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이별
등줄기를 타고 싸아-하니 통증같은 것이 지나갔다
갑자기 두다리는 바람앞에 깃발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고
너무나 꼭 쥔 두손 때문인지 어깨마저 무겁게 느껴진다
입술을 깨문다.
혀끝 사이로 비릿한 느낌이 내 혈관이 닿아있는 곳곳을
누비며 나를 쓰러지게 만든다
눈앞이 흐릿하다.
흐린 장막을 거두어 내려 두 눈을 '꼭' '꼭' 감았다 다시 떠 보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 멈추고 싶지만,
이런 내가 경멸스러워 멈추어내고 싶지만
무엇이고 내맘같지않은 현실은 이것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내 마음 하나도 어쩌지 못한다.
시야에 가득차오는 하얀 손... 반지가 약지에 끼어있는 하얀 손은 얼른
마주잡아주어 자신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 종용한다.
그의 손에 비해 턱없이 작고 초라한 내손을내밀어 그와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으리라.
결심한 만큼 잘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어찌되었든 난
그와 이별의 악수까지 나누었고 그 악수 하나에
지난 세월의 짐을 다 벗었다는 듯 그는 너무나
홀가분한 뒷모습을 내게
들이대며 훌훌 떠나갔다.
늘,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이런 일이 생기거든 이렇게 대처하여 나의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잠들고 잠깰때마다
교육헌장외듯 다지며 살아왔는데
난 역시 실전에는 약한 모양이다
그의 뒷모습만 보고는 도저히 살아질 것같지가 않다
마음처럼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