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 입문 - 오늘을 살아가는 무기, 용기의 심리학, 개정 증보판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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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터 몸이 약한 아이, 똑똑한 형과 여러 동생들 사이에서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해 열등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유년시절을 경험했다면 그 아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결정론자였던 프로이트의 심리학으로 보면 아마도 그 아이는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정상적인 어른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할 것이다. 비결정론자였던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만 유년시절의 경험이나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 요인이 반드시 인격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첫 문장에서 묘사한 아이가 바로 아들러의 유년시절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년시절에 부모로부터 좋지 않은 영향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했다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뿐 아니라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올바른 인격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올바른 목표와 방향을 잘 잡아준다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경험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각자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 것이다. 자신이 처한 문제와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극복하려는 용기를 낸다면 삶의 의미를 올바르게 찾을 수 있다는 이론으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이전의 프로이트 이론과 다른 또 하나는 '사랑'을 강조하며 종교를 무의미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 이론을 들여다보면 주된 내용인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성경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상처나 문제가 있는 사람을 타인이 개입하고 스스로 자각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 아들러의 이론이라면 성경은 모든 것의 기본이 주의대한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느꼈다.

 

세계적인 위대한 정신적 운동을 통해서 인간은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종교는 이런 방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노력 가운데 하나이다. 27쪽

열등감과 우월감은 아들러에 의해 최초로 사용된 단어로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우월감이 더해져 마음을 움직이는 추진력과 원동력이 된다고 보았다. 아들러가 말하는 우월감이란 남보다 위에서려는 마음이 아니라 자기의 가능성을 더 많이 실현하려는 의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들러는 과거의 경험이 각자의 해석에 따라 미래가 변한다고 보았는데 이 부분은 소설 [당신에게]에서 나왔던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지만 미래와 자신은 바꿀 수 있다는 내용과 유사하지만 역시나 차이점은 있다. 아들러의 이론이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개인이 사회적 도움없이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되찾고 올바른 인격형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결국 타인의 도움으로 미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역시나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용기와 사랑으로 자신의 미래 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와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데 잘못세워진 삶의 의미를 고쳐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삶의 의미를 제대로 상정하지 못한 사람일 경우 혼자서 잘못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왜냐면 개인의 발전과 변화에만 중점을 둔 사람이라면 공동체적 관심과 공헌의 중요성이 빠진 삶의 의미가 무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홀로 도태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허구와 허상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밖에 없다.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혹성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혹성의 사람이다. 그곳에서 나는 공주이다. 이 빈약한 지구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104쪽

 

불안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크게 4가지의 경향을 보인다. 첫 번째는 아들러처럼 자신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정상적이고 가장 좋은 상태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려는 경향, 두 번째는 상처를 이겨냈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홀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 세 번째는 자신이 당한 만큼 자녀에게 상처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마지막 네 번째는 상처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했을 때 혼자서만 이익을 얻는다면 그것은 공헌적인 삶이 결코아니라는 점에서 첫 번째의 경향처럼 자신의 과거를 해석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해석하고 극복하려는 의지, 즉 용기를 갖고 사회와 관계를 통해 올바른 길을 걷게될 수 있다는 인류애에 가까운 아들러의 심리학은 과거와 환경만을 탓하는 안타까운 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론이자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가 된 아들러가 사회적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주장하고, 인간을 구분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감싸며 해결책을 찾은 것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승화시킨 까닭이다. 아들러가 국제적 명성을 높게 얻은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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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한 삶 - 그들은 어떻게 일과 생활, 집까지 정리했나?
이시카와 리에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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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지나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이 되면 정리해야 할 것이 물건만이 아니다. 일과 생활 전반을 둘어보며 그야말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해지는 시기다. 그 시기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지만 '홀가분한 삶'을 살고 있는 인생선배분들의 이야기는 미리 들어두어도 손해날 것이 없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상태에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준 작가에게 고마울 정도다.

 

이 책은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먼저 살아본 선배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다시 돌아보게 된 삶, 새로 시작한 일, 나이가 몇 살이든 간에 마음먹은대로 실행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무엇을 가질지 말지의 문제보다 어른이 된 후의 삶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162쪽

 

홀가분한 삶이란 무엇일까.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더이상 책임져야 할 부양가족이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삶일까? 책을 읽기 전 내가 생각하는 홀가분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았다. 가족이 있더라도 어디론가 정기적으로 혹은 한 달 이상 여행을 떠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우자가 수락하지 않거나 원만한 합의없이 떠난 다면 그것은 홀가분한 삶이 아니라 무책임한 삶일 것이다. 이런식으로 가지를 쳐내다보니 결국 홀가분한 삶이라는 것은 '얽매이지 않는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소개해주는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무엇인가에,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적어도 마흔 까지는 열심히 일해야한다.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핑계를 대며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짧게는 십여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노년이라 부를만한 시기에 비로소 원하던 방식의 삶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사는 저택의 규모와 형태, 하루 일과만 보더라도 과연 홀가분한 삶인가 싶을 만큼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상시간이 유동적이긴 해도 대부분 10시 이전에 일어나거나 오히려 5시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랍고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느꼈던 점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 간병을 했거나 진행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앞서 단순하게 생각해볼 때 홀가분한 삶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니기도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삶이 아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는 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홀가분한 삶은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무책임한 삶이자 이기적인 삶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거의 고정된 시간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설사 그것이 창작활동일지라도 성실하게 정해진 시간을 지켜가려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터치가 더이상 필요없는 스스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삶이 비로소 홀가분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길이 없는 숲 속에 살고 있다면 헤맬 것도 없고, 어디로 가고 어디로 돌아오든 전부 자신의 자유인 거죠." 101쪽


집안을 정리하고, 물건에 대한 애착은 지켜가면서 집착은 버리는 것, 더이상 자신과 주변인물의 죽음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대한 '홀가분한 삶의 실천'편도 여러모로 유용했다. 죽음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장례절차에 대해 정말 상세하게 쓰여져 있어 또 한 번 놀라기도했다. 일본인이 쓴 글이기 때문에 국내 실정을 언급해준 부분은 역자와 편집부의 성실함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에 소개된 모든 분들의 삶 속에서 도움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에다모토 나호미님의 이야기속에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일인지, 좋은 일인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생각하지말라는 말, 길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면 잃을까닭도 없다는 그녀의 말에 더이상 헤매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도 홀가분한 삶을 살기에 결코 늦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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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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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여행이 일상이 된 남자 / 일상을 여행하는 여자

 



서로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잠들기 전 이 책을 읽던 10월의 며칠 동안 정말 행복했다. 여행이 일상이 된 남자와 일상을 여행하는 여자가 1년 동안 찍고 쓴 글은 같은 기간 나는 무얼하며 보냈나를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각각의 계절에 불어오는 바람의 향과 세기가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도 때 마다 달랐다. 여행이 일상이 되었던 그 남자의 글은 그 누구보다 일상을 사랑하는, 아주 사소한 소품마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면 우산위로 톡, 톡, 톡 하고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 소리가 좋다고까지는 생각했는데 그 남자처럼 우산이란게 빗소리를 잘 듣기 위해 만들어낸 물건이라고 까진 생각치 못했다. 그 남자는 사소한 거에 맘을 쓰는게 아니라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여자의 우산은 알록달록 마치 동요에서 나오는 그런 각양각색의 우산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남자의 글도 여자의 글도 모두 우리가 느꼈었던 감정이지만 글로 옮겨내지 못했다. 어쩌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부지런함과 자기고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산 위로 울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우산이란 물건이 비를 피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

빗소리를 들어보라고 만든 물건 같다


-그 남자의 우산-


 


가을이 시작 될 무렵 옷정리를 하면서 운동화 한 켤레를 정리했다. 지난 해 헬스장에 등록하면서 마련한 것인데 신다보니 너무 편해져 이곳저곳 참 많이 신고 다녔다. 지난 유럽여행에도 녀석 덕분에 하루에 만 10시간 가깝게 돌아다니면서도 그렇게 피곤한 줄 몰랐고 물집도 없이 다녔다. 그러다보니 이 녀석은 상할 대로 상해 여기저기 터지고 망가진 게 눈에 확 들어왔다. 곁에 두고 싶지만 신지 않고 보관만 하는 것이 오히려 미안해 정리했는데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이런 정든 녀석은 오히려 잘 보관하는 모양이다. 어릴 때는 그들처럼 이것저것 잘 모아두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그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트렁크 안에 다 들어갈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것을 나이를 먹을수록 깨닫기 때문이다. 좀 덜 상하게 신었더라면 이따끔 꺼내 신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사진에 남아있는 것으로 만족해도 될 것 같다.


여행을 하며 배운 두 가지.


살면서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60리터 배낭 속에 다 들어간다는 사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


- 그 남자의 겨울



 

 

 


두 사람의 사계를 읽는 동안 카메라에 담아두었던 내 사계를 뒤돌아보았다. 예쁘게 잘 나온 사진, 못나거나 흐릿하게 나온 사진. 모두 다 내가 보고 담아두었던 내 삶의 한 조각들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외출하는 날에는 평소라면 지나쳤을 많은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쁜 꽃만 보이던게 렌즈를 들이대고 지켜보면 꽃을 감싸는 잎도 남다르게 느껴지고 꽃위에 앉아있는 벌, 나비들에 오히려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 다른 때 보다 더 예쁘게 입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 여자의 말처럼 좋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그 마음에 따라 오늘 나의 하루도 달라지고 그렇게 조금씩 더 예뻐진 하루 하루가 모여 내 삶의 조각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교적 반복적이고 심심한 생활이지만

어떻게든 보려 하면 나의 하루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나를 미소 짓게 하거나, 눈물 나게 하거나,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은 내가 알아보기 전까진

소리 없이 늘 그곳에 있었다.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그것들에게 새롭게 인사했다.


-그 여자의 프롤로그-


먹지 않으면 존재자체가 불가능한 우리에게 '냉장고'가 가지는 의미는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듯 하다. 꽉 채워진 냉장고를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그 남자의 글에도 크게 공감하고, 냉장고를 열었을 때 보여지는 그 모습이 꼭 그때 당시에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느껴진다는 그 여자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즘 인기있는 예능프로 중 '냉장고를 부탁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15분 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묘기처럼 만들어내는 과정도 볼거리지만 매 회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냉장고를 옅보는 재미도 크기 때문이리라. 아주 귀한 식재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만나거나 어제 내가 먹었던 혹은 즐겨먹는 음식이 있을 경우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냉장고의 풍경은 그렇게 나를 기쁘게도 하고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친하지 않은 사람, 혹은 흐트러진 나를 들키고 싶지 않을 때에 냉장고 문을 열어버리는 사람에게 그렇게 차가운 눈빛을 보내는지도 모른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요즘의 내가 보인다고 생각해요.

냉장고가 꼭 지금의 나를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무언가를 들켜버린 그 기분이 왠지 싫기 때문이에요.


- 그 여자의 냉장고-


여행기를 좋아하지만 '여행지'라는 조금 특수한 장소에 머물면서 쏟아내는 감정의 글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여행지가 특수한 장소가 아닌 늘 마주하는 일상이라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고 쓴 사람보다 내가 더 부끄러워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남자가 느꼈던 것을 나도 느끼고 있었고, 그 여자가 말하는 그 서글픔이 무엇인지 나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나도 몰랐던  감정을 깨닫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것은 두 사람 덕분에 나의 지난 1년도 참 행복하고 기뻤고 슬펐고 그래서 아름다웠구나를 깨닫게 해주었던 점이다. 고마운 책, 사랑스러운 책, 2015년 10월 밤을 참 따뜻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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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
남상화 글.그림 / 꿈의지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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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혹은 뜻이 맞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이 낭만이자 행복가득한 일이라고 믿고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홀로 떠난 여행기가 책으로 많이 출간되어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몇 년 전만해도 혼자하는 여행보다는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고 착각했다. 혼자만의 여행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또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둘이서도 함께 잘 살 수 있듯, 혼자서도 잘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험으로 알기도 하고  <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덕분에도 알 수 있다.


책의 시작은 여행을 떠나기 전 저자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떠나기전의 나와 떠난 그 곳에서의 나, 그리고 돌아왔을 때의 내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그런 것들. 책 내용중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저자가 다양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아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내심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듣기 기대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저자가 기대했던 답변과는 달랐다. 오히려 낳지 못하거나 그럴만한 상황이 안되더라도 꼭 아이를 키워봐야 한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저자와 연배도 비슷하고 결혼과 출산과 관련된 생각이 저자와 비슷했던 내게도 그녀의 답변은 그냥 여행에세이의 한 페이지로 넘길 만한 부분은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책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라는 타이틀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산토리니이기도 하면서 읽고 있는 독자, 나이기도 하면서.


책을 읽기 전 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저자의 개인 블로그를 방문 해 산토리니 외에 다른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를 읽어 본 적이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여행기는 단연 모녀여행기다. 털털한 저자 옆에 여전히 고우신 저자의 어머님이 웃고 계시는 사진을 보면서 혼자만의 여행도 좋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이기적인 여행만 했던게 아닌가 반성도 했다. 엄마와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그 누구와 떠나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엄마의 배신도 잘 감당하고, 이제는 엄마의 딸 노릇 뿐 아니라 함께 나이를 먹는 동행이자 외조모가 계시지 않는다면 엄마의 엄마의 역할도 자청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여행은 철들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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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스타일북 가을-겨울 Autumn-Winter - 매일매일 새로운 365일 코디네이션 보통날의 스타일북 2
기쿠치 교코 지음, 김혜영 옮김 / 비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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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 closet
보통날의 스타일북

 

 

지난 봄, 해외서적 코너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은 기쿠치 교코의 <K.K. closet>을 원서로 처음 보았다. 원서다보니 이번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책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비싸 책 속 컨텐츠가 정말 맘에 들었지만 그 자리에서 구매를 결정하진 못했다. 왜냐면 내용이 워낙 좋았던데다 잡지에서 해당 책 기사를 몇 차례 보다보니 번역본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가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즌에 맞게 출간 된 보통날의 스타일북. 코디북이라 사진만 봐도 괜찮지 않냐고 하겠지만 번역본을 기다린 것이 비단 가격 때문은 아니었다. 앞으로 소개 할 코너 팁을 보면 이해될 것이다.

일본에서 출간하는 패션지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화려한 의상은 거의 없고 베이식한 스타일이 많았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오피스의 경우라면 타이즈의 스커트가 기본이 되지만 거의 대부분 컨버스화에 흰 셔츠, 계절에 따라 카디건을 입거나 스웨터를 걸치는 정도로 거의 큰 계절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 잡지에서 보여주는 매일 매일 추천코디는 무난한 날도 있지만 정말 저렇게 입고 출근할 수 있을까? 외출 할 수 있을까? 모델이 입어도 별로인 코디들도 상당한데 <보통날의 스타일북>에는 입고나가지 못할 코디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일본 잡지의 경우 부록으로 토트백을 자주 선택하는 까닭도 이 책을 보면 이해가 간다. 우리가 활용하는 고급진 잇백보다 편하게 들고다닐 수 있는 토트백을 정말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365일 코디네이션

Autumn - Winter 10.01~3.31

 우측에 사진은 흰 셔츠와 가디건, 그리고 컨버스화로 코디한 스타일링으로 우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컷이다. 센스가 있거나 옷을 자주 접하는 여성이라면 이런게 코디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베이식하고 심플 그자체다. 안경을 소품으로 활용했는데 별다른 코멘트없이 롱가디건을 활용한 예라고 캡션이 달려있는 코디다. 물론 괜찮은 코디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이 사진을 고른 건 아니다. 바로 옆에 '여성이 남성복을 입었을 때의 멋을 보여주는 영화'를 소개해준 tip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옷에 성별구분이 거의 없어졌다고는 해도 막상 여자가 남자옷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흰 셔츠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무심하면서도 시크하게 남자옷을 자유롭게 코디할 수 있다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이 그만큼 많아지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여배우가 남자바지처럼 통이 큰 바지와 커다란 셔츠를 매치해서 등장하는데 저자는 내용보다 패션에 더 관심을 두고 봤다고 말했다. 저가 추천한 영화는 우디 앨런의 [애니 홀]이란 영화다. 좀 오래된 영화라고 하니 나중에 DVD를 빌려서 봐야할 것 같다. 패션은 어짜피 계속 반복된다고 하니 해당 시대의 스타일을 참고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182가지 스타일링을 소개합니다.

여기에 복잡한 법칙이나 어떤 정답이 실려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소개한 옷은 모두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옷이라는 사실입니다." - 저자 서문에서-

 


10월 1일 부터 3월 31일까지, 매일 매일의 코디가 담겨 있다. 값비싼 제품도 아주 간혹 등장하지만 이미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제품이 훨씬 많다. 저자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심플하고 베이식한 셔츠, 컨버스화(그것도 흰색으로만)등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옷과 스타일만 담았다고 한다. 옷을 코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느냐의 여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라멘이나 초밥보다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디저트'류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만 가도 제과점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고 보기에도 좋은 제과류를 저렴하게 팔고 있다. 나의 경우는 일본에 도착한 첫 날 저녁에는 무조건 마트에 나가 푸딩이나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는 다양한 모양의 슈를 사먹곤 한다.

스타일링 책이라고 패션과 관련된 이야기만 실린 것이 아니라 더 반가웠다. 특정 매장과 제품이 등장하긴 했지만 도쿄에 가면 꼭 다양하고 달달한 제과제빵류를 맛보길 추천한다. 슈크림과 함께 등장한 코디는 가을하면 떠오르는 '트렌치 코트'와 플레어 스커트, 그리고 여성스러움을 한 층 더 살려줄 힐까지, 가을의 어느 금요일, 출근하고 바로 데이트를 하러 가도 괜찮은 코디다. 위의 소개한 영화, 제과류 외에도 진주 목걸이, 자전거, 타이즈, 소도구 등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다양한 팁은 일본어를 잘했다면 상관없겠지만 나같은 초급자에게는 번역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저자가 알려준 코디로 가을~겨울 6개월 동안은 옷 때문에 고민할 일이 거의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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