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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게
안준원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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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게
”아들이 여기 들어오기 전에 벗어서 준 것입니다. 이걸 입고 있으면 꼭 다시 데리러 온다고 했습니다.“ <코트 중에서>
표제작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온 작품이 있다. 코트. 몇 해 전 엄마가 요양원 평가 혹은 실태조사 차 거주 지역이 아닌 타지역의 요양원 여러 곳을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생각보다 심각한 곳이 여러 곳이었다고. 뉴스에서는 종종 요양보호사들의 방임이 아닌 학대 사건이 등장한다. 활자로 적기조차 힘겨울 정도의 심각한 학대가 지금 어디선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코트>에서는 요양원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나온다. 그들은 보호대상이 아닌 감시대상으로 수감자와 동일하게 갇혀서 노동자로서 등급이 매겨진다. 기억력과 신체가 건강한 A급 수감자들은 상황이 좋지 않은 B등급의 수감자들과 밥만 같은 장소에서 먹을 뿐 노동도 휴식도 결코 함께 하지 않는다. 에이스라 불리던 한 수감자가 자살을 한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감되어 있긴 해도 실력이 좋아 간수들과도 잘 지내던 그가 돌연 자살을 선택한이유를 추적해가며 생존과 생의 의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자녀에게 버림 받은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 거짓속에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느정도 자신을 속이고, 때로는 기만에 가까워져도 모른 척 하는것은 ‘살고 싶은’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자신안에서 꺼내어 보내될 때, 누군가는 삶을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네가 공간을 맡을 테니 나는 시간을 맡으라고, 그것이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가 될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인, 그래서 지금네가 사는 세상은 어떠니? 내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을 어디에 맞추어야 네 공간으로 갈 수 있을까? <제인에게 중에서>
이제 표제작으로 가보자. 표제작 <제인에게>는 그리움, 그리움 그리고 그리움이다. 사랑하는 연인 제인과 헤어진 ‘나’는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방법을 찾아나선다. 혁명가 기질이 없는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에어리언과 다투는 것 보다더 낯설기만 하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일이 이제는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버려 씁쓸해지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차례에 역순으로 소개하게 된 <염소>.
어젯밤 우리 죄를 씻는다는 이유로 창의 아버지 손에 잡혀 온 염소도 여기 어딘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지 않았을까. 아니다. 부질없는 생각이다. 어쨌든 염소는 이르든 늦든 누군가의 손에 잡혔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염소 중에서>
분위기는 영화 <미드소마>처럼 음울하고 공포스럽다. 헌데 공포는 잘 모르는 부족의 제사때문이 아니었다. 스포가 될 것같아 특정 영화를 말할 수 없지만 (어쩌면 그 마저도 일차원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주는 상처가 더 큰 것처럼 가족, 배우자가 내게 저지르는 상처를 애써 외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부분에서 다시 <코트>가 떠오른다. 읽을 때는 순서대로 읽어서 후반부에 읽었던 작품이 강렬했었던걸까. 서평을 적다보니<염소>가 어마어마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어느 날엔 읽는 내내 고구마처럼 다가왔던 포터가 떠오를테고, 또 어떤 때에는 <백희>가 다가올 것만 같다. 그러니 다른 독자들의 후기를 찾아봐야겠다. 그러니 많이들 읽어주시길, 많은 이야기를나누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