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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심리학
이경수.김진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뽑아들 때만 해도 마흔이 된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의 책인 줄 알았다. 책장을 펼치고서야 마흔 살 남자가 마흔앓이를 해결하는 내용이란 걸 알았다. 마흔을 넘은 여자인 나는 뭔가를 기대했다 실망하여 책장을 덮을까하다가, 우리 남편이 어떤 점을 힘들어하고 있을까라도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얼마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에서 중년 남자의 심리를 읽으면서 웃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울다가 웃다가 그랬다. 남자인 그들로서는 심각한 부분이었겠지만 여자인 나로서는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많았다. (가령, 머리와 코털에 새치가 나기 시작하자 목욕탕에서 자신의 거웃에도 새치가 났는지 확인하는 장면 등...)
나의 남편도 마흔을 갓 넘겼다.
책에 나온 내용들은 2년 전부터 남편에게서도 드러나던 행동들이었다. 나의 남편도 원룸텔 같은 데 가서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는 둥, 싱글로 청춘의 시간을 즐겨보지도 못하고 대학졸업후 곧바로 결혼한 데 대한 미련의 푸념도 하고 그랬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도 너무너무 지겨워했다. 아마 그때 남편은 마흔앓이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남편은 친구들보다 빨리 결혼한 편이라 아이들이 다 컸지만 친구들은 아직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인 아이들과 회사일에 치여 남편이 원할 때 술자리를 가져줄 대상이 되지 못했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맥주 250cc 정도의 주량에 불과하지만 그 때 남편이 "맥주 한 잔 할까?" 하고 문자를 보내 오면 열 일 제치고 "OK!" 로 응해 주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의 호프집 데이트는 남편에게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나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덕에 주량이 맥주 500cc로 늘었지만 ... 주위 친구들에게는 잉꼬부부로 각인되었고, 아이들에게도 엄마 아빠의 다정한 모습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제 남편은 예전처럼 많이 외로워하지 않는다. 호프집 데이트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줄었지만, 마흔앓이를 잘 넘긴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사람마다 마흔앓이 서른 앓이를 겪는데 그 시기를 잘 넘기는 것 역시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어떤 분이 이 책의 작가는 해외로 여행을 가고 그럴 형편이 되어서 부럽다 했지만, 작가 역시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는 힘든 시기를 넘겨야했고 남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내가 과연 이 작가 같은 상황이라 해도 직장을 접고 떠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대답이 막힌다. 나의 남편 역시 늘 그런 생각을 하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집과 자격증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또 한가지는, 작가가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때 그 상황을 바로 판단한 후배가 작가를 정신과 의사에게까지 연결을 시켜 주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물꼬를 터 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무척 행운남이라 본다.
이 책은 여자나 남자나 구분없이 마흔 즈음에 들어선 이들이 부담없이 가볍게 읽어봄직한 책이다. 그리고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내 남편이 지금 이런 상황이구나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저 남편 옆에 앉아 맥주 한 잔 같이 먹어 주는 것만으로도 남편에게 큰 도움이 됨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