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요즘 하는 드라마를 보길래 옆에서 따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잘 안 보게 된 지 좀 됐는데 가끔 요샌 어떤 식으로 그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꽁냥꽁냥 청춘 연애라 흥 코웃음치면서 본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남주는 멋있고 여주는 귀엽고 여주는 자주 위기에 처하고 그때마다 짠 나타나서 구해주는 건 남주고(영웅 서사), 무대에서 빛나 보이고 그냥 햇살을 등지고 서있어도 찬란하고(영웅 숭배), 둘 다 매력 철철 넘치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고, 주변 친구들도 매력 캐릭터고,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뻔해지려고 하는 장면에서 조금 덜 뻔하다는 것? 아무튼 걔네는 사랑을 (한다고) 하고 연애를 하는데, 책의 구절들(아래 연애와 사랑 내용)이 겹쳐지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연애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살게 될까, 언제까지 드라마와 영화로 사랑은 낭만적인 거야,를 외칠까, 욕하면서 드라마를 계속 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를 생각한다.(낭만에 중독되는 것이 얼마나 뾰로롱뽀샤시뜬구름인지 잘 아시리라.) 짜증 내면서 12회까지 봤다.ㅋㅋㅋ 방금 생각났다. 계속 보는 이유, 주인공들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우정, 특히 나이 불문, 여자들의 우정 때문이다. 최고다. 끝까지 우정을 보여주길. 사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그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밑줄긋기 책 페이지는 전자책이라 큰 의미가 없음)
(+ 드라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임)
영웅 숭배가 우리를 성장시키거나 주춤하게도 할 수 있는 또 다른 원형적 경험, 즉 낭만적 사랑의 전조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10대와 20대 초까지 우리는 낭만적인 사랑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영웅 숭배는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줄 영혼의 짝 숭배로 진화한다. 가슴 아프게도, 로맨스로 통하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 우리 자신의 ‘살지 못한 삶‘이 우리에게 다시 투영된 것이다.
잠시 자신의 연애사를 되짚어보라. 처음 만났을 때 연인의 어떤 점에 끌렸는가? 어쨰서 그 사람이 특별해 보였던가? 앞으로 연인이 될 사람의 가장 감탄스러운 특성들은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무르익게 될 잠재력이다. 삶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뜰 때, 대개는 그것을 타인에게서 먼저 보게 된다. 그동안 감춰졌던 우리의 일부분이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낼 참이지만,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직행하는 건 아니고 경유지를 거친다. 우리는 자기 안에서 점점 자라나는 잠재력을 타인에게서 보고는 갑자기 그 사람에게 사로잡힌다. 다른 누군가가 내 눈에 유독 빛나 보일 때, 그것은 내 내면의 무언가가 변화를 꾀한다는 최초의 징조다.
우리는 이렇게 또 성장하지만, ‘살지 못한 삶‘을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투사는 친밀한 관계를 방해한다. 진전된 관계를 통해 의식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이 채워지길 바라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지만, 연애 중에는 상대의 인간성이 보이지 않는다. 실은 자신의 원초적 잠재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잠재력을 나만의 것으로 환원하지 못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아직 끝맺지 못한 일을 우리가 사랑한다고 선언한 바로 그 사람과 함께 실행하고 옛 상처를 재현한다. 자신의 ‘살지 못한 삶‘을 연인에게 떠넘기는 부당한 현상이 너무도 자주 벌어진다. 무엇을 연인의 탓 또는 공으로 돌리는지 가만히 관찰해보면, 자기 내면의 깊이와 의미를 알 수 있다. - P80
하지만 사랑은 자신과 연인의 동질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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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랑의 반대말은 권력이다. 사랑은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반면, 권력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상대방을 조종하려 든다. 우리 문화에서 상호 투사는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걸 당연히 여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살지 못한 삶‘을 상대방에게 맡기고 한동안, 그러니까 되돌려받을 준비가 될 때까지 상대방이 품게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든 서로에게 투명한 ‘살지 못한 삶‘을 각자 거둬들여 자신만의 것으로 환원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투사를 되돌리는 일은 대개 환멸과 함께 온다. - P81
사랑은 인간적인 능력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그 사람 자체로 사랑한다. 서로 비슷하고 가까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느낀다. 반면 연애 감정은 일종의 신성한 중독이다. 상대방을 신격화하고,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임한 신이 되길 요구하면서 자신이 그런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연애 감정은 신앙생활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연애는 심오한 영적 경험이다. 많은 이에게 평생에 유일한 종교적 경험이며, 신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수단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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