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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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그림자 눈을 감으면 먼곳의,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만나지도 못할 사람들의 삶의 그림자 몇 개 떴다 지워집니다. 아직 충분히 젊긴 하지만 예전처럼 젊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내가 낯설어집니다. 꼬부라진 길을 끝도 한도 없이 걸어야 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외면하지 말고 세상일을 생각해 보아야하는 나이가 되어 스스로에게 타이릅니다.너도 이제 조금은 생각해도 괜찮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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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습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추악하고 권태로운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약간의 베일을 씌우고 약간의 안개로 가리고 삶을 볼 때 삶은 아름다워지고 우리에게 견딜 수 있는 무엇으로 변형됩니다.덜 냉혹하게 덜 권태롭게 느껴집니다. 저녁 때 푸른 어둠 속을 형광이 일제히 켜지는 시간부터 신비는 비롯되는 것입니다. 어둠은 기적을 낳습니다. 어둠 속에서 우연히 만난 옛날에 알던 사람과 우리는 곧 핵심에 와 닿는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낮은 적나라한 일광으로 모든 낭만을 박탈해 버리는데 비해서 밤은 우리를 꿈 속같이 막연하고 불투명하게 부드러운 낭만으로 감싸줍니다. 우리들 인간은 너무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자기가 대낮이라고 외치고 '빛'이기만 하고 어둠일 줄을 모르는 슬픔을 노래한 니체(Nietzche)보다는 우리는 '오 밤이여,나는 코카인을 먹었다!;라고 시를 쓴 벤(Benn)에 더 동정이 갑니다.그만큼 니체의 시대보다 현대는 생활이 복잡해지고 낮의 부담이 더 무거워진 것입니다. 우리는 삶을 신비화하기 위해서,또 일상 행활의 기계적인 궤도가 주는 피로에서 놓여나기 위해서 또 정말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기 위해서 밤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밤은 우리를 포근히 안아줍니다.모든 괴로운 사람에게도 다 밤은 부드러운 이불이 되어주고 감싸 줍니다. 마치 우리는 어머니의 태 안에 있는 것 같은,완전히 모순없는 내재의 의식이 주는 하모니를 심신에 느끼게 됩니다.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몸을 밤에 내어 맡깁니다.고독하게 어둠속에 누워 있을 때 우리는 사물이 돌연 그의 일상성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온갖 물체가 입체성을 잃고 마치 유동체처럼 우리의 의식 속에 흘러 들어오고 외계와 우리가 기묘한 새로운 관계에 서게 됩니다.낮 동안에는 관찰이나 평가의 대상이었던 대상으로서의 외계가 불시에 그 한계를 넘고 우리와  '너의 관계' 즉 아무런 제 3조건이 개입할 수 없는 단 둘만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외계와 완전히 합일될 수 있는 완전한 순간을 우리는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일상성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이니까.... 그때 우리는 정말로 우리들 자신일 수가 있습니다.어둠보다 더 짙은 것,더 부드러운 것,누비아 여인의 몸의 빛과 같이 매끈한 암흑이 지금 훈훈하게 우리를 안고 있습니다.어둠에 몸을 맡기십시오.밤의 품안에 안기십시오.낮의 생활의 소용돌이가 남겨놓은 원색 자갈돌을 어둠으로 덮으십시오.밤의 품안에 안기십시오.낮의 생활의 소용돌이가 남겨놓은 원색 자갈돌을 어둠으로 덮으십시오.암흑을 포옹하십시오.순수를 갈구하십시오.우리의 생은 투쟁과 갈등의 끊임없는 반목의 지속상태입니다. 꿈과 현실,예술과 생활,생과 사,이런 반대 개념들이 우리의 생의 순간순간을 갈등과 결단으로 몰아넣고 우리를 긴장시킵니다.한 순간 한 순간이 우리의 의식의 결단 없이는 흘러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의 총체가 우리의 생이며 우리는 우리의 생에 '책임'이라는 무거운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자유'라는 날개가 우리의 등에 달려 있는 것도 우리의 발에 묶인 쇠사슬의 대가인 것이니 결국 우리는 일생동안 꿈 속에서 밖에는 날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모순과 갈등, 그리움과 환멸의 불연속선인 생에 대해서 죽음은 휴식과 모든 투쟁의 종언을 뜻합니다. 생이 위대한 대낮이라면 사는 밤일 것입니다.모든 모순과 분규를 일단 그대로 받아들인 채 포근히 감싸 덮고 마는 포섭력과 유화력의 소유자가 밤입니다.괴로운 사람일수록 밤을 사랑합니다. 햄릿도 '죽는다는 것은 잘 자는 것....' 그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그의 밤을 갈구해 왔고 종래는 덴마크 왕국의 기나긴 밤...  깨어난 없는 잠을 가져오는 영원의 밤을 빚어내고 말았습니다.그는 모든 생각하는 사람,괴로워하는 사람처럼 밤의 인간이었습니다.밤은 그러니까 일상성으로부터의 탈피에서부터 생명으로부터의 조절로까지 승화될 수 있는 힘의 소유자이기도 한 것입니다. 괴로울  때 우리는 밤을 바랍니다. 밤을 그립니다. 그리고 밤이 되고저 우리를 파괴해 버리는 일까지도 있는 것입니다......-중략- ......  아무것도 할수 없는 밤! 허무와 비애와 추위와 기아만이 지배하고 밤의 마력의 권외에 놓인 부록같은 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많이 갖게 될지 모르는 소망되지 않는 밤, 견디는 것이 전부인 밤.....이런 밤은 정말로 우리는 미치게 합니다. 자기가 한 일,안 한 일에 대한 후회 그리고 모든 것을 일어난 그대로 있는 그대로 놓아둘 수밖에 없고 교정이 불가능한 것을 깨달은 데서 오는 늪 속 같은 쓰디쓴 비애. 이런 밤입니다.불기도 없는 방,열도 없는 마음과 몸,아무 그리움도 채울 수 없는 눈동자를 하고 우리는 그저 아침이 올 것을 기다립니다.이때 텅 빈 가슴에 호수처럼 밀려와서 꽉 차는 감정이 있습니다. 공포-,존재의 공포 또는 죽음에의 공포가 그런 것입니다.물끄러미 어둠을 응시하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는 것은 자기의 생과 사뿐입니다.고정관념처럼 공포가 가슴에 붙어버립니다.자기가 지난 날 자기 자신이었던 어느 특정의 존재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자싡이 그 피부의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을 깨닫는 데서 오는 숨막힌 공포감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왜 우리이고 다른 것 일수 없는가? 의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그럴 때 우리가 택할 최선의 방법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힘든 일일 것입니다.'아무것도 안 일어났고 안 일어나며 앞으로 일어날 수 없는데 이 생을 무엇때문에 일초라도 더 견딜 필요가 있단 말인가?'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우리의 가슴속에 들릴 것이니까요.그러나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를 막도록 애써 봅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경험 중에서 우리가 그것을 상기함으로써 잠시 동안의 기쁨을 가질 수 있고 사건들을 생각해 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의 체험이 적은 생에서 특히 작은 공간을 차지했던 일들-표현도 거의 되지 않고 만 우정 또는 망쳐버려질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끝난 애정- 이 감미로움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젊음믜 전장에서 우리가 거치고 지나간 시체들 중에 불쾌감없이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둘의 애정이 끓어 오르기 전에,따라서 식을 수 있게 되기도 전에 어떤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 이별해야 했던 사람은 그중에  들어가겠지요.먹지 않고  놓아둔 과자를 어린애가 언제까지나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이기도 합니다.서양 할머니들 중에는 갖가지 리본으로 묶어 놓은 젊은 시절에 받은 편지를 고이 간직해 두고 그것을 잠 안 오는 밤에 읽다가 잠드는 분들이 흔히 있다고 합니다.외로울 때 옛 편지나 옛일기를 읽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너무나 시간적 거리가 있어서 소설보다도 그 연문들은 남의 얘기같이 들리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결국 졸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잠이 안 오는 사람,또는 최면제가 될 연문도 안 모아둔 사람은 할 수 없습니다. 공상 속에서 별을 세어 보십시오. 천까지 세고 또 천까지 세고...만약에 당신이 박카스와 조금 친한 분이라면 주저 마시고 포도주병을 꺼내 오십시오.밤이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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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언약

그대 굳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를 친구로 사귀었다.

그러나 봄,가을로 계절이 바뀔 즈음

척 갈라진 틈새로 물이 가게하고

때로는 천연덕스럽게 꿈에도 나타나는

너를 부를 이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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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 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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