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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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의 표지를 보아서는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팍팍 온다.

잘 차려입은 정장과 중절모에 검은 구두 그리고 뒷짐진 자세... 보기만 해도 딱딱한 옷차림으로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이 대단히 불편해 보이는데도, 쉽게 고개를 들지 않을 것 같이  조그만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러나 평소 책을 가까이하는 선배 언니의 선택을 믿고, 나도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1장에서 저자는 자신이 원래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복잡한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게 되었다며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가 "투쟁"이 되어버렸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단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에게서도 같은 생각을 나누며 그 원인을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게 된 데서 찾고 있다. 웹을 더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긴 글에 집중하기 위해 더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고질적인 산만함에 시달린다고 괴로워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몰입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들은 정보를 읽을 때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방식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건너뛰면 관심 있는 정보만 훑고 있다는 한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되면서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했고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걱정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전의 뇌를 잃어버렸다"는 충격적인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나 역시 1장을 읽으면서 거의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하였고, 고등학생인 우리 아들은 "충격"이었다고 표현했다.  아들의 경우는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을 많이 줄이기로 결심하기까지 이르렀다. 신문 기사를 종이신문의 활자로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많이 보는 아들이었기에 얼마나 반가운 말이었는지...... 

 

4장에서는  인간이 독서를 함으로써 생리학적 지적 능력이 뛰어나게 되고, 집중력과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음에 대해 밝혀 놓았고, 6장에서는 전자책의 등장으로 인한 독서 형태의 변화 양상에 대해 기술해 놓았다. 이제 고요한 가운데 깊이 읽기에 몰입하던 관행은 점차 소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자책의 등장으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친밀하고도 지적인 애착관계는 훨씬 약화될 것이라 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이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된 세상에 앞으로도 책읽기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2012년 1월 18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문화부의 우리나라 국민 독서실태 조사결과 자료를 보면 작가의 주장에 더욱 수긍이 간다. 2004년 76% 였던 국민독서율이 2009년에는 71.7%, 2010년엔 65.4%로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7장에서는  인터넷으로 문서나 글을 읽는 작업이 계속되고 자주 반복될 경우 우리의 뇌는 이해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서술하였는데, 이것은 읽기나 행동에 있어 산만함을 가져오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IQ 지수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인간의 IQ는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IQ 지수의 향상은 전반적인 지능의 향상보다는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UCLA의 심리학자 패트리샤 그린틸드가 [사이언스] 지에 보고한 "IQ지수의 상승은 주로 시각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비언어적 IQ성과에 집중되어 있다" 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의 뇌는 과거보다 더 나은 뇌가 아닌, 그저  "다른 뇌"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마지막 장인 10장에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 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소 사색 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꿔놓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성급한 결론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의 지능은 인공지능화 되어버리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소 지루한 부분도 많았지만, 이 글을 쓰느라 다시 읽어보니 썩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책들도 그렇겠지만, 저자의 생각에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고 반대 의견도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볼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컴퓨터를 좋아하되 독서를 좋아하는 지적인 청소년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우리 아들도 이 책을 읽고 컴퓨터 검색 시간이 줄어들었으니까. 뭐, 일시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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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이 되는가? - 동물 행동학으로 풀어 보는 사랑의 실체 민음 바칼로레아 45
미셸 세르 지음, 이수지 옮김, 박시룡 감수 / 민음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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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시리즈물로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색다른 주제라 뽑아 읽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지구과학, 생명과학, 환경 과학, 화학 등의 분야에 대해 간단 명료하게 쓴 책들로, 프랑스 대입 논술 시험인 바칼로레아 대비자료로 출판된 것을 우리나라 민음사에서 번역한 것이라 한다.  

책은 30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내용도 상당히 축약적이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두꺼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많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짧은 책이라고 기억할 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짧은 시간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기쁨과 함께 이 책은 일목 요연하게 주제에 부합한 지적 침전물을 나의 뇌리에 각인시켜 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사람 이외의 모든 동물)과 같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침팬지 중 보노보라는 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물들은 성교를 할 때 뒤로 한다. 당연히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상대방을 마주 보는 체위로 성교를 한다. 

  둘째, 다른 동물들은 성교의 동기가 어떤 정해진 기제에 따른 반응에 의한 것이다. 가령, 초식동물들은 풀이 나는 봄에 출산할 수 있도록 배란이 된다. 동물들은 배란의 특징이 현저해 상대를 유혹하게끔 되어 있다. 짝짓긱가 끝나면 생을 마감한다든가 어떤 특정시기에만 성교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성폭행 같은 것은 열외의 문제이고) 성교의 상대방을  정하고 배란시기에 관계없이 유혹하고 관계를 갖는다.  

  셋째, 인간은 성폭행이나 강간 등이 있지만 동물들은 그런 것이 없다. 

  넷째, 인간은 성교를 할 때 단순히 성행위에만 전념하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정신적 사랑이 포함된다. 동물들은 짝짓기가 끝난 후 슬픔을 느끼지만 오직 인간만이 성관계가 끝난 뒤 웃음을 짓는다.  

  등이 그 이유이다.  

  내용은 짧아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단시간에 이 주제에 대해 이만큼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조금 더 깊이를 얻기 위하는 이들을 위해 책 뒷부분에 더 읽어봄직한  관련도서 목록이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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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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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경기도 안산의 동남아 출신 다문화 노동자 마을인 원곡동에 있는  노동자센터에서 직접 두 달간 생활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엮은 책이다. 사실 뉴스나 다큐 프로 같은 데서 본 것이 그들의 삶을 알게되는 것의 전부였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이 처한 현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좋은 사장님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불공평한 대우 속에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불법 체류를 함으로써 여러가지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법 체류는 말 그대로 불법이기에 그 부분만큼은 불법체류자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불법 체류의 동기가 고용주든 일반인이든 한국인에 의한 피해를 입어 자신들이 일한 대가를 잃어버려서 다시 벌기 위해 남아 있는 불법 체류라면 그것은  문제가 다르다. 그런 경우라면 무조건 그들을 불법체류자로 내몰아서는 안되고, 그 사실이 증명이 될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하듯이 똑같이 수사를 하여 해결해 주어야 하리라 본다. (이런 도움을 주기 위해 인권 변호사 단체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책 내용 중에  센터 관리인 "재호 아저씨 이야기" 가 있는데 그 분 말씀인즉.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 같다는 것. 착한 사람은 착하고 나쁜 놈은 역시 나쁘다고...  사실, 그들이라고 모두 착하기만 하겠는가. 그 중에도 사기꾼이 있고 이기적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남아 출신 노동자라 해서   피부색이나 후진국 사람이라 해서 나쁘게 본다면 그건 절대 같은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이다.   

그들이 우리 나라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어 소통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다. 그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쳐 주는 기관이 많이 생겨 그들이 부당한 대우나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초등 고학년정도면 이 책을 읽고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고 지금 우리 나라에 있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문제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나눠 보기에 적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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