줄 몰랐다는 필자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이제 막 시작을 알리는 창간호라 독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함도 느껴지는 잡지 5MILE은 아직 완벽하게 색다른 잡지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화려함이나 광고에 이끌려 독자를 괴롭힐 것 같지 않아 좋았다. 지금의 컨셉이 끝까지 변함없기를 바랄 뿐이다. 

 

 

*스페셜 기프트로 앤디워홀 입장티켓을 증정(선착순 5000명)한다. 전시회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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