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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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를 둘러보든 사람들은 모두 불안하고 억지스러우며 악독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두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주식, 요양원 따위에 쏟을 시간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상태는 몸이 나에게 보내는 고통으로 나타날 뿐이다. 37쪽

며칠 내내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수면시간은 줄고, 과제와 함께 걱정과 한숨은 잔뜩 늘어났으니 몸이 멀쩡할 수 없었다. 오전시간에 수업과 아이 등원문제로 간식을 포함해 식사를 거른것도 영향을 준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저 위에 발췌문을 가지고 며칠을 나의 영혼에 대해, 영육간의 건강 어느것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실상은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생각하기를 게을리하느라 건강하지 못한 상태는 지속되었다. 그렇게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다‘. 무엇이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저자의 불완전함에 있다. 종교는 완벽한가? 신에대해서 완벽하게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수도 없기에 겸손할 수 밖에 없는데 ‘성인‘이 되고자 함께 노력하자는 친절하진 않지만 꽤나 설득력있는 작가로서의 장점을 다분히 발휘한 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헤세가 지향하는 종교적인 인간이 될 수 없다. 이성적이지 않다고 해서 천재가 나올 수 없다거나 영웅이 될 수 없 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인 천재와 현실적인 천재가 서로 흠모하고 마음이 끌리듯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영적인 경험은 이성과 경외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가장 모순되는 존재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125쪽

헤세는 자신의 믿음에 대해 경험하였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실제 종교에 있어 어떤 논리로 반박하고 근거를 제시하라는 사람들이 신을 믿으라는 이들에게 반박할 때 ‘이성이 아닌 경험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비이성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 믿음으로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다름아닌 종교적인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헤세는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를 포함한 다른 종교와 성인들에게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 또 실제 그들이 원하는 지향점에 도달했으리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의 지향점은 결코 쉽사리 닿을 수 있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자의 말처럼 안으로는 우울증을, 외적으로는 전쟁이 발발하는 시대를 살았던 헤세였지만 종교에 대한 신의와 도전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사순시기에 나처럼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좇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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