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가을을 인식하고 싶다.
그 길던 여름과
내 사랑의 부족함을
일깨우기 위하여
지난 계절의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익숙해진 방황은
내게 더 큰 아픔을 줄지라도
잠시 동안 토요일을
설레임으로 맞이하고 싶다
L.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사랑이라는 그 이름은
보이지 않는 절망의 폐허 속으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K.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던 그것
나를 고통 속에 잠들게 한 그것
나의 가슴속 깊이 커다란 공허를 남겨준 그것
아직까지도 그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슬픈 노래를 부르며 눈물 흘리게 하는 것
그것은 사랑----
그 고독한 몸짓이
나의 짧은 생의 한 부분에 얼룩져 남은 그리움으로
언젠가는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유산으로 남아
어느 한순간이라도
빛바랜 베이지색으로 그런 슬픈 표정으로
남아 있고 싶지 않다.
J.
분명 그였다.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었다.
한동안 지녀왔던 절망의 날개를 부러뜨리며
갈색 커피의 향기마저도
그는 송두리채 빼앗아가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여미듯 침묵의 시선으로
한동안 언어의 종말을 고해온다.
정녕 나는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