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사랑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완전 대명사.
그저 첫눈처럼 순결하게 몰두했던
순간들의 이름일뿐 이었으므로
지나간 것들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사랑은 자세를 낮추고
한없이 자기를 버리는 일
마음의 두레박을 끌어올리고 뒤집어엎는 일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미 지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다.
내가 운명이라고 믿었던 그것들
모두 다 눈에 덮인다., 잘 가라
돌아오지 않을 열차에 무임승차했던 무모한 기억들아.
불빛 꺼져가는 낯선 도시에서 불러보았던 이름들아.
지나간 모든 것들
사랑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다고 하자.
다음 사랑의 마지막 예행연습이었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