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 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 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 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 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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