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정당화 1~3장 


여자는 사랑을(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정당화'하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나르시시즘의 여자 / 사랑에 빠진 여자 / 신비주의의 여성. 

여자가 사랑하는 것은 '남자' 자체가 아니라 환영(환상), 비현실적 존재이며, 그 '사랑'은 자기 소외/자기 소멸이다. "명백히 말하면 나르시시즘은 자기소외의 한 과정이다. 즉 자아는 절대목표가 되고 주체는 그 속으로 도피해 버린다."(803) "'사랑'이란 말은 남자와 여자에게 서로 전혀 다른 의미이다.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는 중대한 오해의 원천이 바로 거기에 있다. '사랑이란 남자의 생활에서는 일시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지만, 여자에게는 인생 그 자체이다'라고 한 바이런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822) "여자는 자기를 주고, 남자는 여자를 이용하여 자신을 풍요롭게 한다."(844) 세 가지 유형의 여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해는 간다. 아마 더 많은 유형이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현실적 존재와 더불어 비현실적 관계를 창조"(867)한다는 구절은 너무 알맞은 표현 아닌가 했다.ㅠㅠ 사랑과 연애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옆지기와 '연애' 관련 예능을 같이 보고 있다.(요즘 어찌나 넘쳐나는지.@@) 보부아르의 이야기 속에 예능의 장면들이 겹쳐지면서 오호라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가스라이팅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또 뭐가 빠졌지?


제4편 해방 


아. 이 부분은 895페이지부터 모조리 밑줄을 그어야 할 판이라서 페이지마다 아래로 화살표를 그려두었다. 






"여자가 실존의 실패를 보상하기 위하여 붓이나 펜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은 갱년기 이후가 많다. 그러나 이때는 너무 늦다. 제대로 훈련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아마추어 영역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895) 네??? 보부아르님, 정녕 그런가요? 너무 늦나요? ㅠㅠ "그러므로 문학과 예술을 취미로 해 보려는 수많은 여자들 가운데에서 끈질기게 지속하는 여자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첫 장애를 극복한 여자들도 대개는 나르시시즘과 열등감 사이에서 언제까지나 머뭇거리고 있다."(898) '나르시시즘과 열등감 사이'라는 말은 정말 가슴을 콕콕 찌른다. 그러니까 보부아르님, 문학과 예술로 도피하지 말라는 말이죠? 그거는 생활이잖아요. 이미 생활이야. 


어찌나 강렬하던지. 진짜 매년 아니면 2년에 한번씩 다시 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 전체를 다시 못 읽는다면 이 '해방' 부분만이라도. 프랑스에서는 이 부분을 따로 책으로 만들어두었다. 첨에 모르고 산 거지만 이렇게 만든 이유가 다 있었구나 싶다.








"불행히도 자발성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평범한 사고의 모순 - 《타르브의 꽃》에서 폴랑이 설명하듯이 - 은 그것이 흔히 주관적 인상의 직접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다른 사람은 계산에 넣지 않고, 자기 마음 속에서 형성된 이미지를 가장 개성적인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실은 평범하고 상식적인 문구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 점을 지적당하면 그녀는 놀라 화를 내고 펜을 던져 버린다. 그녀는 일반 독자들이 자기 나름의 안목과 생각으로 읽는다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 아주 참신한 표현이라도 독자들의 오랜 기억들을 일깨운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물론 자기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강렬한 인상을 끌어내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귀중한 재능이다. 우리는 어떤 남성작가의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자발성을 콜레트의 작품에서 보고 감탄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 다음의 두 말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 그녀의 내부에서 깊이 반성된 자발성이다. 그녀는 자기가 만들어낸 것들 가운데에서 어떤 것만을 충분히 숙고하여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버린다. 여자 아마추어작가는 말을 개인 서로간의 관계나 타인에 대한 호소로 파악하지 않고, 자기 감수성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본다. 그래서 말을 선택하고 삭제하는 것이 자기의 일부를 거부하는 듯 생각된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에 만족하고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자기의 어느 부분도 희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녀의 메마른 허영심은 자기를 쌓아 올릴 생각 없이 너무 아끼기만 하는 데에서 온다." (897) 




결론 


결론 부분의 밑줄을 몇 개 뽑아온다. 희망을 놓지 않는 보부아르님. 그러나 이 책을 쓰고도 계속 변하지 않는 현실, 지금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릴 수는 없잖아. 그러니 앞으로 전진. 계속. 


"여자의 가치하락은 인류 발전 과정에 필요한 한 단계였다."(912) 

"남녀는 서로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자기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쪽의 잘못이 다른 쪽에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는다."(914) 

"불행은 개인의 부도덕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 자기기만은 저마다 상대에게 책임을 미룰 때 시작되지만 - 개별적인 행동이 무력해지는 상황에서 온다."(917) 

"그렇다고 여자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여자의 경제적 조건을 수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경제적 요인은 여자가 변화하는데 제1의 요인이었으며, 현재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 요인이 예고하고 요구하는 정신적·사회적·문화적성과가 수반되지 않는 한, 새로운 여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919) 

"하나의 인간이라는 사실은, 인간적 존재들을 서로 구별하는 어떠한 특이성보다도 중요하다. 우월성은 결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다. 예전 사람들이 '덕'이라고 불렀던 것은 '우리 상황에 맞춰 결정되는' 표준에 따라 규정된다. 남녀 양성 속에서는 육체와 정신, 유한과 초월의 연극이 똑같이 연출된다. 남녀는 다 같이 시간에 침식당하고 죽음의 위협을 받으며 타자에 대하여 똑같은 본질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다. 또 그들은 자기들의 자유로부터 똑같은 영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영광을 누릴 수 있다면 그들은 더 이상 가짜 특권을 가지고 다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둘 사이에 우정도 싹틀 것이다."(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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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30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페이지 남겨두고 이제 잠자리로...ㅠ
내일 다 읽을 수 있겠죠^^
결론
이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부럽습니다

난티나무 2021-10-30 03:59   좋아요 2 | URL
저는 동서문화사 판 뒷부분 해설이 아직 좀 남아있어요.^^;;
본문은 다 읽었어요, 그래도. 시원섭섭하네요?ㅎㅎㅎㅎ
그레이스님도 금방 읽으시겠어요. 화이팅~!!!^^

청아 2021-10-3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이지 전체가 좋았던 일이 너무 많아서 표시를 따로 해두었어요!! 온통 강렬하고 전율!! 난티나무님 글 읽고나니 해마다 읽을까 고민됩니다. 완독 수고하셨어요😍 👍👍

난티나무 2021-10-30 18:21   좋아요 1 | URL
밑줄을 긋기 시작하면 다 그어야 할 거 같은 부분들이 ㅎㅎㅎㅎ 조금 시간이 지나면 에이 또 뭐 해마다 읽어 싶기도 하겠죠?^^;;;; 제가 쫌 그래요.ㅎㅎㅎ
😻😻😻😻😻

라로 2021-10-30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열하게 읽으신 느낌이 퐉!!! 저는 제2의 성 읽기 전에 난티님 정리하신 페이퍼 먼저 읽고 읽어야겠어요. 이렇게 정리를 잘 하시니 저처럼 뒤 따라가는 사람이 좋네요.^^;; (너무 얇밉나??ㅋㅋ) 근데 저도 책 곱게 보다가 어느 순간 연필로 막 밑줄 긋고 글 쓰고 하다가 플래그 붙였는데 책을 읽는 건지 플래그를 붙이기 위한 건지 몰라서(막 줄 맞춰서 붙이고 색깔 정리하고;;;ㅋㅋ) 결국엔 플래그는 정말 전체 내용일 좋을 경우가 아니면 안 붙여요. 역시 연필이 최고. 근데 난티님도 한 터프하신듯!!ㅎㅎㅎ

난티나무 2021-10-30 18:25   좋아요 1 | URL
저 정리 못 해요.ㅠㅠ 일주일에 적어도 하나씩 글을 쓰기로 같이 읽는 친구들과 약속한 터라 쓰긴 써야 겠고 써지진 않고 ㅋㅋㅋ 🤣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분 좋지요~^^
저도 책에 밑줄이라니 오우노우 파였는데 🤣 최근에 막 긋기 시작했어요. 책 접는 건 여전히 싫어하고요.^^ 이런 책 같이 제가 계속 갖고 있을 책에는 밑줄 막 긋는 걸로 ㅎㅎㅎ 연필로 ㅎㅎㅎ

다락방 2021-10-3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지마다 화살표 너무 멋져요. 저도 저 기분 알아요. 제 경우에는 그냥 괄호로 단락을 묶어버려요!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10-31 15:22   좋아요 0 | URL
오호! 다락방님도 괄호! 진짜 전체가 밑줄인 책 왤케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