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라 하는 사이 4월이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눈이 내리고 강풍이 불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봄햇살 만끽하던 중 날벼락 겨울이다. 괜찮다. 봄이 안 오지는 않을 테니.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조만간 봄도 가을도 없어지고 말겠구나 싶기는 하다. 이미 그런 징후는 차고 넘치지.)
이번주는 계속 흐리고 비다. 괜찮다. 계속 해가 안 나지는 않을 테니. (역시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다시는 해를 볼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는 하다. 이미 그런 징후는 차고 넘치지.)
3월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잔인하기는 했으나 유독 4월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정신이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수습을 해야 했다. 하는 중이다.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4월이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수습도 계속 되어야 한다. 우울하지만 어쩔 것인가. 내내 우울할 수는 없고, 나는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바다에 다녀왔다. 마음이 돈을 이겼다. 아니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돈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겼다,고 해야 겠지. 날씨가 도왔다고 해야 할지 훼방을 놓았다고 해야 할지. 나의 탁월한 숙소 선택 능력은 어김없이 발휘되어 아무도 오지 않고 강풍도 찾지 않는 바다 앞에 앉아 파도를 듣는 데 한몫을 했다. 칭찬한다. 모래밭 해변이었다면 5분 이상 머무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손이 시려 얼른 어디건 들어가 앉아있고 싶은 날씨였으니까.
혹시 또 오랫동안 바다에 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폰으로 파도소리를 녹음했다. 바람이 더 크게 들리지만 괜찮다. 물이라면 수영장 물도 무서워하면서 왜 바다가 좋은지 모르겠다. 정말 바다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보고 싶었고 보고 왔다. 바다는 늘 거기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당분간, 적어도 몇십 년은.
(해지기 전 따스한 햇살 아래 꿀꺽꿀꺽. 좋아하는 코젤 맥주 살 수 있어 신났다. 맛나맛나. 코젤은 역시 다크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빵집을 발견해 더욱 기분 좋은 오후. 저 사과파이 어흑. 매일 두 개씩 먹고 싶은 맛. 안 맛있는 빵이 없는 빵집. 이 부근 다시 가게 되면 매일매일 들를 빵집.)
(강풍주의보에 항구에 얌전히 묶여있는 보트들. 여기 말고도 해변의 만들엔 보트 요트 천지. 프랑스 전역에 뚝 떨어진 기온과 강한 바람 그리고 눈소식까지, 순식간에 봄에서 겨울로 뒤바뀐 금토일 3일이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에서는 멀리 산에 들판에 하얗게 쌓인 눈이 보였다. 지중해 연안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고 금요일 막세이으에는 시속 50킬로미터의 돌풍이 불었다고 했다. 모든 배와 보트는 항구에 정박해 있고 강풍에 위험할 만한 해변은 폐쇄되었다. 날 한번 기가 막히게 잡는다. 반소매를 입어도 괜찮았던 지난주였는데 겨울점퍼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도 손이 시려웠다. 사진으로 보니 잔잔하기만 하다.)
(제주 용두암을 떠올리게 하는 바위...ㅎㅎㅎ)
(바람은 그저 불 뿐이고 사람은 없을 뿐이고 5분을 못 견디고 후퇴했을 뿐이고.)
(바다 보느라 시내 사진은 없다. 간단히 점심 먹은 까페의 창밖 풍경. 색감이 모두 딱 지중해다.)
(떠나는 날 아침, 바다)
(잘 있어. 다음에 또 보자. 떠나려 하니 좋아지는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