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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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4/5를 읽을 때까지 뭔가를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김형경 작가니까 뭔가 있을거야.'하며... 

그러나 그때까지는 그닥 와닿는 게 없었다. 아무리 청소년용이라 해도 요즘 청소년 수준을 너무 낮에 책정한 듯한 느낌이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의 심정을 그렸다지만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울산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의 풍경이 책을 읽었다해서 그 도시의 냄새를 충분히 맡은 느낌도 아니었다.  

책의 큰 틀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부모를 잃은 고등학생 여자아이의 심리와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죽음을 바로 쳐다보고 똑바로 서서 앞으로 나아가기, 또 하나는 산업화와 문명화로 인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하는 삶이 점점 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두 군데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친구인 나무의 사촌언니가 한 말로,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정해둔 규칙 같은 건 있어. 징징거리지 않기, 변명하지 않기, 핑계대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그 네가지만 안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감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주인공 니은이가 감정을 추스리게 되면서 생각하는 부분으로. <나는 주어를 바꾸어 다시 생각했다. 나는 엄마 아빠 없이 혼 자 살 것이다. 나는 혼자 힘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엄마 아빠 없이 직장에 들어가고 휴가여행을 떠날 것이다. 주어를 바꾸자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음 속에 이상한 힘이 생기며 등이 똑바로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이  4/5를 넘어가면서 뭔가 영화같은 반전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보람을 갖게 된다.  특히 장 포수 할아버지의 마지막 고래잡이 출정은 잔잔하던 가슴에 뭔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고래와의 한 판 승부 또는 만남을 갖기를 마음 속 깊이 빌어 본다. 장 포수 할아버지는 자신만의 삶을 끝까지 자신이 완성하려 그 길을 떠난 것이리라. 나는 나의 인생을 어떻게 엮어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앞부분이 조금 지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뭔가 차분히 생각을 하게끔 하는,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책이다.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읽어봄직하다. 다만 제목을 다르게 붙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난 책장을 덮은 지금 그 제목을 생각하고 있다. ( 이미 다 끝난 일에 난 왜 이러는 걸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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