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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철학 이야기 100 - 초월과 공명의 철학
효몽 외 지음, 송춘남.송종서 옮김 / 서책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그는 부처가 되기 위해서 해탈을 추구하는 것보다 아무런 구속도 없이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p.239
유가 철학이야기 100에 이은 선 철학 이야기 100.
선, 교종 중 선종의 교리를 닮은 책으로 책도 스승도 필요없이 스스로 깨움을 갖는 것, 아니 그 깨움조차 내가 깨달았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가 느낄 뿐인 선 철학. 때문에 빨리 읽자고 치면 두어시간도 안 걸려 읽을 수도 있겠지만 책의 실린 이야기의 절 반즘이라도 깨달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면 하루도 이틀도 사나흘이 아니라 평생에 가도 이해가 되지 않아 읽었던 페이지를 되돌아와 읽게 만들어버린 책이다. 앞서 읽었던 유가 철학이야기처럼 담담하게 이해되고, 깨달음이 생겨나고, 인간사의 교리와 규범을 지키고자 하는 정도로 다가설 수 만은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을 두고 어찌 서평을 적어야 하나 참 많은 망설임과 망설임이 있었다. 내가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 근래 들었던 그 어떤 책보다 더 컸던 것 같다.
그런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나의 시선을 그냥 한권의 책으로 덤덤하고 무심히 바라보자고 마음 먹었다. 오히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책으로만 보았을 때 선 철학은 청아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위허공. 何謂虛空 - 허공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편을 보면 허공은 선가의 참뜻으로 볼 경우 하나의 경지라고 했다. 사는 동안 마음속에 참 많은 것을 담아두고 있다. 그것이 타인의 대한 미움이기도 하고 부모에 대한 효심이기도 하고 연인을 향한 애정일 수도 있다. 그 수많은 감정과 사건을 다 넣어두고 나면 그 부담이 짐스러워 제대로 살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되니 올바른 삶을 살 수 없게 되기에 허공이란 만물을 뜬구름 같이, 다 담으려 애쓰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늘 우리는 비워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산다. 가정에서는 잡동사니를, 뇌에서는 불필요하게 그저 담기만했던 지식들을 비우고 나면 그제서야 굳이 담아야 할 것도 없고 남겨둬야 할 것도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허공이다. 읽으면서 조용필의 허공이 생각나서 웃음짓기도 했다. 특히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 되기도 했고 불가 하면 딱 떠오르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의 의미가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닌,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닌, 어떤 고정관념에도 집착하지 않는 상태, 즉 초월의 경지를 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책에 담긴 100가지 이야기를 애초에 다담으려고, 어떻게 하든 더 많이 담으려고 집착했던 때는 한글자도 리뷰를 적을 수가 없었다. 같은 부분을 맴돌기도 하고 뒤로 돌아가 읽기도 하곤 했다. 반복되는 비움과 집착을 내려놓았을 때 그제야 어설프게 나마 선 철학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느끼게 된 것 같다. 차마 알 것 같다라고는 말할 수 없을 좋은 교리, 그리고 깨달음이 담겨있는 선 철학 이야기 100. 다음에는 어떤 철학의 100가지 이야기로 출간될지 다시금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