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마일 5Mile Vol 1. - 창간호, Made in Seoul
오마일(5mile) 편집부 엮음 / 오마일(5mile)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5MILE은 책을 집필하거나 출간하는 출판사가 아니다. 그런데 잡지를 발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에 만나는 주류 잡지가 지나치게 화려한데 반해 남는게 없어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직접 펴냈다고 한다. 여백의 미를 살리고 독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잡지를 펼치면 온통 여백투성이고 독자의 공간만 활짝 열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생애 한번 가보기 어려운 화려한 휴양지가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입거나 한번 맛보기에 지나치게 값비싼 상품이 없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서울'과 '동네서점', '달걀' 그리고 사람이다.

어찌보면 서울을 중점으로 제작한 서울가이드북에서 봤던 내용일 수도 있고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도대체 '서울'에 집착하는 이유를 캐묻고 싶을 것이다. 이젠 다른 잡지에서 하도 봐서 가보지 않고도 소장하고 있는 책의 종류와 주인장의 사연을 세세하게 다 알고 있는 동네서점 페이지도 식상한것도 맞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몇가지 이유로 5MILE을 평가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다. 우선 서울을 즐기는 각자의 추천일정을 보자. 다른 잡지라면 에디터가 협찬을 받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낯선 가게가 등장할만도 한데 일반 시민의 추천 일정이라는 점이다. 회사원, 북디자이너, 책방주인 등 그들의 직업도 각각 다르다. 회사원 강지원씨가 추천하는 서울은 산길따라 걷는 도보여행이다. 심지어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혼자가는 일정을 추천해준다. 통인시장에서 시작해서 윤동주 문학관을 거쳐 수성도 계곡을 건너고 인왕제색도의 실물을 보고 다시 통인시장으로 내려오는 루트다. 걷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맘에 안들 수도 있고 혼자 먹는 점심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맘에 드는 코스였는데 서울하면 대도시라는 느낌에서 벗어나 북촌이나 서촌이 아닌 그야말로 한적한 도심내 산길을 만나고 시냇물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코스기 때문이다. 2번째 코스는 식도락 혹은 맛집여행, 그리고 요리자체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코스로 이태원에서 평소에 약속을 자주 가졌거나 했던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한 코스기는 했다. 요새 핫한 경리단길에서 벗어나 다른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는 물론 추천할 만한 코스다. 여행을 떠났다면 그곳에서 만나는 '물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서울의 그 물건'이란 기사를 실었는데 다른 것도 신기했지만 김현주 작가의 '한지'를 접시처럼 활용한 내용이 좋았다. 작년에 읽었던 나무그릇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종이로 트레이를 만들면 쉽게 상하는게 아닐까 했는데 한지에 옻칠이나 셀락을 덧바르면 방수 기능을 더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종이가 재료라 깨지는 일이 없어 안전하다고 한다. 아까 잠깐 언급한것처럼 도시에서 만나는 숲은 시골에서 만나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안산 자락길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기사는 잡지를 읽는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마음이 차분하게 진정되는 효과를 줄 것 같았다.

이외에 서울에서 만들어진 소품들의 사진과 간략한 내용, 강아지 한강이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전시가 진행중인 '앤디워홀 전'에 관련된 기사가 실려있다. 잡지에 실린 사진의 분위기가 통일되어 좋고 독자들의 귀여운 강아지 한강이의 사진은 강아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쓸 줄 몰랐다는 필자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이제 막 시작을 알리는 창간호라 독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함도 느껴지는 잡지 5MILE은 아직 완벽하게 색다른 잡지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화려함이나 광고에 이끌려 독자를 괴롭힐 것 같지 않아 좋았다. 지금의 컨셉이 끝까지 변함없기를 바랄 뿐이다.
*스페셜 기프트로 앤디워홀 입장티켓을 증정(선착순 5000명)한다. 전시회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