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가을이

우리한텐 이별이 왔다.

안녕히

늘 안녕히!

우리는 가난한 연인이나

가진 것 모두 서로 주었기

빈 알몸으로

후회는 없다.

꽃이나 나무나

온갖 식물이 그러하듯

나도

빛나는 사랑의 열매 하나 달고

이 수심 깊은 계절을 견디리라

정녕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던 열정의 시간

보랏빛 추억의 때를

저 높다란

구름선반 위에 갈무리하느니

더욱 넉넉히 허용될

아름다운 날을 향하여

낙엽 쌓인 조롱길 열린다.

가앙 가앙 푸르른

가을 하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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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9 15: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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