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어요 창비 아기책
김효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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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이랑 #유아 #영유아그림책 #책읽는아이

김효은 작가의 그림책, 내가 있어요

아이가 비행기를 처음 탄 날, 이 책을 꺼내들었다.
내가 먼저 보고 무슨 이야기를 준비하면 될까 고민도 했었지만 역시나 아이는 기내에서 책을 펼치자마자 이리저리 바라보며 알고 있는 단어가 아닌 바로 옆 비행기 창문에서 보이는 구름을 먼저 말하며 좋아한다. 여기도 구름이 있다며 책을 한 번 보고 창밖을 한 번 보며 들떠있는 기분이 점점 더 떠있는 하늘보다 더 오르고 있었다.

혼자서 이 책을 먼저 살펴볼 땐, 좀 더 어린 영아들에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래’를 향해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무엇이 등장하게 될 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래, 아래, 아래로 내려가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곳에 아이가 아닌 ‘내가 있’었다. 그건 나였다. 아이를 안고 아파트 옆 공원의 언덕위로 올라가 아이와 함께 바람을 맞으며 숨을 돌리던 나, 그런 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서두에 밝혔던 고민을 접고 더이상 넣을 곳도 없는 여행가방에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넣었던거다. 내가 나를 발견하듯, 아이도 그시절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 아니면 ‘엄마’를 알아보게 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지금은 아이를 안아주기에는 너무 자라서 책에서처럼은 안아줄 수 없다. 저 시절에는 정말 아이를 앞으로 띠에 넣고 여기저기를, 이런저런 것들을 거뜬히 해내곤 했다.

아이는 하늘아래 있는 것들을 줄지어 계속 이야기한다. 해, 구름, 무지개, 풍선. 풍선! 풍선을 좋아하는 아이는 역시 풍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간다. 풍선이 하늘에서 비행기와 만나면 어떻게 되느냐를 시작으로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는 풍선을 가지고 싶다까지. 아이의 아이다운 표정과 말들을 들을 수 있어 기뻤다.

‘내가 있어요’.

거기 있는 나와, 이 책을 이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와 함께 있는 ‘나’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더이상 이 책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아이를 키우는 내가 볼 때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상이 스쳐지나갈까. 잘 모셔둬야지. 아이가 처음 떠난 여행지에서, 비행기 안에서 연신 웃음을 머금고 읽었던 책이니 계속 모셔둬야지. 그리고 선물하고 싶다. 나처럼 아이가 어느정도 자란 엄마 뿐 아니라, 책에서처럼 저렇게 아이를 안고 있을 엄마들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창비 #창비어린이 #김효은 #내가있어요 #엄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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