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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 자존감이란 몸으로부터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디아 지음 / 웨일북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흔히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 가슴이 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두 같은 말이다. 아이처럼 기쁜 일·사람·공간·시간을 만나라는 말이다. 삶에서 기쁨을 잃어버렸다면, 혹은 많이 줄었다면 가슴 뛰는 느낌을 찾아야 하고, 가슴을 펴는 자세를 일부러 해야 한다. 127쪽
어느 해보다 지난해는 잔병이 많았다. 마음이 아프니 몸까지 아팠던 것이다. 덕분에 이 책을 늘 가까이에 두고 아파 누워있을 때 마다 펼쳐보았다. 차례대로 읽지 않고 그때그때 마치 점치듯 그렇게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의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를 읽었다. 기쁨을 잃었다면 일부러라도 가슴 펴는 자세를 해야한다고. 가슴을 피기 위해서는 저자말처럼 기분이 일단 화이팅 해야만 가능하다. 우울하고 의기소침한데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결코 가슴이 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순서를 바꿔서 가슴부터 펴보는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혹은 저자의 약력을 보면 운동하라는 말이겠거니 하고 쉽게 치부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운동좀 해볼까 싶어서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리뷰를 쓸 맘이 들진 않았다. 움직일 수 있도록 나를 일으켜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가장 큰 목적에 닿지는 못했던 것이다.
몸이 부드러워지면 마음도 부드럽게 바뀐다. 내가 부드러워지면 세상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서문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저자서문을 보았을 때 비로소 저 문장이 보였다. 단순히 나 혼자 화이팅을 외치기 위해, 내 마음만 다스리기 위해 내 몸을 가눠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나 혼자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잘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내 몸을 부드럽게 해야만 했던 것이다. 만약 당신이 뚱뚱하다면 다이어트를 해서 타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기 위해, 누군가에게 나를 자랑하기 위해 내 몸을 가꾸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을 하는 것, 내 몸을 돌보면서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해 여유가 생기는 것이었다. 몸이나 마음, 혹은 둘 모두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펼쳐봤을 때는 나만 보였기에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전체의 질서 속에서 나의 소유를 따져보자.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꼭 필요한 만큼 갖자는 주장에서 필요란 무엇인가? 나에겐 빨간 옷도 필요하고 크리스털 그릇도 필요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필요'라고 불렀지만, 누군가는 '쓸데없는 욕구'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필요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172쪽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더니 어느샌가 맥시멀리즘이 유행하고 있다. 애초에 저마다 개성이 다른데 라이프스타일을 두고 마치 자신의 방식이 가장 옳다는 듯 주장하는 것이 정상적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저런 방식에 자신의 삶을 끼어맞추려는 많고, 나역시 그런 사람들에게서 완벽하게 떨어져 있진 못하다. 덕분에 모든 것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문제는 나였다. 그렇기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삶에서 필요한 건 멋진 사유와 좋은 텍스트보다 한 걸음일지 모른다. 사유는 몸으로 나오라고 있는 것이다. 39쪽
지나치게 오랜 세월을 사유하기만 했다. 제대로된 사유였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망설일까닭도 없었다. 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저마다 방식이 다른데 어쩌자고 또 다시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래저래 흔들렸으니 이번에는 몸의 말을 듣고 가슴을 펴보니 분명 이전보다는 훨씬 더 행복해졌노라고. 사유하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몸밖으로 조금씩 나오려는 것 뿐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