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책 <투 더 레터>는 편지에 관한 역사는 물론 아주 사적인 개인의 편지부터 한 나라의 국왕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수신인도 발신인도 우리의 짐작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개인의 편지가 문학이 되고,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문학적인 편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과거 누군가의 편지를 옅보고 싶은 충동 때문이었다. 사실 최근에도 학자나 문인들의 편지가 편집되어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고흐와 동생 테오의 편지는 다양한 판형과 편집방식으로 여전히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모바일 기기가 일상이 되었어도 편지는 추억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사유를 위해 꾸준히 우리곁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도 지방에 사는 언니와 편지를 주고 받고, 생일이나 특별한 일을 두고 엄마에게서 손편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 전에 누군가의 편지는 마치 친구와 편지를 나누듯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지 중에 편지는 그 무엇보다 '연애'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리스 바커가 군인으로 있을 대 베시에게 보낸 1944년 2월 21일과 27일 편지를 일부 함께 나누고 싶다.


1944년 2월 7일에 1월 1일 자 당신 편지를 받았어요. 당신에게 '결정타를 날리는'답장을 보내느라 진을 뺀 이후, 저는 앚기 군화 신은 발레리나처럼 서투름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당신을 감동시키려 애쓰지 않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요즘은 지도, 사전, 헨리 소로의 [월든]-항상 이 책을 봐요. 이건 철학책이에요!

그때 제가 친구 몇몇이랑 훔쳐 마셔서, 안답니다! 143-150쪽



저런 표현을 편지가 아닌 매개로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70년전에도 마치 지금의 청년들처럼 소로의 월든을 읽고, 친구들과 무언가를 훔쳐마시는 등의 일들을 편지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진다. 당시의 영화를 보면 전쟁중에 연인에게 편지를 쓰고, 중간에 분실되기도 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고 그로인해서 안타까운 새드스토리로 마무리되는 경우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도 편지의 역할은 독자에게 제대로 반전을 전하는 도구로 등장하기도 하듯 지금처럼 분실사고가 거의 없는 시대와 비교해가며 편지를 느껴볼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서 책을 읽는내내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편지의 시작은 누구였고, 어떻게 형식이 변화했으며, 우표는 언제부터 붙이게 되었는지에 관한 사전적인 지식이 궁금한 사람이나, 나처럼 훔쳐보기와 공감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읽는 누구라도 '편지'라는 단어에 순간 멈칫하는 사람이라면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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