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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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대표적인 철학자를 들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버트란트 러셀"이다. 그럼에도 나는 러셀의 책을 그닥 읽어보지는 못했다. 왜? 철학책은 대부분 어렵고 딱딱하고 피부에 와 닿는 내요이 아니라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칼 융이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책 같은 것들은 인간 내면을 탐색하는 내용이라 어렵고 딱딱해도 재미 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부터 발원한 모든 철학서들은 용어들을 이해하기도 어려울 정도여서 대학시절부터도 헤겔이니 칸트니 이름이야 수없이 듣고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야 알았지만 그 책을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그저 활자를 읽는다는 데 불과했다.  

  그렇다고 러셀의 책이라고 쉽고 부드러운 글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난해하지 않고 명확하고, 정말 이런 관념들이 세상에 뿌리내리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아 읽을만했다.   사실,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들이 다 와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을 나의 뇌와 가슴 표피만에라도 발라놓고 싶다.  

  이 책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을 포함한 15편의 글들로 묶어진 철학 에세이집이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의 내용은 제목처럼,  너무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게으름도 마음껏 피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러셀은 다만 놀기를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놀아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가난한 자들은 휴일도 없이 일을 많이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부자들의 주장에 반박하며, 한 사람의 노동 시간을 두 사람이 나누어 갖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로 인해 실업자 수도 줄이고, 각 사람은 그만큼 여유 시간을 갖게 되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가령, 돈과 관련 없는 과학 탐구, 그림 그리기 등을 하며 게으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고 인생의 행복과 환희가 충만할 것이다. 신경쇠약과 피로와 소화불량 재신에 말이다. 필요한 일만 함으로써 기력을 소모하는 일 없이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한쪽에선 과로에 시달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렬한 박수를 보내던 나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의문에 싸이게 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의 수입이 지금보다 굉장히 낮아질텐데 그러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되는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 나라에서 생활비를 지원해주는가? 그런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책을 읽다보니 러셀은 사회주의 쪽 성향인 것 같고, 평화주의자인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조금 명쾌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이 한 마디만큼은 새벽 별빛처럼 나의 뇌리에 명징하게 와 박혔다. 

  "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P.S.  그 외에 읽어볼 만한 글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와 '현대 사회의 획일성','인간 대 곤충의 싸움',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 등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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