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을 팝니다.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맞춤도
바람결에 날아가버린
민들레 씨앗 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니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며
두 눈 감고 두 귀 막고 벙어리 된 지 오래입니다.
은근함이니 뜨거움이니 그런 건
세월 밖을 이미 잊혀진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밥 먹을 때도 차 마실 때도
포근한 눈빛 한 번 주고 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전이나 들여다봅니다.
일요일에도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 잡니다.
씀씀이는 헤프고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반 벙어리, 자린고비입니다.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 팝니다.
헐값에 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