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이별

등줄기를 타고 싸아-하니 통증같은 것이 지나갔다

갑자기 두다리는 바람앞에 깃발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고

너무나 꼭 쥔 두손 때문인지 어깨마저 무겁게 느껴진다

입술을 깨문다.

혀끝 사이로 비릿한 느낌이 내 혈관이 닿아있는 곳곳을

누비며 나를 쓰러지게 만든다

눈앞이 흐릿하다.

흐린 장막을 거두어 내려 두 눈을 '꼭' '꼭' 감았다 다시 떠 보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 멈추고 싶지만,

이런 내가 경멸스러워 멈추어내고 싶지만

 무엇이고 내맘같지않은 현실은 이것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내 마음 하나도 어쩌지 못한다.

시야에 가득차오는 하얀 손... 반지가 약지에 끼어있는 하얀 손은 얼른

마주잡아주어 자신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 종용한다.

그의 손에 비해 턱없이 작고 초라한 내손을내밀어 그와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으리라.

결심한 만큼 잘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어찌되었든 난

그와 이별의 악수까지 나누었고 그 악수 하나에

지난 세월의 짐을 다 벗었다는 듯 그는 너무나

홀가분한 뒷모습을 내게

들이대며 훌훌 떠나갔다. 

늘,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이런 일이 생기거든 이렇게 대처하여 나의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잠들고 잠깰때마다

교육헌장외듯 다지며 살아왔는데

난 역시 실전에는 약한 모양이다

그의 뒷모습만 보고는 도저히 살아질 것같지가 않다

마음처럼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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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1 1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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