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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일기장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평이한 문장이지만 남녀노소가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명문名文이라는 소신엔 변함없다.
스님의 일기장이란 타이틀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몇월 몇일 날짜를 새기고 그 아래 하루에 있었던 일과와 그 일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 법문 혹은 누군가의 명언을 발췌해 적어놓은 글일거라 생각했다. 머리글을 읽어보고서야 일기를 포함, 그동안 펴냈던 산문집과 근래 출간한 법문집에 실린 일부의 글을 인용하거나, 고치거나 하여 새롭게 출판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그동안 읽지 못했던 좋은 글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겠거니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왜냐면 맨 위에 스님께서 하신 말처럼, 명문이라 할지라도 이해가 어렵고 일부 소수인들만 수긍할 수 있는 글이라면 내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보고 이해할 수 있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그런 글, 그런 글이 내게도 진정한 명문이다.
책의 구성이 1장 지금 이순간, 2장 여기에서, 3장 온전히, 4장 살아가는 즐거움으로 나뉜다. 1장은 현재 만족할 줄 아는 삶을 말한 듯 싶다. 매년 1일, 매달 1일. 우리는 마치 그 '1'라는 숫자에 집착이라도 한 것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계획과 시작을 다른 날도 아닌 '1일'에 맞춰 시작한다. 어짜피 어제와 다른 오늘이고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른 '새날'이기는 마찬가진데 왜그리도 첫째 날에 집착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달리 없다. 이승의 곳간은 점점 비우고 저승의 곳간을 채우면 된다. 22쪽
모든 종교의 공통점 중 하나가 빈민구제 혹은 이웃을 사랑하고 나누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저승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지만 남아있는 자식들에게는 줄 수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우리는 늘 무언가 매일 욕망하고 채워간다. 나를 떠낸 보낸 자식이 살아가야 할 터전이 어떤 상황인지 깨닫지 못한 상태로 물질만 남겨주고 떠난다면 과연 그 자식이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베풀고 나눔으로써 좋은 환경을 남겨두는 것, 그 보다 더 좋은 유산이 없다는 것을 나도, 다른이들도 잊고 산다. 반대로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소중하지 않은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흔히 말해 시간을 버리는 사람을 뜻하는 듯 하다. 어찌저찌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한 나머지 시간,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스마트폰에 묶여 시간과 혼을 파는 사람이 많은 요즘 사회에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고 그저 죽을 때 고통이 두려워 살려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살아있으면서도 살아있지 않은 사람들.
흔히 부처님을 여래如來라고 존칭하는데, 이 표현 속에는 '원력으로 오신 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70쪽
우리 중생들은 원력으로 오지 않았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니란 의미다. 그렇다고 삶 자체를 살고 싶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듯 살아간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서 언급한 '시간낭비'에 대해 한번 더 경고한다. 하루하루 엉뚱한 일로 귀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우리는 목적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사월 초파일에 연등을 켤 때 마다 인생의 몫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하라고 말한다. 연등을 켜지 않는 독자라면 기도할 때, 아침에 눈 뜰때, 혹은 잠자리에 들 때 자문해야 한다. 지금 내 뜻대로, 삶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살아가고 있느냐고 말이다.
삶에는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주변을 살펴보면 온통 크고 작은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36쪽
1장에서 만족을 모르는 것이 곧 스트레스라고 말하는데 이부분을 오해하면 안된다. '삶의 문제의 연속'의 내용은 이와 같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문제가 닥쳤을 때 위기능력을 발휘하거나 책의 나오는 내용처럼 아에 문제를 없애버리는 것, 문제라고 인식하는 상황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삶을 찾아오지만 스트레스는 자신을 비켜갈 수 있다. 사는 동안 고민과 문제는 늘 우리를 찾아온다. 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진다면 그것은 문제를 제대로 수용할 줄 모르는 것이고, 그런 삶은 피폐하기만 할 뿐이다. 4장 살아가는 즐거움에 실린 '겨울 바다'편에서 이에 대해 한번 더 설명하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닥친 지금의 위기가 인생을 전부 놓치는 것과 같으니 방법을 찾으려고 몸부림 치라고 말한다.
한 해의 첫날의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매순간 열정적으로 살아가라는 의미가 된다. 다만 한 해의 마지막날, 지난 날을 돌이켜 반성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하루를 반성하듯 그렇게 한 해를 반성하며 미련두지 말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유사한 내용이 조금만 다르게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한 마디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자연의 소중함도, 자녀를 양육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과거에 얽매이거나 타인의 시선에 붙들리지 말고 지금 찾아온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열의를 갖는 것또 한 결국 같은 말이었다. 죽을 때 미련이 없으려면, 어짜피 가져갈 것고, 그럴 수도 없는 삶이라면 지금의 오늘, 다가올 오늘을 열심히 사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우리 지금을 살아가자.
기다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을 놓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