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카페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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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어버린 이리스.

어릴 때는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가며 다가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꿈꿨던 적도 있지만 서른이 넘고 늘 반복된 일상에 그나마 위로가 되어주셨던 부모님의 부재는 그녀를 더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상실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기어코 그녀는 철로 근처까지 자신의 몸을 내던지기위해 다가가지는 뒤에서 풍선을 터뜨려 놀래킨 꼬마아이 덕분에 다행히 죽음을 면한다. 좀전까지 죽고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자신을 구(?)해준 꼬마에게 고마움마저 느끼며 거리로 나왔을 때 처음 보는 카페를 발견한다.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를 만난 것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환타지다. 독자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마법'이란 단어가 주는 엉뚱함과 사기성이 오히려 기분을 뭉글뭉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생을 살다보면 도저히 '마법'이 아니고서야 납득할 수 없는, 혹은 그렇게 판단했을 경우 그 기쁨이 몇 배가 더 커지는 경우를 우리는 마주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이리스에게 다가온 마법은 그녀가 꽤 오랜시간 버킷리스트를 포함한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기대감도 갖지 못했던 그녀를 완벽하게 바꿔놓는다. 물론 마법이 그녀에게 다가갈 때 보통의 사람들처럼 조금은 의심도 하고, 다소 답답한 마법사의 진행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행복'이었다. 불행한 현실과 자신이 싫었던 그녀에게 마법사는 다음의 내용이 적힌 액자를 보여준다.


결코 잊지 마세요. 모든 감정에는 이면이 있어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행복할 수 있다는 증거랍니다. 57쪽



 

불행하다는 자체를, 그러한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달리 그런 이상을 추구하려는 의지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행복은 결코 찾아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이야기일테고 적어도 그런 현실을 탈피하고자하는 바람 혹은 최소한의 시도는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을 누군가 걸어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주머니속의 카운셀러를 불러들여서라도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며칠 전 읽었던 [프레즌스]의 작가 에이미 커디 교수의 명언,

Fake it till you become it! 이란 주문을 외치면서!




여담 : 저자가 동양문화, 특히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까닭에 일본맥주, 음식, 하이쿠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제법 많이 나온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학을 접할 때 이렇게 호전적으로 일본문화가 등장하면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도 널리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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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기시미 이치로 지음, 장은주 옮김, 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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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책 읽으면서 이렇게나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적이 없었다. 내가 울증이 좀 있고 조증이 있는 줄은 알았어도 그야말로 그건 비염증세가 있는 정도로 '질병'과는 다소 거리가 먼것이었는데 신경증 환자의 사고와 행동을 설명하는데 어째 다 내 이야기냔 말이다.


아들러는 자신이 몰두해야 할 과제에 대해 자꾸만 핑계를 대며 회피하려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르러 '신경증적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했다. 59쪽


신경증적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3장 부터 시작되는데 바로 이때부터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것인지 혼동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읽다보니 그냥 지금까지의 내모습을 누가 옆에서 기록한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소용돌이에 빠져들어가듯 읽다가 그만 책을 덮어버렸다. '신경증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제 내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알았으니 이거 병원에 가야할 일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수많은 책들도 분명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왔을 텐데 어쩌자고 이 책에 이르러서야 내가 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인건가 싶은거다. 내가 완벽하게 신경증 증세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문단은 다음과 같다.


고민도 마찬가지다. 고민하는 동안에는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 고민하는 것이다. 즉, '고민함으로써 과제에 직면하는 것'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91쪽


주변에서 고민좀 그만하고 그냥 저지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살았다. 그때마다 난 내 성격이 이상하거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소심하고 신중해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일단 저지르고 실패하는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신중해야해, 뒷감당을 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니까.' 하며 위안을 삼았다. 책임지기 싫어서였다는 것은 전혀 깨닫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결정이 내려지고 나면 열심히 했다. 그랬으니 어쨌든 살아오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까지가 좀 오래걸리고 우유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일단 하면 잘한다고 착각해왔던 것이다. 빨리 결정하고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훨씬 더 좋았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허영심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격한다. 타인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그것으로 상대적인 우월감을 얻으려 한다. 108쪽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집단에서 동료가 될 사람들을 대할 때 내게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좋은 점, 칭찬할 부분을 예리하게 관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와 전혀 관계가 없을거라 짐작되는 길가다가 보이는 사람, 전철이나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에게는 희안하게 정확하게 반대되는 시선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옷이 왜저래, 얼굴이 아깝네.'라는 식이었다. 내게 허영심이 있었던 것인가. 내가 자존감이 이토록 낮은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으며 책을 읽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그만큼의 속도로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쓰린 순간도 빨라진 것이다.


5장부터는 슬슬 신경증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와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이 병원에 갔을 때 불치병이라거나 난치병 판정을 받았을 때 누군가는 치료법을 재빨리 물어보고 행동에 옮기지만 또 다른 사람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만 떠올리며 오히려 더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앞서 내가 책을 덮어버린 것은 딱 후자의 행동이었다. 어떻게하면 되는지를 읽기보다는 내가 깨닫지 못했던 나의 증상을 알았다는데서 오는 충격이 더 컸던 것이다.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고 서야 다시 책의 후반부를 읽어갔다.


하지만 신체나 지력의 쇠퇴가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노화 자체는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노화와 더불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 165쪽


사실 책을 중간에 덮어버린 까닭이 충격도 충격이지만 앞으로 나올 방법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에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늙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직 마흔은 커녕 예순도 안된내가 이럴 이야기를 하면 정말 어이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전에 종영한 청소년들이 주로 등장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이제 20살도 안된 친구들이 너무 늦어버린 것같다고 우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암튼 이미 난 너무 늦은거야, 난 너무 늙었고, 이젠 일주일에 꼬박 5일 내내 운동하는 것도 지치는 상황임을 느끼다보니 방법을 알면서도 못할까봐 두려워했는데 역시나 그것은 핑계였다. 조금 지장이 있고 불편할 뿐이지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왜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지 깨닫는 시점이었다.


아들러는 이런 사람들에게 고매 로마의 시인 웰기리우스의 말을 인용하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신력에 관한 말이 아니다.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생애에 걸쳐 고정관념이 되어버리는 것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218쪽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연초부터 예비신자 교리반에서 수업을 듣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내 스스로 자신에게 믿음을 가지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데에 종교가 긍정적인 작용을 해준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혼자서 정 힘들다면, 우리가 가족의 도움으로, 연인의 사랑으로, 친구들과의 우정이 부족한 나의 믿음을 이끌어주는 것처럼 어떤 조력자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조력자는 가족과 친구, 연인이기도 했지만 책이었던게 분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다. 덕분에 이런 책을 만날 수도 있었을테니까. 믿자. 믿고 또 믿자.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사실, 과거에 경험했던 감옥들이 지금의 나를 결코 가둘 수 없고 내가 달라지면 미래에 나에게도 수갑을 채울 수 없다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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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만슈 기쓰코 지음, 이기웅 옮김 / 박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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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평을 훑어보면 독자 대부분이 '표지의 예쁜 그림'에 속았다라고들 말한다. 나도 그랬다. 아리따운 단발머리 아가씨가 맥주잔을 들고 약간 멍한 백치미를 풍기며 서있는 모습이 내용까지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 알려졌으니 미리 말하자면 표지속 그림은 본문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표지에 속았구나 싶어 본문을 넘겨보지 않으면 진짜 작가 만슈 기쓰코에게 속는게 된다. 왜냐면 정말 못나서 어찌보면 혐오스럽기까지한 그림과는 달리 그녀의 구구절절한 알코올 중독 과정과 회복과정이 솔직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사는게 괴롭고 고단해서의 이유가 아니다. 단지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고, 사람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만슈 기쓰코는 날씨를 시작으로 나누는 일상적인 인사나눔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우연히 취한 상태에서 만화를 그리자 없던 인기가 생겨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불행해져야만, 취해야만 행복하고 인정받는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취상태에서 그녀가 저지르는 실수는 경악을 넘어선 대박 사건 수준이었다. 처음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긴장을 풀기위해 마시기 시작한 술에 완전 취해 무대 위에서 잠드는것은 물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가슴을 공개하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한다. 더 큰 실수도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그러면 너무 스포라서 이정도 사건만 적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실수는 부끄럽고 행사를 망치는 정도에서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지만 지하철 플랫폼에서 자살충동을 느꼈던 사실은 저자도 크게 깨달음이 있었던 것처럼 이미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도 놀라고 안타까웠다. 알코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문 뒤에 뉴스편집자와 칼럼니스트와 함께한 담화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물론 담화중계문을 통해 저자의 실물도 만날 수 있는데 어쩌면 또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자주 봤던 일본 여배우처럼 아리땁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작품 속 못난 얼굴과 많이 닮아있다. 살이 없어 더욱 길어보이는 얼굴형은 실물과 정말 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표지에 그려진 예쁜 미소녀와도 가깝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다행히 저자는 회복할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이 더이상 불행하지 않아도 즐거운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술로 인해 엄청난 실수를 하는 누나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욕설을 뱉는 남동생 역시 진심으로 누나를 아낀다는 것을 알 수 독자들도 알 수 있었다.


결론, 표지의 그림 보고 페이지를 펼쳤을 때 분명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를 읽지 않고 덮어둔다면 우리를 일순간 웃겼다가 울릴 수도 있는 제대로된 만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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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뒤집기 공부법 - 평범한 여자들은 절대 모르는
박혜형 지음 / 위닝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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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공부라고 해서 뭐 거창한 학문적인 공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경험하고 깨닫게 되는 그 모든 것이 다 배움이자 공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자서문-


 

부하라는 소리를 어릴 적에만 들을 줄 알았는데 나이들어 직장을 다녀도 여전히 공부하란 소리를 듣는 요즘이다. 어쩔 때는 도대체 그렇게 공부하라고 난리치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을 붙잡고 읽을 때도 있다. 인문학도 공부해야 하고, 직장에서 필요한 업무관련 스터디도 해야하고, 글로벌 시대라니 영어는 필수 기타 다른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는데 결국 그런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이런저런 힐링을 찾아 떠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것이 아닌가 싶은 적도 있었다. 공부하면 좋은 줄 알면서도 괜히 심퉁이 났던 것이다. 왜냐면 내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거나 너무 초심자가 또래의 다른 사람들이 저 멀리 가있는 것을 보며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란다. [인생 뒤집고 공부법]의 저자 박혜형 강사의 이야기다. 책의 주된 내용은 성공한 인생을 살기위해, 남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도 필수적이니 이 모든 것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얄밉지가 않았다. 우선 그녀가 20대 중반 첫 회사에 출근한 이후 스케쥴을 가져왔다.


출근전에는 일본어 학원 새벽반에 다니고, 퇴근 후에는 일주일에 3번 수영 강습, 1번은 비서 포럼 모임에 참석했다. 주말에는 영어 학원과 스터디에 참여했다. 말 그대로 샐러던트의 생활이었다. -26쪽-


신입사원 시절 누구나 다 저자처럼 계획은 세웠을 것이다. 체력이 중요하니까 운동도 시작하고, 외국어가 중요하니 영어도 하고 이런식으로 무리하게 계획을 잡고 첫 수강신청 날과 첫 수업날 느꼈던 뿌듯함을 한달이상 지속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마치 제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저 일들을 해냈다. 책의 문장은 전문 작가가 아니었고, 주로 글이 아닌 언어로 교육해서 그런지 문맥상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어 약간 불편했지만 시종일관 정말 겸손한 맘씨가 고와보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설사 마음이 살짝 언짢아지는 바른말을 해주어도 끄덕끄덕 수긍했을 것 같다. 맨 위 저자 서문에 적힌 것처럼 그녀는 공부하는 까닭이 더 잘살기 위해서는 맞지만 아주 특별하게 유학을 떠나고, 엄청난 강좌를 찾아듣고, 고학력을 쟁취하자는 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경험하고 깨닫게 되는 그 모든 것이 배움이자 공부라고 말하며 오히려 미혼인 여성보다 결혼 이후 성공한 사례도 많다는 것을 다른 여성들은 물론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자주 언급하였다. 자신이 힘겨울 때마다 도와주었던 것이 공부였기 때문에 이 좋은 공부를 나누고자 하는 글쓰기의 목적이 책을 읽을수록 와닿았고 도저히 읽다가 멈출 수 없을 정도였다. 소설도 아닌데도 말이다.


만약 투잡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입문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되, 내가 취미로 한다고 해서 구매하는 사람까지 취미로 사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돈이 될 것 같은 아이템을 찾아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충분한 시간과 열정을 쏟아온 취미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65쪽-


공부하는 목적이 위기 때 자신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해주면서 한편으로는 투잡을 위해 공부할 때의 주의사항도 빼놓지 않고 알려주었다. 예전 회사에서 동료 중 한 사람이 취미로 베이킹을 했는데 종종 사무실에 가져온 적이 있었다. 다들 맛있다고 하며 먹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플레이팅이나 데코에는 관심도 없었고 좀 더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아까운 솜씨를 그냥 두지 말고 투잡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강력하게 권하자 그녀도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녀가 만들어온 과자는 정말 맛있었고 만약 그녀가 판매를 한다면 간식용으로 구매하고 싶긴 했지만 선물용으로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그녀에게 데코를 좀 더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었다. 이것저것 새롭게 배우는 것이 버거웠던 그녀는 금새 투잡의욕을 상실했지만 만약 그녀가 주변사람들의 칭찬만 믿고 덜컥 사업을 시작했다면 초반에 크게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그녀옆의 동료가 저자였다면 어땠을까? 데코도 배우고 사업관련 공부도 배워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했을 것이다. 어설프게 사업을 권하는 동료도 아니고, 나처럼 경험없는 조언보다 훨씬 더 이로웠을거란 것은 명백하다.


두 손에 물건을 쥐고 있으면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할 때 한 손에 있는 것은 버려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물건이든 지식이든 버려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엇을 버려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210쪽-


저자와 같은 동료덕분에 그녀가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수면을 포함한 휴식, 그리고 친구들과의 만남등이 그랬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자리가 잡히고 동업자를 찾거나 직장을 구만두지 않는다면 평소대로 모든 것을 누릴 순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정말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버리는 것이 중요한데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계속적으로 주입시키고 얻어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가 일러준 것이다. 별거 아닌 조언같아 보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노후 때문에, 혹은 무언가 충족되지 않은 바람때문에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몇 가지 소개된 책의 내용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중간 중간 저자가 대학원 수업 때, 그리고 졸업 이후 청강하면서 읽었던 좋은 책도 참고할 수 있고 성공한 여성들의 이름이 거의 등장하는 만큼 여자와 공부, 이렇게 두가지 키워드를 충족시킬 책을 찾고 있는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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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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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어요."

"뭐가요?" 테레즈가 물었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내게 카드를 보냈다는 사실이요. 크리스마스라면 원래 그래야 하잖아요. 올해는 특히나 좋네요."   71쪽


캐롤이 장남감을 구매하고 놓치고 간 장갑을 부치면서 테레즈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함께 보냈다. 캐롤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테레즈에게 밥을 사면서 나눈 대화였다. 누군가 모르는 이가 내게 카드를 보내주는 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두 사람의 관계를 떠나서 꽤나 낭만적인 장면이었다. 지금 사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카드를 보낸다고 무작정 좋아만 할 수 없지만 만약 그때가 크리스마스라면, 왠지 누군지 짐작이 되거나 보내주었음 했던 사람이 보낸 카드라면 대면하기 전까지 우리역시 기분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책 [캐롤]을 읽는 것이 이번이 두번째다. 꽤 오래전에 읽은 것도 아니고 겨우 넉달전에 읽은 작품인데 다시 읽겠다고 결심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넉달전 처음 읽었을 때는 영화와 비교하려던 까닭에 소설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시작부터 여러 부분이 상이했기 때문에 어쩌면 다른 점을 찾는 것에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분명이 그랬다. 그렇지 않고서야 겨우 몇 달지나 다시 읽는 캐롤이 마치 처음 읽는 책처럼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 두 사람의 성향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평이 옳았는지 어땠는지도 상관치 않고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리뷰 시작에 발췌한 저 대화가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테레즈가 캐롤을 처음 본 이후 줄곧 그녀에게 깊고 진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캐롤에게 느끼는 감정이 일시적이거나 일탈에 가까운 것이 아닌 사랑이란 것을 깨달았을 때 줄곧 연인이었던 리처드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부분도 전과 다르게 미래의 신부이자 연인이었던 테레즈를 잃은 리처드보다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테레즈는 덜렁거리는 연줄이라도 쥐려 했지만 허사였다.

"왜 그랬어?"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얼마나 예뻤는데!"

"그냥 연인데 뭐!" 리처드가 다시 말했다. "하나 더 만들어줄게." 153쪽


리처드는 다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테레즈는 아니었다. 누구나 사랑에 빠질 때는 아주 사소한 행동부터 별거 아닌 일들과 사물까지도 크게 다가오고 어떤 운명이나 예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연이 리처드를 놓을 수 없는 테레즈의 마지막 양심이었다면 그 양심이 결국 사라질것이라 느꼈을테고 반대로 그토록 예쁜 연을 캐롤을 향한 테레즈의 마음이었다면 마찬가지로 결국 현실에 부딪혀 그 사랑을 놓을 수밖에 없구나 하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이 상징하는 것이 그 누구의 마음이었고, 어떤 관계였더라도 저 순간만큼 테레즈에게는 그저 놓을 수 밖에 없는 인연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저자 후기를 보면 이 소설의 영감을 받은 것이 실제 저자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돈이 쪼들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불리는 기간에 2주동안 대형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카운터로 일했을 때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금발의 모피코트를 입은 부인이 인형을 사러왔었을 때 마치 환영을 본듯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날 퇴근후 여덟페이지 정도 끄적인 것이 소설 [캐롤]의 줄거리가 되었으며 펜이 저절로 움직인 것처럼 글이 써졌다고 말한다. 소설 내용이 정말 드라마틱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가능성이 전혀 뜻밖이 아니라 한눈에 보고 반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사실적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마치 지하철에서 첫눈에 자신의 인연을 알아본 사람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면서도 누구나가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단 이런 상황이 아닌 정말 뜻밖에 믿지못할 상황에도 사랑은 생기고 연인이 탄생한다. 소설이 주는 매력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런 가능성의 폭을 넓히는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읽어도 좋은 캐롤이 그것을 다시금 증명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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