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에게는 취기의 계절, 광기의 계절로 느껴진다. 자연과 인간에서부터 어떤 사랑을 취하게 하는 강렬하고 새로운 생기가 발산하여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뜨겁게 고조된다. 사육제의 광기와 회색 수요일의 허망과 부활주일의 흰 수선화에 싸인 길과 이런 나의 젊은 날의 추억들과 봄은 불가분의 관게에 있다. 그뿐 아니라 내가 나의 첫번 출산의 이적을 겪은 것도 3월이었다. 겨울생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사실은 겨울이다. 언제나 가을만 되면 '내 계절'이여 빨리 오거라! 하고 기다리며 내 심신이 모두 생기에 넘치게 된다. 마치 목마른 생선이 물을 만난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내 계절은 지나고 말았다. 그와 함께 해마다 내 계절이면 나에게 찾아와 나에게 생의 애착을 가르쳐주던 로맨틱도 동경도 가버리고 말았다.비가 오던 날 뮌헨의 회색 하늘빛 포도에 망연히 서서 길바닥에 뿌려진 그 전날의 카니발 색종이 조각의 나머지가 눈처럼 쌓여 있는 것을 바라보던 슬픔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나는 봄을 슬퍼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잊기 위해 도취와 광기를 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