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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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투 더 레터>는 편지에 관한 역사는 물론 아주 사적인 개인의 편지부터 한 나라의 국왕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수신인도 발신인도 우리의 짐작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개인의 편지가 문학이 되고,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문학적인 편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과거 누군가의 편지를 옅보고 싶은 충동 때문이었다. 사실 최근에도 학자나 문인들의 편지가 편집되어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고흐와 동생 테오의 편지는 다양한 판형과 편집방식으로 여전히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모바일 기기가 일상이 되었어도 편지는 추억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사유를 위해 꾸준히 우리곁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도 지방에 사는 언니와 편지를 주고 받고, 생일이나 특별한 일을 두고 엄마에게서 손편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 전에 누군가의 편지는 마치 친구와 편지를 나누듯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지 중에 편지는 그 무엇보다 '연애'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리스 바커가 군인으로 있을 대 베시에게 보낸 1944년 2월 21일과 27일 편지를 일부 함께 나누고 싶다.


1944년 2월 7일에 1월 1일 자 당신 편지를 받았어요. 당신에게 '결정타를 날리는'답장을 보내느라 진을 뺀 이후, 저는 앚기 군화 신은 발레리나처럼 서투름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당신을 감동시키려 애쓰지 않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요즘은 지도, 사전, 헨리 소로의 [월든]-항상 이 책을 봐요. 이건 철학책이에요!

그때 제가 친구 몇몇이랑 훔쳐 마셔서, 안답니다! 143-150쪽



저런 표현을 편지가 아닌 매개로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70년전에도 마치 지금의 청년들처럼 소로의 월든을 읽고, 친구들과 무언가를 훔쳐마시는 등의 일들을 편지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진다. 당시의 영화를 보면 전쟁중에 연인에게 편지를 쓰고, 중간에 분실되기도 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고 그로인해서 안타까운 새드스토리로 마무리되는 경우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도 편지의 역할은 독자에게 제대로 반전을 전하는 도구로 등장하기도 하듯 지금처럼 분실사고가 거의 없는 시대와 비교해가며 편지를 느껴볼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서 책을 읽는내내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편지의 시작은 누구였고, 어떻게 형식이 변화했으며, 우표는 언제부터 붙이게 되었는지에 관한 사전적인 지식이 궁금한 사람이나, 나처럼 훔쳐보기와 공감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읽는 누구라도 '편지'라는 단어에 순간 멈칫하는 사람이라면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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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스토어팜) 마케팅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창업에서 마케팅까지 한권으로 끝내는 핵심 노하우
임헌수.김태욱 지음 / 이코노믹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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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은 온라인 판매, 좁게는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전문적인 코치를 표방하면서 수강생들이 중도 이탈하지 않고 '판매특공대원'이 되어 '수퍼셀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보았지만 훌륭한 선수 옆에는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함께 뛰어주는 코치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있었음을 지금까지 보아왔지 않은가?

-프롤로그-


쇼핑몰 사업을 통해 여고생 사장님의 억대매출이 기사화 되고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에 자신의 자리를 잃었던 주부들이 살림과 사업을 대박치면서 소위 남편을 동업자로 영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시점 더이상 포화상태인 쇼핑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용돈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름을 달리하고 방식을 달리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꾸준히 확장시키는 것만 보더라도 온라인 사업은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를 던져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2013년부터 5년동안 지켜보면서 아직 온라인으로 판매되지 않는 농어촌 사진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이며 해외 현지 상품들을 언급하며 좋은 기회의 시기에 놓여있음을 말해준다.


 



챕터1의 내용은 간략하게 요약하면 서두에 밝힌 왜 지금 온라인 판매를, 네이버에서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이었다면 챕터 2에서는 본격적으로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기 위해 네이버 서비스에 대해 알려준다. 과거에는 네이버하면 지식인 서비스를 가장 먼저 떠올렸지만 현재는 웹툰, V LIVE(스타 실시간 개인방송), 밴드 그리고 라인까지 무수히 많은 서비스가 저마다 마치 대표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중 최근 일러스트등으로 친근해진 그라폴리오와 이제 막 시작단계인 네이버 오디오클립 같은 서비스도 있음을 알려준다. 이용자가 곧 컨텐츠의 생산자로서 주체가 되기 때문에 네이버 서비스로 밀려드는 이용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우선 네이버에서 컨텐츠 생산자 혹은 비즈니스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네이버 Parters를 위한 비즈팩에 관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해준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품 자체에 대한 고민도 당연 중요하지만 검색광고에 대한 문의나 궁금증도 상당할 것이다. 노출되지 않으면 애초에 사업자체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스스토어의 사업자로서 접속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페이지를 보여주면서 계정을 처음 생성하는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게 되어있다. 챕터3부터는 제목부터가 '매출 10억 올리는 스마트스토어 실전 노하우'로 이미 개설했거나 어느정도 온라인 판매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챕터 1,2를 건너띄고 바로 챕터3부터 보는 것도 좋다. 해당 페이지의 시작은 온라인 판매의 핵심인 '구매전환율'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이는 판매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개념으로 노출대비 얼마나 팔리느냐에 관한 것으로 100명의 방문자를 기준으로 1개의 판매가 일어났을 때 해당 구매전환율은 1%다. 당연히 방문자가 많은 것이 중요하지만 일단 방문자가 제품을 확인 후 구매까지 일어날 수 있도록 제품에 대해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물론 구매전환율은 저자가 알려주는 것처럼 계절상품 처럼 많이 팔리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을 수 있다.



 

키워드 광고에 대해 사전정보가 없거나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예비판매자들은 챕터 3만큼은 정독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키워드와 상위노출에 관한 코치를 받고 나면 챕터4에서는 잘 팔리는 상세페이지 제작과 노출 노하우를 알려준다. 요즘처럼 PC와 모바일 상세페이지가 나뉘는 경우, 이따금 모바일에 한쪽으로 특성화 되어 있을 경우 개인적으로 쇼핑할 때 크게 불편했고, 페이지에 접속시간도 줄어들었다. 버전별 제작이전에 기본적인 상세페이지 노하우는 우선 벤치마킹도 큰 도움이 된다. 대표이미지, 상세이미지, 구매후기와 Q&A의 경우 우수쇼핑몰, 급성장 중인 쇼핑몰을 방문하여 현재 1등하고 있는 상품의 대표이미지를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스토어에 직전 세팅하기 까지에 맞춤화된 과정이므로 포토샵이나 기타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은 별도의 책을 참고해야 한다. 스마트스토어에 사업장을 개설했다면 SNS에 홍보하는 방안도 반드시 뒤따라와야한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그리고 인스타그램까지 해당 레이아웃에 적합한 노하우도 놓치지 않고 담겨져 있다.


사실 책을 읽기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결국 키워드 광고에 돈을 써야한다는 것 아닐까 하면서 다소 부정적으로 접근했지만 읽으면서 두 필자가 정말 작정하고 독자들을 메달리스트로 만들고자 애썼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책의 서문에 평창올림픽을 언급한 것이 다소 과한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을 다 읽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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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와 인문학 교육
폴 페어필드 지음, 김찬미 옮김 / 씨아이알(CIR)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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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서 강사로, 그리고 다시 학생이 되어 강의를 듣고, 과제를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새삼 나이들어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교육과 관련된 수업을 듣다보면 아마 누구라도 '듀이'라는 학자의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듀이와 인문학 교육>은  해석학, 현상학 학자인 폴 페어필드가 교육철학자로서의 듀이를 이 시대의 교육과 관련지어 설명해준 책으로 쉽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한 세기 전에 이미 듀이는 교육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현실에 대해 고민했고, 비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불합리성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말처럼 교육의 실제는 모순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담론을 형성한 듀이를 대화자로서 저자는 불러들인다. 우선 그가 정립한 대화자 듀이는 다음과 같다.


듀이는 우리가 우리의 교육기관들이 겪고 있는 실패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게 벌을 받아야 하는 악당도 아니고, 일단 그의 견해를 적절하게 이해하면 진심으로 찬성하게 될 최고의 사상가도 아니다. 우리는 대화자의 견해에 대해 전적인 동의 또는 부정(yes or no)으로 답하지 않는다.  -저자 서문-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까닭은 위의 대화자 설정을 염두하고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여러명의 철학자가 등장할 터인데 저자 스스로 최고의 교육자로서 듀이의 경험과 실제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보고 싶었던 예술과 문학교육 방식에 있어서는 듀이가 저작물을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듀이는 물론 저자의 의견을 두고 골치아플 필요가 없다.


평생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고, 배울수록 더 배우고자 하는 것은 교육의 이상(ideal)이다. 그렇지만 교육이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교육은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 역자 서문-


듀이와 인문학 책이 어찌보면 '교육철학'에서 방점이 '철학'에 찍힌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사실 저자의 연구분야만 보더라도 어쩔 수 없긴 하다. 하지만 역자의 전공은 또 교육에 있으므로 위의 역자가 던진 질문, 교육이 그자체로 목표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결국 이상적 삶을 위한 수단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방향으로 대화자 듀이의 이야기를 정리해보겠다. 듀이의 진보적인 성향을 두고 앨런 블룸은 미국 학생들의 역사의식 부족의 원인이 그에게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것보다 학생들의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였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듀이 스스로 자신의 저작물을 통해 아동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있어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의 오류를 설명해주었다. 사실 최근에 듀이의 교육철학에 관해 접하게 된 과목이 '아동미술'이었기 때문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될 부분이 해소된 셈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이데올로기가 정반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듀이의 말처럼 경험에 대한 오해의 소지는 끊임없이 이에대해 증명하고 반박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자신의 철학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었다. 앨런 외에 보수주의 허쉬역시 진보주의로서의 듀이 철학을 반박했는데 이는 듀이의 저작물이 굳이 아니더라도 폴 페어필드 스스로가 다음의 해석으로 반박한다.


문화적 리터러시는 '전통'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대화라기보다는 그들이 바뀌지 않은 형태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절대적인 것, 단일하고 동질적이며 변화에 매우 저항하는 어떤 것으로 보는 견해를 전제한다. 50쪽


이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끊임없이 듣게 되는 '창의성' 혹은 '창의적 사고'를 위한 교육방식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라는 것은 다변하는 사회속에서 끊임없이 다가오는 문제를 전통적인 방법을 재구성하거나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페쇄적인 방식의 '전통'을 이야기하는 허쉬의 반박은 애초에 현재 교육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1장에 이어 좀 더 듀이의 경험적 사고와 교육에 대한 접근법들에 대해 서술되는 데 이때 전통적인 사고의 교육을 비판하는 듀이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맥락적인 사고를 요한다. 가령 일상에서는 아이들이 맛보고 뛰어놀고 하는 것이 열린 사고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오히려 이런 사고를 증진시키고 발달시켜야 하는 교육현장에서의 학생의 자유사고가 방치되거나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사고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3장에서 나오는데 해당 편에서는 하이데거의 이론을 바탕으로 듀이와 유사한 점과 어느 면에서 더 뛰어난 그의 이론을 등장시킨다. 그의 말을 빌자면 단순히 사고한다는 것 자체가 철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누가 감히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사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할까. 어디서나 활발하게 끊임없이 철학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오늘날, 거의 모두가 도대체 철학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오늘날에 말이다! 철학자들은 사고하는 데 탁월한 사람들이다. 철학자들은 사고하는 사람들로 불리는데, 이는 바로 사고가 철학에서 적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사고라고 부르는가- 중에서


2부에는 각 인문학의 소분야별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 종교, 윤리, 정치, 역사 그리고 문학에 이른다. 특히 문학의 경우 부제가 '삶과 내러티브'로 표현되어 있는데 줄곧 등장하는 리터러시와 내러티브는 학생에게 있어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이해가 필요하며,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고하는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화자를 듀이로 설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부분은 저자의 바람처럼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서 교육자로서 뿐 아니라 학습자로서 어떤 사고가 요구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 역자의 매끄러운 번역이 큰 역할을 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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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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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확인한 대로 인간이 생태계에 손을 떼면 뗄수록 원사태로 복귀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하다 보면 머지 않아 연어와 곰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52쪽


페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읽으면서 자연은 참 알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흥미로운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책 한권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자체가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보통의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를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시종일관 겸손된 자세로 자연은 결코 완벽하게 알 수도 없고, 아주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인간이 감히 어떻게 조정하고자 할 수 없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와 같이 생태계에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들을 통해 몇 가지 '자연'의 상태로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이러한 환경운동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은 '늑대'가 주인공이다. 옐로스톤 늑대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워낙 유명했던 터라 알고 있었다. 같은 기간에 읽고 있었던 다른 책에서도 해당 자연, 생명존중과 관련된 챕터에서 옐로스톤 공원의 늑대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한 개채의 수를 인간의 인공적으로 조절하려고 했을 때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늑대와 같은 동물들의 먹이사슬 뿐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균류의 역할, 나무들 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크 역시 우리가 짐작도 못할 정도로 자연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심지어 곰과 연어라는 매칭은 익숙하지만 나무의 나이테와 의외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물과 관련된 내용인데 우리가 먹고 배출되는 수돗물이 지하세계로 흘러들어가면서 또 하나의 먹이사슬을 갖추게 된다. 해당 챕터의 제목이 '모닝커피 잔 속으로 흘러들어온 작은 생물들'인데 그 생물들이 다름아닌 박테리아라고 생각하면 저자의 말처럼 살짝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곧바로 이에 대해 우리 몸에있는 30개조의 세포들의 수 만큼의 박테리아가 우리 장속에 살고 있다라는 말로 입을 다물게 만든다. 앞서 이야기 한 내용들은 나무와 친한 친구들의 관계였다. 뜻밖에 연어까지 나무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의외로 '노루'는 불편한 사이라고 한다. 심지어 노루가 숲속을 좋아한다라는 것이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지금껏 동화속에서 얌전하게 숲을 돌아다니 던 노루 그림이 떠오르자 독자인 나의 심기가 불편했다. 사실 노루뿐 아니라 동물들도 나뭇잎이 맛있어서 먹는 것은 아니라는 데 또한번 놀랐다. 그동안 먹이를 배급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잎을 가져다 대었을 때 동물들이 먹지 않았던 것은 낯설어서 먹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맛없어서 안먹었던 것이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앞서 소개한 내용처럼 환경을 중시해야 해, 보존해야 해, 인간은 오만하다 어쩌다 하는 훈계하는 듯한 책이 결코 아니다. 일부러 재미있게 감정을 이입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의 비밀을 자꾸 자꾸 알고 싶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 서두에 적은 발췌문 처럼 조심스러운 마음은 변함아 없다. 인간이 섣불리 자연을 자연답게 만들겠다고 움직이는 것은 그야말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간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자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읽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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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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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최근 쓴 리뷰들은 별도의 제목을 달기보다는 책 타이틀을 그대로 옮겨적곤 했다. 감흥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책 제목보다 더 좋은 말을 찾지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령의 명작 산책의 부제목을 부끄럽게나마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라고 붙인 것은 그렇게해서라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봐주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편집자도 아니고, 마케터도 아니면서 그저 독자 중 한 사람이자 지나친 독서가 내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멀리하려 했던 사람 중 하나였던 독자로서 말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이력에도 나와있지만 '천천히 읽기'에 대해 자신의 체험을 전하며 권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책 이야기도 당연히 본문에 실려있다. 시작부터 천천히 읽기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은 '지나친 독서'로 오히려 삶의 균형을, 소신을 상실한 듯한 내게 '천천히 읽기'만큼 크게 다가온 말이 없어서다. 빠르게 읽으면, 무언가에 쫓기듯, 저자 이미령님의 말씀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해, 뒤쳐진 삶을 살지않기 위해, 평소에 책을 좋아하는 나를 아는 지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읽던 독서가 너무 피곤했다. 많은 책을 읽었고, 그때마다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만큼 감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누구인가, 과연 나는 왜 책을 읽고 이 책을 추천하려하는가. 뿐만아니라 과연 나는 그 '좋은'책들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기라도 하였는지 지속적으로 자문하고 탄식하고 자아비판에 이르는 과정을 최근 6개월동안 반복하고 있었다.

 


 

책을 권해주는 책, 독서법을 가르쳐주는 책, 좋은 책을 설명해주는 책들은 수도 없이 많은데 나는 단연 이 책을 제일로 칩니다. 책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교정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덕분에 나는 인생을 보는 시각도 좀 수정했습니다. 88쪽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이란 책을 소개하며 적었던 위의 말을 이 책, <이미령의 명작 산책> 을 소개할 때 하고 싶다. 평소에도 책 추천을 지인들에게, 한때 독서지도를 받았던 학생분들이나 이용자분들의 질문에 '타인의 독서일기'는 가급적 지양하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선입견, 편견이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의 이점을 반감시킬 수도 있고,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나 많은 추천도서에 자신이 정작 읽고자 하는 책들을 읽지 못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저자의 생각이 가득담겨 있고, 자기체험을 통해 책의 진가를 농밀하게 적어두었지만 그것이 무한예찬이나 교만이 아니라 '갇혔던 생각'을 깨는 도끼가 되어주고, 타인과 동물을 비롯한 생명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지나친 생명존중이 오히려 생명경시를 불러오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들이 들어있었고, 너무나 괴로워서 읽기를 꺼려했던 책들을 지나치게 몰입하기 보다는 저자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히려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저자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친절함이 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여성불자이지만 가톨릭교도인 내가 이마만큼 열린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면 좀 더 이해되기 쉽지 않을까.

 


 

총 48권의 명작과 원작자들의 생애, 그리고 관련 서적과 연극등을 포함하자면 1년을 꽉 채워 이 책을 충분히 우려내며 감상하기에도 좋을 것 이다. 리뷰 본문중에 각자의 독서계획을 타인의 조언으로 인해 방해받을 수 있는 우려가 이 책에서는 통하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다음의 문장으로 답할 수 있을 듯 싶다.


남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건 상대방을 전폭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좋은 점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혔고, 제 말만 진리라고 들이대고 있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말이지요. 193쪽


독서에서 멀어지려 했던 제맘을 너무 가깝게 당기지도 않고, 아예 놓지 않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해준 <이미령의 명작 산책>, 그야말로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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