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 들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며 저 아래

강이 흐른다고 하지만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다리 아랜 언제나 강이 있었다

너를 사랑해! 한여름 폭양 아래 핀

붉은 꽃들처럼 서로 피눈물 흘렸는데

그 사랑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사랑은 내 심장 속에 있다가

슬며시 사라졌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다리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상처가 쑤시어 약을 발라주려고 했지만

내 상처에 맞는 약 또한 세상에는 없었다

나의 몸은 가을날 범종처럼 무르익어

바람이 조금만 두드려도 은은한 슬픔을 울었다

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다리 아랜 여전히 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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