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모습으로 그대 앞에 서리라

평생을 간직하려 했으나 포기해버린

미망의 껍질들이 물살에 저만치 떠가고 있다

눈부시게 허망한 그대여

내 발은 누추하다. 사랑의 잔해 위에서

영원한 사랑 아아 안타까운 살덩어리

채울 수 없어라. 내 헛된 두뇌는 가볍고

발 밑을 흐르는 개울물 출렁거려 현기증 난다

내 팔은 연약하다 떨리는 나뭇가지 위에서

내 가슴은 할딱거린다. 껍질 거친 땅 위에서

이대로 헐벗고 지치도록 매맞은 몸으로

그러나 헤어지는 사랑처럼 억수같이 쏟아져

그대 앞에 다시 서리라. 만신창이 두 팔다리로

그대를 꿰뚫고,부숴지며,다시 그대와 함께

가기 위하여, 피묻은, 관통 버리지 못할 생애

피할 수 없는 갈 길 쓰러져, 일어섬이여 공동체여

힘이 되는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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