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조금은 독특한 가정의 모습이라고 했는데 읽고 보니 독특한 것이 아니라 참 닮아가고 픈 모습의 가정이었다. 친구나 연인과의 약속이나 이벤트 보다 가족과의 약속과 매년 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소중히 할 수 있는, 억지가 아니라 제 맘에서 우러나 그리 할 수 있다는게 더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내게는 참 어렵기만 했던 것들이 그들 가정에서는 그저 ' 내가족의 행복'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범할 수 없는 상대만 마치 부러 고른듯 데려오는 둘째딸에게도 그 처럼 관대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싶었다. 내 기준에서도 유부남, 동성애 등은 나무랄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찬성할수만은 없는 문제다. 반색하며 반기진 않았어도 그들 가족에게는 암암리에 서로의 사랑과 존재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에 그럴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로소 에쿠니 가오리의 필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이전까지 그녀의 책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무언가 에두르는 듯한 표현이 답답했고 아름답게 비춰보이는 전혀 그렇지 못한 일상들에 심퉁부리듯 멀리했었는데 가족이야기였기에 그랬는지 몰라도 참 소중하게도 감싸안고 읽었던 것 같다.

연애를 하는 입장에서 봐도 소란한 보통날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네가 이만큼 주었으니 나도 이만큼 주겠다 하는 것도 없고 상대방을 사랑이란 이유로 가두는 것도 없다. 그저 내가 사랑하니까로 시작되고 그렇지 않게되면 조용히 상대의 마음이 가라앉을 여유까지 배려해준다. 우유부단해 보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감정의 매듭만큼은 완벽하게 마무리 하는 모습에 마음 한곳이 찡~해졌다. 담담하게 데이트 하는 모습도 좋았고 자신의 갈길을 조용히 내다보는 것도 그런 방황이라고 보기에도 소소한 과정을 기다려주는 가족들의 모습은 보통의 가족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걸 알기에 더 부러웠는지 모른다. 막내의 정학사건도 그랬다. 이유야 어찌되었뜬 학교에서 반하는 일을 하는 아들을 감싸안을줄 아는 모습, 그것이 제자식만 귀하다고 생각하는 막무가내식 사랑이 아니였기에 책을 읽다가 나모 모르게 또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머리를 쓰따듬어주고 싶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들 수록 큰 힘이 된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형태의 '집'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다. 덤덤하게 나의 손을 잡아주고 이유를 묻기 보다 그저 쉴 수 있는 곳임을 느끼게 해주는 가족의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소란한 보통날이란 타이틀은 해당 출판사에서 독자들의 의견이 적극반영되었는데 책의 내용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소란한 보통날이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전혀 소란한 일이 아니었다. 소란한 날들이 보통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만이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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