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눈이 먼 채 태어날 걸 그랬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한없이 한없이 울다가
내 울음이 가라앉을 때쯤 당신을 업고
강을 건너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 울음소리만 달래놓고
혼자 강을 건너가고 말았습니다.
산에 올라 철탑에 올라 당신을 생각합니다.
저 벌판을 흘러가는 구름의 그림자가 당신인가요
강물을 건너가는 소나기가 당신인가요
내 머리에 쏟아지는 햇빛이 바로 당신인가요...
당신은 이 길의 어디에도 있고,어디에도 없고...
차라리 눈이 먼 채 태어날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