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 나를 구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앤서니 마자렐리.스티븐 트리지악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의 눈이 머문 까닭은 ‘삶이 고통’이라서가 아니었다.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좋다는 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녀를 양육중인 부모로서 당연하게 그렇다고 해야하는데 어째서인지 한 해 거듭될 수록, ‘타인’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저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싶을 경우가 있었다. 그런내게 ‘삶이 고통‘일 때도 타인을 사랑하라니, 저자들이 너무 평탄하고 운이 따르는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런 못난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저자들이 말하는 타이틀의 진짜 의미는,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나를 위해서만, 나의 삶에만 집중하는 것 보다 오히려 사소한 것일지라도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누군가의 피로와 아픔을 공유하려할 때가 더 정신적으로는 물론 신체적 건강까지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프랭클이 말한 것처럼,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라는 물음은 내 행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내 기대에 얼마나 못 미치는지에만 집중하게 될 뿐이다. 하지만 ’삶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지?’라고 물으면 결핍과 욕구와 불만족을 지우고 ‘왜’에 집중하게 된다. 목적이 있을 때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219쪽
삶이 고통스러울 때 이전에 내가 읽은 책들은 전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만 물으라고 했었다. 그렇게 나의 행복에 집중했을 때 위의 발췌문처럼 ‘이러니 내가 행복할 수가 없지’라는 결론에 잠시 잠깐 바꾸려는 시도에 설레기도 했지만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당시에 내가 고통스러운 건 ‘나를 위한 시간’의 결핍이었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꾼 부분이 여기였다. 유아를 양육하고, 회사에 다니며, 학교를 다니는 내가 시간을 계속 만들려고 애쓰기만 했다면 계속 지치고, 상대를 사랑하기는 커녕 ‘너 때문이야’로 마무리 될 뿐이다. 하지만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상대를 사랑하고자, 상대의 필요와 결핍을 이해하고 알고자 할 때 확실히 마음이 편안해졌다. 미루어 짐작해서 나를 위한 억지스런 변명이 아니었다. 상대가 나를 위해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런 부분들이 하나하나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나 이미 서평을 적었어야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아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나를 먼저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의 배우자가 한 일은 어설픈 위로나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그런 순간에 할 수 있는 건 그저 괴로워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이다. 이른바 ‘나타나서 입 다물기’다. 적막을 깨려는 충동에 저항해야 한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함께 있을게요. 저는 여기에 있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예요.’ 라고 말없이 말하는 방법이다. 218쪽
남편은 그저 말없이 내가 부탁하는 말을 들어주고, 있어주었다. ‘나타나서 입 다물기’는 비단 이런 상황 뿐 아니라 여러 경우에 필요한 태도다. 사실 나도 이게 잘 되지 않았던 사람이라 이번 일을 통해 남편의 모습에 고마움은 물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상대가 힘들어할 때 입을 다물기 보다는 책이나 SNS에 유사한 상황을 찾아가며 어떻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지 나 혼자 그렇게 분주하고, 그런 나의 노력에 별다른 반응이 없을 때는 솔직히 서운하기까지 했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가 원하는 것, 필요하는 것을 살펴주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바쁘면 자신 뿐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내줄 수가 없다. 어쩌면 삶이 고통처럼 다가올 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저 멈춤, 잠시 쉼일지도 모른다. 무조건 나에게 집중하지 말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부분은 저자도 여러번 ‘적정한 선’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는 것은 ‘생각을 멈추고 온전한 쉼’을 갖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공간을 내고 타인을 사랑할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다른 이들도 함께 나누면 좋겠다. 이 책을 소개하는 것 또한 하나의 사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