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
남상화 글.그림 / 꿈의지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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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혹은 뜻이 맞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이 낭만이자 행복가득한 일이라고 믿고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홀로 떠난 여행기가 책으로 많이 출간되어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몇 년 전만해도 혼자하는 여행보다는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고 착각했다. 혼자만의 여행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또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둘이서도 함께 잘 살 수 있듯, 혼자서도 잘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험으로 알기도 하고  <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덕분에도 알 수 있다.


책의 시작은 여행을 떠나기 전 저자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떠나기전의 나와 떠난 그 곳에서의 나, 그리고 돌아왔을 때의 내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그런 것들. 책 내용중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저자가 다양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아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내심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듣기 기대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저자가 기대했던 답변과는 달랐다. 오히려 낳지 못하거나 그럴만한 상황이 안되더라도 꼭 아이를 키워봐야 한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저자와 연배도 비슷하고 결혼과 출산과 관련된 생각이 저자와 비슷했던 내게도 그녀의 답변은 그냥 여행에세이의 한 페이지로 넘길 만한 부분은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책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라는 타이틀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산토리니이기도 하면서 읽고 있는 독자, 나이기도 하면서.


책을 읽기 전 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저자의 개인 블로그를 방문 해 산토리니 외에 다른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를 읽어 본 적이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여행기는 단연 모녀여행기다. 털털한 저자 옆에 여전히 고우신 저자의 어머님이 웃고 계시는 사진을 보면서 혼자만의 여행도 좋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이기적인 여행만 했던게 아닌가 반성도 했다. 엄마와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그 누구와 떠나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엄마의 배신도 잘 감당하고, 이제는 엄마의 딸 노릇 뿐 아니라 함께 나이를 먹는 동행이자 외조모가 계시지 않는다면 엄마의 엄마의 역할도 자청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여행은 철들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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