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탐닉
아니 에르노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난 일기를 써왔다.친구들과의 일,남자친구와의 일 기타등등..... 요즘엔 아니 에르노 소설 못지않은(?) 실제적인 내용이 있지만 어릴때는 육체관계를 갖지 않고도 가능한 사랑이 너무 부러웠었다. 또한 미우라 아야꼬의 '양치는 언덕'에 나오는 말 "그렇다.나는 더이상 이사람에게 가까이 가면 안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출입금지의 팻말을 인간은 항상 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하는 말들에 감동을 받았었다. 그러나 과연 요즘 그런 사랑이 가능하기나 한걸까? 아마 저자가 중년이 아니고 나이가 좀더 어렸더라면 좀더 정신적인 사랑쪽으로 기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하지만 요즘처럼 세대차가 빨리빨리 바뀌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더이상 그런 속 터지는 책을 읽지 않는다. 아마 요즘 사람들은 그런책을 보면 '만두 옆구리 터지는 책'이라고 할것이다.뭐든 빨리 빨리 그리고 실질적인 것을 원하는 시대가 된것이다. 즉, 그녀의 '단순한 열정'과 '탐닉'은 둘다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20년전 이책이 나왔더라면 아마도 판금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금지되어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이 특히 강한 편이다. 오죽하면 누군가는 '아담은 사과를 위해서 사과를 원한 것은 아니다. 사과가 금지되어 있기에 원한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아니 에르노는 대단한 여자인것 같다. 연하의 애인들만 계속 만드는 것도 능력있고 그냥 말로 꺼내기도 '거시기'한 얘기를 글로써 당당하게 써내려가는 그 자신감과 데카당스한 매력앞엔 할말을 잊었다. 이렇듯이 자기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글로 써 내려간다면 작가여친을 둔 남자들은 벌벌 떨수도 있겠다. 역시 빠리의 여인이라 당당한지.... 소재가 한번 써먹은 거라 특별할것도 없고 영화에서도 속편이 실망을 주듯 그저그런 내용이었다. 만약 이책이 감동을 준다면 아마도 그런 사랑을 한번도 못해본 사람에 한해서(!) 일 것이다. 한번 읽고 말 책이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책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