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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유명한 책을 왜 난 이제서야 읽었는지...
내 독서의 한계였을까? 어쨌거나 지금이라도 읽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다른 책을 읽다 알게되어 중2 아들 녀석에게 "너, 멋진 신세계 읽어 봤니?" 하고 물었더니 "네, 21세기 지식 키워드에 나온 걸 보고 관심 생겨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한다.
어느날부터 아들 녀석이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읽어제끼고 있다. 하하.
아들이 읽었다했지만 난 이 책을 구입했다. 나도 읽고 아들도 한 번 더 읽고, 예비 중1이 되는 둘째도 읽어야겠기에...
책 속 내용은 부분적으로 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가령,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한 구절들...) 요즘 애들은 영화와 과학책을 많이 봐서 웬만한 내용은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공상과학소설로 들어가리라. 그러나 작가가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이었지만, 지금의 현실로 보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듯하다. 그러니 공상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은 감도 있다.
줄거리야 책 소개에서 다 얘기되어 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소마 라는 알약만 먹으면 슬픔도 괴로움도 잊을 수 있는 세상, 부모 자식 관계도 없이 모든 인간은 인공수정.육아실에서 배양되어 태어나고, 지적 두뇌집단인 알파 계급과 화이트칼라계급인 베타, 엔지니어 계급인 감마, 단순 노무자 계급인 엡실론 등으로 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블로프식 조건반사 훈련과 수면 교육 세뇌로 자신의 계급에 100% 만족하고 다른 계급을 절대 부러워하거나 동경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계급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세상, 모든 남녀들은 모든 남녀들과 성관계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세상, 죽을 때까지 주름 없이 아름답게 살다 고통없이 죽는 세상, 인간은 계급별로 필요한 수만큼만 만들어지는 세상... 참 멋진 신세계이다!
그러나 이런 멋진 문명세계에도 원시 생활을 하고 살아가는 부락집단이 남아있으니 "야만인보호구역"이다. 문명인 부모를 두었지만 부모 자식 관계가 똥보다 더러운 개념으로 여겨지는 문명국이라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야만인 구역에서 태어나 살아가던, 영국 런던중앙인공수정 양육소 소장 토마스의 아들 존은 문명국에서 온 버나드에 의해 문명국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존은 야만인 구역에서는 문명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문명국에서는 야만인이라는 이유로 외톨이로만 살아간다. 문명국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했지만 그의 원시적 생활습성은 문명인으로부터 구경거리로만 취급된다. 결국 존은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한 가지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문명국의 삶은 외적 조건들은 너무나 완벽한 멋진 신세계의 행복한 삶이다. 그러나 부모 자식 관계가 없이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처럼 기계적으로 필요에 의해 똑같은 모양으로 태어나고, 고통이나 슬픔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지 않고 약물에 의지하여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니 범죄가 없을 것이고, 특히 좋아하는 이들과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이니 성범죄같은 것이 없을 것이고, 이혼도 없고, 고아도 없고, 기를 쓰고 대학에 가서 신분 상승을 노리는 일도 없고... 이렇게 쓰다 보니 좋은 점이 더 많은 세상임은 분명한데... 그래도 그런 멋진 신세계의 삶을 살아선 안되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건 인간이 아니라 소모품에 불과하고 최고지배자인 총통에 의해 조정되는 꼭두각시, 인형의 삶이기 때문이다. 외양만 인간의 형상이면 무얼 하는가.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되어 태어나는 인간들과 인공부화로 수십개씩 태어나는 양계장의 닭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다못해 너무 발달하다보면 닭들에게 하던 인공수정과 대량 생산을 인간에게 적용하지 않게 된다는 법이 없으란 법도 없다. (허~!)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면 그 끝에는 이런 결말이 오게 되는 것이다.
아! 200년도 훨씬 전에 살았던 프랑스 철학자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한 이유를 우매한 인간은 이제서야 깨닫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