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찾아드는 열정은 짧은 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하며 삶을 달군다.  하지만 그 짧은 열정이 식거나 벽에 부딪혀 사라지면 다시 길고 지루한 나날이 이어진다.  열정이란 삶의 무게를 분산시키지 못한 채 외줄에 온 체중을 싣는 상황을 뜻한다.  열정을 쏟아 붙는 대상이 된 사람은 그 에너지에 놀라 겁을 먹고 뒷걸음치기 일쑤다.  짜릿한 순간이 지나고 쓴맛을 보노라면 당사자 역시 차라리 그 열정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신은 세상에 일정한 양의 열정을 떠돌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에너지 보존법칙처럼 열정도 항상 일정한 양으로 세상을 떠돌다 힘빠진 사람에게 들어가선 잠깐씩 열기를 쏟아 붓는 게 아닐까.  열기가 식어버린 직후가 견디기 힘들지라도 그 따스한 여운이라도 남아 있어야 남은 나날들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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