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가을이
우리한텐 이별이 왔다.
안녕히
늘 안녕히!
우리는 가난한 연인이나
가진 것 모두 서로 주었기
빈 알몸으로
후회는 없다.
꽃이나 나무나
온갖 식물이 그러하듯
나도
빛나는 사랑의 열매 하나 달고
이 수심 깊은 계절을 견디리라
정녕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던 열정의 시간
보랏빛 추억의 때를
저 높다란
구름선반 위에 갈무리하느니
더욱 넉넉히 허용될
아름다운 날을 향하여
낙엽 쌓인 조롱길 열린다.
가앙 가앙 푸르른
가을 하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