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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평점 :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제일 친했던 대학 친구가 술을 끊겠다고 ‘AA(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이란 모임에 가입한 뒤의 일이다. 59쪽
책 ‘컬티시(컬트적)’의 집필 계기는 마치 소설의 시작처럼 적당히 가볍고 어느정도의 친밀함이 느껴진다. 허나 타이틀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보면 과연 컬티시의 의미와 범위가 어느정도인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단, 종교, 광신도를 연결지어 ‘부정적’이며,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거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우선 저자는 컬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원만 보더라도 수렵농경 생활로 시작된 인류에게 집단적 행위, 생활은 생존을 위한 본능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SNS의 셀럽과 추종자들 그리고 뷰티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사회에 변화와 함께 컬트가 가지는 의미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그런 변화들 속에서 컬트가 발생시키는 문제나 사이비종교와 같은 자극적인 부분이 아니라 이런 컬트현상, 컬트가 유지되기 위해선 반드시 그 집단만의 ‘언어’가 존재하며 그 역할이 중대함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있다.
언어가 없다면, ‘컬트’도 없다. 26쪽,
언어가 곧 암호이자 연막, 진실의 물약이었다. 실로 강력한 힘이었다. 57-8쪽
사고 차단 클리셰는 일상 대화에 만연하다. “어쩔 수 없지” “남자애들이 그렇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다 신께서 계획하신 거야”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같은 표현이 흔한 예다. 105쪽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이전에 읽었던 종교적인 부분에서의 컬트만을 생각했었다가 막상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컬티시 언어로 인해 피해를 겪었거나 혹은 가해자의 입장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지 오웰의 ‘1984’의 경우 빅브라더, 감시와 통제의 시선을 넘어 ’추상적인 단어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믿음(115쪽)을 풍자했다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읽었던 여러 소설들을 다시 곱씹게 되었다. 책 전반에 등장하는 인터뷰어들의 컬트 집단이 가지는 또 다른 억압의 방식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은 결코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의가 탈출한 이후에도 완전하게 제거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부분은 이전에 읽었던 사이비종교 관련 소설에 속 인물들의 안타까운 결말들을 통해 알고 있던 부분인데도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컬트집단에서 운좋게 탈출한 과학자 아버지로 부터 집단의 위험과 의심의 시선을 가진 저자의 고백처럼 ’내가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221쪽)‘을 나또한 인정하게 되었다.
같은 것을 추구하는 타인 곁에서 뭔가를 믿고, 느끼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 DNA에 새겨져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 그러니 다시 한번 해 보자. 함께 갑시다. 날 따라오세요.. 인생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나 기이하니까. 324쪽
SNS의 순기능이라는 태그를 달고 이전에 글을 하나 올린적이 있었다. 이미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들이 쉼없이 운동이나 공부 등의 자기개발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는 모습에 잠시 우울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한다는 것, 나또한 그렇게 공유하며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였다. 컬티시는, 저자 어맨다 몬텔의 손내밈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컬트를 낳을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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