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두근거려 1
하일권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봉이발소. 삼단합체 김창남. 그리고 두근두근 두근거려 까지 하일권의 작품은 나를 늘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니 만화가 이토록 제기능을 100% 발휘하며 감동까지 줄 수 있는지 거듭 놀랍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만화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하일권 작가가 갖는 특유의 만화는 꼭 그에게서만 가질 수 있다.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그림, 그 그림에 어울리는 모범생과 그와 반대되는 추락하는 청소년의 모습의 공존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판타스틱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희망'을 기대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볼 수록 매력적이다.

두근두근 두근거려는 수구를 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배수구는 수영복에 집착한다. 그것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그릇된 욕망이기에 그는 누구에게도 부끄러운 취미생활을 말하지못한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학교 수영장에서 여고생들의 수영복을 훔쳐보다 담임에게 걸려 반강제로 여장을 하고 수구부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린 만화다. 대충 이렇게 시놉을 소개하면 별로 재미없을 것 같고 커피프린스나 미남이시네요 등에서 보던 성정체성에 관련된 에피스도만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 만화는 그 안에 청소년 아닌 사람이 갖는 꿈에 대한 막연함과 가족관의 불화 그리고 성장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배수구는 처음에 여장을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그것도 수구선수로서 여장이라니 뽕을 가득채우고 가발을 쓴 들 고등학생인 그의 남성성이 밖으로 감춰지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속아준다. 아니 그의 여장을 이쁘다고, 다른 여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더 잘어울린다고 믿고 있다. 왜냐면 그의 억지스런 여장이 그가 아버지와 소통하고 사회와 어울려져 그의 꿈을 이뤄가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고 알기 때문이다. 그 장치가 허술해서도 안되고 우리에게 들켜서도 안된다. 성공해야 한다. 배수구가 지유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했듯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고인물'로 남을 불안함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완벽해지고 싶다. 가족들의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랑거리 혹은 행복이 되고 싶지만 때때로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된다. 자연스런 의사소통까지 방해받기까지 한 우리들의 꿈은 결국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또 그것을 전달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시작이야 어찌되었던 배수구가 여장까지 하며 그의 꿈을 감행했던 것처럼 우리는 어느정도 고통을 수반한 행복을 맛볼 준비를 하게 만드는 만화, 아니 작품이 두근두근 두근거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