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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리사의 가족 - 천천히, 느리게…핀란드에서 온 가족이 전하는 조화로운 삶
홍성환 엮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한 일이다.
안나리사의 가족은 아마도 그런 사람들인 것 같다. 진중한 분위기의 교수님 스타일로 느껴지던 유리공예 아티스트 홍성환씨의 시선으로 쓰인 안나리사의 가족, 안나리사는 저자의 아내다. 핀란드에서 만나 한국으로 건너와 그들은 누구나 꿈꿔봄직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 책을 보고 있으면서도 부러움과 미래의 나의 가족에 대한 희망으로 벅차오름을 느꼈다.
안나리사의 가족은 책으로 출간되기 이전부터 K본부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유명인'으로 아직 프로그램을 보진 못해서 어떤 내용을 주로 담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까지 담아 책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나중에 기회되면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책에 담긴 그들 모습만 봐도 가슴이 벅차고 미래의 내 집과 가족들의 모습만 상상해도 설레이기 때문이다.
먼 이국에서 건너와 안나리사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남편과 시댁, 그리고 그녀가 근무했던 영어학원을 통해 보여진 것이 대부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1년을 겨우 넘기고 그만두었던 학원에서 보았던 불합리함이 계속 남아있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잘못된 선입견이나 이면의 모습이 아니라 대다수의 직장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옆에서 뛰어 놀고 부부는 유리공예를 하기도 하고 고물이나 자연에서 얻어온 무언가들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 매일 아침 급하게 출근해야 하는 남편, 야근과 원치않은 술자리에 지쳐들어오는 모습도 거의 없을 거란 생각에 괜한 시기와 질투도 느껴진다. 그것은 그들이 재벌집 자손이라서가 아니라 지나친 욕심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때문인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가정들이 안나리사의 가족처럼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그렇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뿐인가. 재벌집 자제들 조차 매일 같이 회사에 출근하고 일을 한다. 이뤄놓은 부를 잃기는 커녕 더 높이 쌓기위해서.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삶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반면 삶의 이유가 재벌도 아닌 보통사람들까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압력을 스스로에게 주며 힘들지 않아도 되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안나리사의 가족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세지는 우리가 이렇듯 행복하게 살아요,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말고 실천하세요 등의 내용이 아니란 생각을 읽고 나서 한참뒤에야 깨달았다. 안나리사 가족을 직접 만나고 왔을 때도 그들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던 즐거움과 미소가 내 것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마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것. 타인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가 원하는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서로를 맞춰가는 것, 그게 왜 그리 어려운걸까. 욕심. 그래 욕심만큼은 좀 버려야겠다. 장마가 끝나고 새 달 7월이 되면 그들처럼 좀 시원하게 가볍고 즐겁게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픈 일들을 눈치보지 않고 하나씩 해나가야지. 언젠가 나만의 가족과 일들을 책에 소소하게 담아낼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