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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수목원 - 숲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이동혁 글.사진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해마다 봄이면 그리고 이른 초여름 꽃은 핀다. 이름을 알던 모르던 제할일을 하기 위해 피고 지는 풀꽃나무들.
그나마 길가나 들에서 피는 꽃은 이름은 몰라도 얼굴이나마 익숙한데 높은 산에서 저 홀로 피는 꽃들은
그들의 특별함을 알고 부러 찾아오는 등산객들이 없으면 그나마 존재의 깊이도 무연해진다.
책, '아침수목원'에는 그런 아쉬운 생명과 존재들에 사연을 달아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 사연들을 듣는 순간
인간의 탈로 살아가는 지금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왜그리 욕심을 내며 힘겹게 살아가는지 반문하게 만든다.
설앵초. 그의 존재가 그러했다.
다른 여러풀꽃들도 깨달음을 전해주지만 유난히 더 설앵초가 맘에 들었던 것은 다음과 같다.
p.77 높은 곳에서의 삶은 살아가기보다 지켜가는 것이다. 중략
좀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면 좀더 많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 좀더 많은 인내와 고독을 감내해야 한다.
앵초로서의 평범함을 버리고 힘겹지만 특별함을 원했던 설앵초가 높은 산, 그것도 폭설이 내리는 곳을
터전으로 삶기위해 무던히 노력해야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의 눈을 호사롭게 만들기 위해 그곳에
올라간 것은 아닐것이다. 스스로가 높은 곳, 좀 더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그래서 보람을 느끼는 곳을 택했을 것이다.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 풀꽃이 어디 설앵초 뿐이랴.
내가 아닌 타인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는 팥꽃나무가 또 그렇다. 언뜻 보면 그의 생김새는
팥알스럽지 않다. 그저 꽃봉우리가 그만한 크기로 보여진달까 색도 라일락이나 이팝나무에 가깝다.
게다가 열매를 잘 맺지 않은 단점또한 가지고 있지만 쉴새없이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헛짓으로 보여질 테지만
팥꽃나무가 필무렵이면 조기가 풍어를 이루는 조기꽃나무란 별명도 가질만큼 맘으로 자식을 품어내는
고운 행태를 가진 팥꽃나무.
소개한 두가지 풀꽃나무 외에도 에델바이스라 불리기도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피는 산솜다리, 보기만 해도 커다란 꽃잎에 으아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큰꽃으라리 등
책, 아침수목원에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귀한 존재를 만나게 해주는 '뜻깊은 장소'를 만들어주었다.
생각을 하고 산다는 우리네보다 더 많은 깨달음과 자연의 섭리를 일궈가는 풀꽃에게서
5월의 초여름의 싱그러움만 알게 아니라 절제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