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게?

(그 남자)

내가 누구게?

바로 너와 만난 지

육백오십팔 일째 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니 남자 친구란 말이지!

널 만나러 나올 때 내 마음은

엄마가 사 오는

-두근, 두근, 이란 말이지!

니가 나한테 애교를 부릴 때

나는 삼 단짜리 햄버거야!

-입을 다물 수가 없지!

니가 지금처럼 화나서 말을 안 할때!

내 마음은 꿀이 든 호떡이야!

-속이 터지지!

니가 화난 이유는 영영 사전이야!

-아무리 들여다봐도 뭔 말인지 모르지!

내가!

왜 이렇게 잘하지도 못하는

우격다짐을 흉내내고 있게?

널 한번 웃겨 보려고 그러는 거지!

안 웃겨도 제발 한 번만 웃어 주라!

분위기 썰렁하면,

나 처음부터 다시 한다!

내가 누구게?

(그 여자)

그러면 나는 누구게?

난, 이틀에 한 번씩 너하고 싸우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니 웬수란 말이지!

내가 화난 이유를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는 너는

스포츠 신문의 열애설이야!

-웃기지도 않지!

어제 니가 나 몰래

소개팅했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

내 마음은 뚝배기 속 된장찌개였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단 말이지!

핫,지금 이 순간 갑자기 니 모습은

김치 냉장고가 됐구나?

-웅웅~ 소리밖에 못 내고 있지!

잘못했지? 허, 웃지마~

웃고 어물쩍 넘길 생각하지 마!

분명히 말하는데, 난 아직 압력밥솥이야.

-뚜껑 잘못 열리면 난리가 나지!

한 번만 더 걸리면

넌 나한테 1월 1일이야.

-12월 32일이라고, 33일이라고,

내게 1월 1일은 없다고!

명심해.

바람 피우는 남자들은 결국은 폭탄주야!

-뒤끝이 좋을 리가 없단 말이지!

알아들었어? 대답해 봐!

못 알아들었으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내가 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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