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 이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by 줄리언 바지니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도, 배부른 돼지도 될 수 있는 '충만'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고 먹고 있는 음식이,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차려놓은 식탁이 철학적으로 보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거라고 아주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며 심지어 들떠있었다. 먹고 마시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이라는 부제에 입각한 기대였다.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내가 지금 잘먹고 있지 못한 것은 분명한데 앞으로 어떻게 먹어야 할 지를 판단할 수는 있을까였다.

헥시스는 자유롭고 의식적으로 따를 일상을 고르고 지금껏 따라 온 습관에 대해 생각한다는 개념이다.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사실에 마음을 열고 환경을 바꿔 습관을 버리거나 바꿔야 하는지 정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181쪽

습관이나 버릇이라는 맹목적이고 생각이 없었던 상태가 책을 읽기 전이라면, 책을 읽고 난 후는 '헥시스'의 상태로 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습관처럼 하던 것들 중 첫번째, 유기농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그래서 비싸다는 오해를 버렸다. 실은 유기농에 민감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저자처럼 텃밭을 임대해 자급자족 하는 삶을 꿈꾸지도 않았다. 물론 [100마일 다이어트]책을 읽고 직접 기르는 것 까지는 무리지만 내가 거주하는 지역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를 이용하는 노력은 해봐야지 생각한건 사실이다. [철학이 있는 식탁]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나처럼 단순하게 사는 독자들을 위해 유기농법 뿐 아니라 지역사회 농작물만 고집하는것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건강한 식재료 하면 떠올리는 세가지, 제철-유기농-지역주의, 저자는 이를 제.유.지 음식이라고 표현한다. 제유지 음식은 얼핏보면 금전적인 부담이 따라서 그렇지 환경과 동물복지,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유기농에 대해 알게 된 사실, 유기농법이라고 농약과 비료를 쓰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동물에게 질병이 발생했을 때 '유기농'이란 타이틀을 잃을 위험성에 놓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대로된 치료를 하지 않고 가축을 방치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런던 보건대학원 교수 앨런 댄구어가 밝힌 것처럼 '유기농 식재료가 딱히 더 영양이 풍부하거나 건강에 이롭다는 근거가 없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씁쓸해졌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국가에서도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신뢰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감소했다고 하지만 체감지수는 그렇지 않다.)

도덕성은 지뢰밭이며 문제에 대해 깊이, 그리고 많이 생각하더라도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최선을 기울이면 충분한 것이라 생각한다. 93쪽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들었던 생각 중 또다른 하나는 '육식의 절제'나아가 채식주의가 되어보는건 어떨까 싶은 거였다.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과 그 동물들을 기르기 위해 환경에 반하면서 까지 생산하는 비료등 문제는 셀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육식을 금하는 방법으로 그런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였다. 자연사의 반대쪽이 반드시 섭취를 위한 도살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정무역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 커피와 열대과일을 예로들자면 제대로된 보수나 처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의해 우리가 '저렴'하게 먹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알면서도 먹는, 그러면서 값이 오르기를 바라지 않는 이기심을 모른척 했는데 혹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에 의한 것이며 그들을 위해 사먹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6장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확실히 식탁의 미덕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그에 대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음식이 영향을 미치는 크고 피할 수 없는 부분을 간과한다면 육체-영혼적 존재의 삶이 비참할 정도로 불완전할 것임은 확실히 안다. 347쪽

초반에 적었던 것처럼 이 책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혹은 너무 몰라 맹목적이었던 우리의 식탁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준다. 그것이 괴롭고 지나쳐서 굶으라는 건가 싶은 때가 오면 이번에는 '단식'에 대한 철학적인 이론을 들어 그런 극단적인 방법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헥시스. 이 책의 핵심을 나는 이것으로 보았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된다. 지금껏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던 것이었어도 그 방식이 옳지 않았다면 차근차근 노력해야한다. 전체적으로 '경고'에 가까운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인 풍요로운 식사를 위한 윤리와 태도, 소소하게는 기기사용과 요리를 하다 실패했을 때 결코 좌절해서는 안되는 이유등 [철학이 있는 식탁]이라는 타이틀에 꼭 맞는 내용이 담겨있으므로 내 리뷰를 읽고 겁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제대로 '맛'을 느끼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상깊은 구절

기계가 평균 수준, 아니면 대다수보다도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여전히 최고에는 인간의 솜씨와 창의력, 열정이 필요하다.

167쪽

작거나 얼핏 보기에 사소한 행동에 주위를 기울이면, 그보다 크고 더 중요한 요소인 인격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종종 알 수 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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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소 섭취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무조건 채소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맹신 때문에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에디터D 2015-06-17 20:4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건강을 위해서 채소만 먹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다른 이유에서라도 그게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리뷰를 쓰긴 했지만 두고두고 한번 더 읽어보려구요.ㅎ 좀 급하게 읽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